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은 정말 나의 것인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by 이시영

571. 자기 자신의 의견 - 갑자기 어떤 사항에 대하여 질문을 받을 경우 떠오르는 최초의 생각은 일반적으로 우리 자신의 의견이 아니라 단지 우리들의 계급, 지위, 혈통에 속하는 흔한 의견일 뿐이다. 자신의 의견이 위로 떠오르는 일은 거의 드물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13)


누군가 나에게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갑작스러운 질문을 했을 때,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하지만 그 대답은 정말 나의 깊은 사유에서 비롯된 것일까?


니체가 말하는 '계급, 지위, 혈통'은 현대 사회에서 '내가 속한 집단, 직업, 가정환경, 자주 보는 미디어' 등으로 해석될 수 있다. 우리의 뇌는 효율성을 추구하기에, 복잡한 사안에 대해 매번 깊이 사유하는 고통을 겪기보다 이미 사회적으로 검증되거나 널리 퍼져 있는 '정답'을 손쉽게 빌려온다. 이것이 바로 니체가 말한 '흔한 의견'의 정체다. 이 의견은 안전하고 편리하며, 소속감을 확인시켜준다.


얼마 전, 한창 논란이 되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누군가 내게 의견을 물었을 때, 나는 무의식적으로 내가 자주 보는 유튜브 채널의 논조와 비슷한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마치 오랫동안 그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해온 전문가처럼 보였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그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기대 효과, 부작용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 나의 최초의 의견은 깊은 사유의 결과물이 아니라, 내가 속한 집단이 공유하는 '흔한 의견'을 앵무새처럼 반복한 것에 불과했다. 나의 진짜 의견은 그 흔한 의견의 소음에 묻혀 침묵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의견'은 왜 이토록 드물게 떠오르는 것일까? 그것은 시간과 에너지를 요구하는 고독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통념에 질문을 던지고, 익숙한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 때로는 주변 사람들과 다른 의견을 가질 용기를 내야 한다. 스스로 자료를 찾아보고, 상반된 입장을 비교하며, 자신만의 논리를 세우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반면, '흔한 의견'에 동조하는 것은 아무런 노력도 필요하지 않다.

니체의 통찰은 우리에게 '생각의 멈춤'을 권유한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자동응답기처럼 즉시 답하기보다, 잠시 숨을 고르고 "글쎄요, 좀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네요"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 침묵과 사유의 시간 속에서 비로소 사회적 메아리는 잦아들고, 희미하지만 분명한 '나 자신의 목소리'가 떠오르기 시작할 것이다. 진정한 나는 첫 번째 대답이 아닌, 두 번째 생각 속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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