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부인

소설 연재

by 봄날

미연은 주말이 더 바쁘다. 아침부터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삶아서 널고, 구석구석 먼지를 닦았다. 일주일 동안 밀린 집안일을 재빠르게 해치웠다. 아이들을 깨워서 식빵을 한 조각씩 먹이고 친정 부모님이 계신 파주로 차를 몰아간다. 벚꽃이 흐드러진 가로수길을 달리며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친정에 아이들을 맡기러 가는 길이다.


건널목 앞에 잠깐 차를 세웠다. 아래층 여자와 닮은 여자가 지나갔다. 아침에 잠깐 마주쳤던 생각을 하니 어쩐지 눈살이 찌푸려졌다. 미연의 아이들과 비슷한 또래의 형제를 가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곤 해서 안면이 있었는데, 아래층 여자는 처음 보았다. 화장기 없이 핼쑥해 보이는 여자는 어딘지 미연과는 다른 부류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아이들은 또 얼마나 다정한지, 엄마 손을 한쪽씩 나눠 잡고 종알종알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잠깐이지만 샘이 날 지경이었다. 휴일 아침이니 아무도 마주치지 않을 줄 알고 나선 길이었다. 화장도 안 하고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은 드문데, 하필 오늘 그 순간에 아래층을 마주치다니, 다시 생각해도 화가 났다.

문득 뒷좌석에 아이들을 돌아보았다. 은채는 오늘도 뭐가 그리 신났는지 양쪽 귀에 이어폰을 꽂고 고개를 까딱이고 있다. 은서는 무슨 생각에 잠겼는지 조용히 창밖만 바라보고 있다. 속을 알 수 없는 아이들, 이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아래층 다정한 형제가 또 떠올랐다. 휴... 딸이 아들보다 더 다정하리라는 생각은 편견이 분명하다. 우리 집 두 딸은 성격도 확연히 다르고, 엄마에게 좀처럼 곁을 주지 않는다. 물론 그래서 나는 더 편하고 좋다. 나도 내 생활을 즐길 수 있으니까. 가끔, 아래층 아이들처럼 곰살맞은 모습을 볼 때만 조금 부러워지는 정도.


“엄마, 아직 멀었어?”

아직 핸드폰이 없는 은서가 지루해진 모양이다. 아빠 바라기인 은서는 평소에는 조용하다가 외할아버지를 만나면 장난꾸러기가 되어 온 집안을 헤집어 놓는다.

“다 왔어. 조금만 기다려.”

아버지는 어린 시절 내게는 전혀 곁을 주시지 않던 분인데, 손녀들은 끔찍이 아끼신다. 칠순을 바라보는 연세에도 아이들과 몸으로 놀아 주시는 모습이 존경스럽다가, 가끔 낯설다. 내가 알던 그분이 맞나, 싶다.

“할아버지, 할머니 말씀 잘 듣고 있어!”

“응.”

도착하자마자 문을 박차고 달려가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미연은 친구를 만나러 간다. 쇼핑도 하고, 수다도 떨 생각에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자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