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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개구리 공돌이 Nov 01. 2022

ST#96 통학

버스

아이를 키우다 문득 어릴 때 추억이 생각났다.


7살이던 시절 형과 누나가 위장전입을 통해 도시로 전학을 가게 되었고, 나는 자연스럽게 도시에 있는 학교로 입학을 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집까지 거리는 버스로 40여분 걸리는 거리였다. 어쩌면 무모할 수 있는 그 상황들을 그때는 겁이 없었는지 잘 다녔다.


아침에는 형, 누나와 함께 등교를 하고, 하교는 홀로 버스에 올라 집에 돌아오는 일상들이었다.

한 두어 달쯤 지났을 때 집에 오는 버스를 잘 못 타 전혀 모르는 곳에 도착을 했다.


실로 무서운 순간이었다.

그냥 하염없이 정류장에서 울고 있었다.

그 때 지나가던 할머니가 나에게 묻는다.


아가 왜 울고 있니.


나는 말했다.

버스를 잘 못 타서 여기에 있어요.
지금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어요.


할머니는 버스 노선을 다시 알려 주시며,

손에 천 원 한 장을 쥐어 주신다.

그때 당시 버스비가 80원 할 때이니 나름 수지맞는 상황이었다.


버스에 올라타려는데 할머니가 이야기하신다.


나머지는 아이스크림 사 먹으렴.


주름이 가득한 손으로 천 원 한 장을 쥐어주던

그 모습이 30년이 지나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래서 그런지 길가에서 물건을 파시는 할머니들을 쉬이 지나치질 못한다.

아직 갚지 못한 빚이 남아 있기 때문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할머니 고맙습니다.
건강하게 잘 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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