우연을 재능으로 착각하는 우리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by 이시영

574. 기묘한 허영심 - 대담하게 날씨를 세 번 예언해서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영혼 깊은 곳에 어느 정도 예언의 재능이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우리의 자존심에 아첨하는 경우. 우리는 기묘하고 불합리한 것을 인정한다.(『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13)


우리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존재라고 스스로를 믿고 싶어 하지만, 종종 기묘하고 불합리한 믿음에 쉽게 빠져든다. 특히 그 믿음이 우리의 자존심을 기분 좋게 부풀려 줄 때 더욱 그렇다.


우리의 자아는 ‘우연’이나 ‘운’이라는 불확실한 개념을 싫어한다. 대신 모든 일에는 명확한 원인과 결과가 있으며, 그 중심에 자신의 능력이 있기를 바란다. 세 번 연속으로 비가 올 것을 맞혔을 때, 그것을 단순한 우연의 일치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나에게는 날씨를 예측하는 특별한 감각이 있어’라고 믿는 것이 훨씬 더 매력적이다. 이 믿음은 나를 평범한 사람들과 구별되는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니체의 말처럼, 우리는 자존심에 아첨하는 달콤한 거짓말 앞에서는 기꺼이 불합리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몇 년 전 주식 투자 열풍이 불었을 때, 직원 중 한 명이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그는 시장 전체가 상승하던 시기에 우연히 몇몇 종목을 골랐고, 운 좋게도 큰 수익을 얻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그는 단 몇 번의 성공을 근거로 자신에게 주식 시장의 흐름을 읽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그는 더 이상 경제 뉴스를 보거나 기업 분석을 하지 않았고, 오직 자신의 ‘감’에 의존해 투자를 이어갔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성공 비결을 설파하며 전문가 행세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승장이 끝나고 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하자, 그의 ‘예언의 재능’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는 결국 처음 얻었던 수익보다 더 큰 손실을 보고 나서야, 자신의 성공이 재능이 아닌 운이었음을 고통스럽게 인정해야 했다. 그의 허영심이 우연을 재능으로 착각하게 만들었고, 그 착각이 그를 파멸로 이끈 것이다.


이러한 ‘기묘한 허영심’은 날씨 예측이나 주식 투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어쩌다 찍은 사진이 칭찬을 받으면 스스로를 천재 사진가라 여기고, 우연히 쓴 글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 작가의 재능이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성공의 원인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기보다, 자신의 자존심을 만족시키는 가장 쉬운 설명, 즉 ‘나의 특별한 재능’이라는 결론으로 뛰어든다.


결국 니체의 통찰은 우리에게 성공의 순간에 더욱 겸손해야 함을 일깨운다. 나의 성공이 정말 실력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운이라는 변수가 크게 작용한 것인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연한 행운을 자신의 절대적인 능력으로 착각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배우려 하지 않고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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