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맞잡을 용기

[북리뷰] 정세랑『보건교사 안은영』

by 봄날

A교사: OO이는 오늘도 보건실로 출근하셨나요? 어쩜 하루도 빠짐없이 머리가 아프고, 배가 아프고 돌아가며 아프다는 건지...

B교사: 지각하지 않고 꼬박꼬박 학교에 와 주는 것도 고마운데, 하루에 한 번 보건실에서 쉬는 낙이라도 있어야죠.

어느 평범한 날의 교사들 간의 대화가 떠올랐다. 어떤 수업 내용에도 흥미를 못 느끼고, 친구들 관계조차 쉽지 않아 마지못해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의 유일한 쉼터. 그마저도 계속 가 있을 수는 없는 터라 매일 꼬박꼬박 한 시간씩 보건실에 출근도장을 찍는 아이들. 보건실은 학교에서 그런 곳이다. 보건교사는 아이들의 안식처를 지키며 아픈 아이들을 돌봐 준다. 정세랑의 장편소설 『보건교사 안은영』 (민음사, 2018)의 주인공이 바로 그런 보건교사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친구들에게 ‘아는 형’이라고 놀림받는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다. 안은영은 우리가 생각하는 평범한 보건교사는 아니다. 퇴마사다. 비비탄 총과 장난감 칼을 들고서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죽은 사람들, 혹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갖가지 환영들, 그리고 뭐라 이름 붙이기 어려운 기괴한 괴물 생물체들을 맞닥뜨리고 다닌다. 그 과정에서 한문교사 홍인표의 도움을 받아 여러 가지 난관들을 해결해 나간다.


“무리에서 가장 약한 동물, 무리가 사냥감이 되도록 두고 가는 동물, 결코 끝까지 무리에 속할 수 없는 동물은 항상 일정 비율로 태어나지 않을까? 그렇게 태어난 게 나라는 걸 왜 인정하지 않을까? 그냥 무리에서 멀어지도록 좀 놔둬 주면 좋을 텐데. (p.105)”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에게 놀림과 괴롭힘을 당해 왔던 유정이의 중얼거림이다. 늘 자퇴를 꿈꿔왔던 유정이는 원어민 선생님의 예쁘다는 말 한마디에 ‘근거 없는 짝사랑 증후군’에 빠지고 만다. 이것은 ‘작은 친절에도 쉽게 반할 정도로 좋지 않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발생’(p.113)하는 증상으로, 폭발적으로 증식하는 마음들이 사방을 돌아다니면서 본체는 점점 약해지는 현상이다. 결국, 원어민 교사의 사악한 정체가 밝혀져 보건교사의 비비총에 처단되고, 유정이는 다니는 듯 다니지 않는 듯 학교를 나온다. 안은영은 유정이에게 ‘그날 치 좋은 기운을 고스란히’(p.125) 전해준다.


작가는 보건교사 안은영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싶었던 걸까? 각각의 에피소드를 통해, 어디에도 마음 붙이지 못하고 방황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괴물의 비늘 한 조각이 꽂혀서, 혹은 물컹물컹한 뿌연 젤리 다발로 연결된 까닭 등등. 각각의 그럴싸한 이유들도 등장한다. 보건교사는 나름의 방법으로 아이들 앞에 닥친 문제들을 해결하지만, 결국은 자기 자신을 비롯한 사람들의 마음이 치유되어 나간다.


안은영이 지쳤을 때는 한문교사 홍인표와 두 손을 맞잡는다. 손과 손을 포개어 좋은 기운을 전해 받는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실제로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을 때, 내 곁에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손만 포개 주어도 얼마나 힘이 되는지 겪어 본 사람들은 알리라. 은영이 싸우고 잡으러 다니는 나쁜 덩어리들처럼, 세상에는 수많은 사회 부조리, 모순, 터무니없이 작은 오해들이 쌓여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각자 홀로인 채, 섬처럼 떠돌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곁에 있는 사람에게 작은 손 하나 내밀어 볼 용기가 생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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