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한국인이야!
스페인에서 살면서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첫 워킹비자 만들기였다.
한국보다 일 처리 속도는 훨씬 느리고,
준비해야 할 서류는 왜 이렇게 많은지…
서류를 다 준비해 가면
그제야 직원이 “아, 그것도 가져왔어?” 라고 한다.
아니…
왜 아무도 자기 업무를 정확히 모르는 건데?
한국인인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들의 더딘 일처리 덕분에,
난 자연스럽게 불법체류자가 되었다.
비자가 완료될 때까지는 한국에 갈 수도 없었다.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일이어서 너무 당황했고,
그때는 스페인에서 사는 내 위치가
왠지 모르게 당당하지 못했다.
그 기간 동안 나는
바보 같은 생각을 참 많이 했다.
“왜 난 유럽인이 아닐까?”
“우리 가족 중에 외국인 한 명만 있었어도…”
“그랬다면 이런 고생 안 했을 텐데…”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없지만
그때는 진짜 그랬다.
너무 벅차고 답답하니까.
시간이 지나 비자를 받고,
스페인에서 사는 해가 늘어나면서
친구들이 물었다.
“왜 스페인 시민권 신청 안 해?”
“여권 바꾸면 편하잖아!”
그래? 두 개의 국적을 가질 수 있는건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한국 대사관에 전화했다.
알고보니,
한국인은 다중국적을 가질 수 없고
한 국적만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
스페인 국적을 얻고 싶으면
한국 국적을 포기해야 한다.
당연히 듣자마자,
한국국적은 포기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난 한국인이다.
스페인에서 고생했을때 그런 생각은 잠시였을뿐,
외국에서 살면 매순간,
한국에서 모르고 지나갔던 나날들을 생각하면서
아, 한국이 정말 좋은 나라구나,
내가 그동안 너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구나.
한국에서 태어난 것에 항상 감사하면서 산다.
멀고도 가까운 내 집,
언제 또 빨리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