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아줌마들의 가을여행

by 봄날

"무슨 색깔로 하시겠어요?"

"네?"

"무지개로 하시죠! 저는 '노'로 하겠습니다!"

"어... 그게..."

잠시 망설이는 사이 누군가 외친다.

"그럼 난 '초'!"

갑자기 조급해진 마음에 나도 덩달아 색깔을 선택한다.

"저는 '보'로 할께요. 하하"

민망한 마음을 웃음으로 무마하고 다른 이들을 둘러본다. 그제서야 다들 무슨 말인지 이해한 듯 너도나도 한가지 씩 색깔을 외친다.

"난 '빨'!"

"어 그럼... 난 '파'!로 할께요."

누군가는 뒤늦게 '초'를 외쳤다가 이미 임자가 있다는 말에 크게 낙심하기도 한다.

"아 이런, 그럼 남은 색깔이 뭐야?"

"'남'이 남았네요. '남'으로 하시면 되겠습니다."

조금 엉뚱하고 갑작스런 제안이었지만 일곱 명의 여자들은 여행 내내 '무지개'로 호명되며 즐거웠다.

"자, 기념사진 찍어야죠? 무지개 멤버들은 색깔 순서대로 서주세요~"

순서대로 줄을 서 본 일이 언제였던가... 40대 초중반 아줌마들은 깔깔거리면서 우왕좌왕 자기 자리를 찾아 서 본다.

"'빨'! 뭐하십니까? 맨 왼쪽으로 오셔야죠?"

"어? 제가 맨 앞인가요? 죄송합니다~~"

다행히 내 자리는 맨 끝이다. 역시 '보'를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브이'를 외친다.

단풍이 울긋불긋 화려하게 수놓인 산과 유유자적 소리 없이 흘러가는 강, 그리고 시끌벅적 사람 많은 시장을 유람하면서, '무지개'는 소풍 나온 유치원생들 마냥 신이 났다.

단체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들른 휴게소에서 화장실에 다녀오는데, 누군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한다.

"'초'가 안 보입니다. 누구 보셨습니까?"

"화장실에서 오래 걸리나보죠. 여기 앞에서 기다려 봐요."

그렇게 화장실 앞에 여자들이 모여 서 있다. 기다리는 와중에도 누군가는 단풍나무를 카메라에 담느라, 누군가는 슬러시를 주문하느라, 누군가는 소떡소떡을 사서 한입씩 나눠주느라 분주하다.

함께인 듯, 함께 아닌 듯.

"앗, 단체톡창에 연락 왔어요! '무지개'는 빨리 차로 복귀하라, 구요."

"다른 일행들은 다 돌아왔는데 우리만 늦은 모양입니다. 일단 차로 돌아가시죠"

또 그렇게 깔깔거리며 다른 일행들에게 무안해하며 버스로 돌아와 보니 '초'는 이미 차 앞에서 우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 '초'~ '무지개'는 같이 움직여야지 혼자 와 있으면 어떡해요?"

"미안해요. 난 다들 돌아와 있는 줄 알고..."

하하, 호호, 신나는 여행.

일곱 이여서, ‘무지개’란 이름으로 함께여서,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