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서 한다는 것
어둡고 낮은 구름이 머리 위를 내리누르는 아침.
아이는 자가격리 6일 차, 방문 앞에서 몇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는 것이 꿈나라를 벗어나고 싶지 않은 모양입니다.
가족들 식사 준비를 간단히 해 놓고 오랜만에 아침 요가를 갔습니다. 지난주는 제가, 이번 주는 아이가 확진이 되는 바람에 계속 운동을 못하고 있었거든요. 촉촉하게 공기를 적시는 봄비를 가르고 요가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조금씩 몸을 이완시키면서, 그동안 쌓였던 마음의 피로도 풀어놓고는 합니다. 아, 그런데 오늘은 너무 오랜만에 움직이려고 하니 계속 삐그덕 거리는 것이,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요가를 시작한 지도 어언 몇 년이 흘렀는데, 나름대로 이삼일에 한 번 정도는 가려고 노력했는데, 나는 왜 이렇게 해도 해도 늘지가 않는 것일까, 괜히 짜증이 밀려들었습니다. 아침 요가를 다녀오면 항상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곤 했는데, 오늘은 마음을 깨끗이 씻어내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지요.
집으로 돌아와 주중에 하지 못했던 집안일을 처리해놓고, 태블릿으로 드라마를 한 편 보았습니다. 티빙에서 자체 제작한 드라마라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을 수도 있는데,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제목의 드라마입니다.
사실, 이 드라마를 처음 보았을 때 제 취향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마흔넷의 남자 주인공이 보쌈이 먹고 싶어 회사를 때려치우는 시작이라니, 더구나 그 남자의 말투나 행동들이 얼마나 한심하기 짝이 없고 유치한 지, 네, 제 눈에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나름대로 계획적이고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삶에 가치를 두고 살아왔나 봅니다. 그래서 주인공 남자가 웹툰 작가가 되겠다며 대책 없이 벌이는 일들에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이 드신 아버지에게 대들기나 하고, 고등학생 딸에게 돈을 빌리기까지 하는 주인공은 웹툰을 그려서 공모전에 응모하기도 하는데, 썩 좋은 결과를 내지는 못합니다. 만화를 제대로 배운 적도 없는 사람이 첫 도전부터 성공을 이루기는 어렵겠지요. 그래도 그는 결코 주눅 들거나 자신감을 잃지 않습니다. 그 모습에 조금씩 매료되어 계속해서 시청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오늘 제가 본 회차에서는 그동안 자신이 무심하게 방치했던 딸의 아픔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아빠가 철딱서니가 없다 보니 반대로 딸이 일찍 철이 들었던 그 집안에서, 딸은 겉으로는 늘 괜찮다고 하면서, 마음은 곪아 터지기 직전이었던 것이지요. 뒤늦게 현실을 자각한 남자가 이제 웹툰은 그만두고 햄버거집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일에 집중하겠다고 선언을 합니다. 그때 딸이 남자에게 말해요. 왜 그만두려 하냐고, 혹시 이제 만화 그리는 일이 재미가 없어졌냐고요. 진심으로 좋아해서 더 잘하고 싶어 하지 않았냐고요. 그런 일이라면 계속하라고 말이에요.
코로나 확진과 계속되는 격리 생활로 몸도 마음도 지쳐서, 다른 분들의 글을 제대로 읽고 공감하는 일도, 내 글을 쓰는 일도 힘겹게 느껴졌던 요즘이었던 제게, 문득 훅 들어온 대사였어요. 그렇지, 난 아직 최선을 다하지 못했을 뿐이지.
교사로서의 생업도, 엄마로서, 주부로서의 돌봄 노동도 어느 하나 소홀하고 싶지 않은데, 그 무엇도 제대로 해내고 있지 못한 것은 아닌지 자책하느라, 늘 뱅글뱅글 쳇바퀴 돌듯 살아내느라,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 잘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있었구나, 또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침에 요가도 그렇죠. 매일매일 규칙적으로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띄엄띄엄, 그조차도 자주 빼먹으면서, 왜 이렇게 실력이 늘지 않는지 짜증만 내고 있었으니 말이에요.
이상, 바쁜 현실만 탓하지 말고, 내가 정말 잘하고 싶고 즐거운 일이라면, 더 용감하게 최선을 다해보자, 결심하게 된 드라마 후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