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스페인, 첫 워킹비자

난 한국인이야!

by Luna

스페인에서 살면서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첫 워킹비자 만들기였다.


한국보다 일 처리 속도는 훨씬 느리고,
준비해야 할 서류는 왜 이렇게 많은지…
서류를 다 준비해 가면
그제야 직원이 “아, 그것도 가져왔어?” 라고 한다.

아니…
왜 아무도 자기 업무를 정확히 모르는 건데?


한국인인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들의 더딘 일처리 덕분에,

난 자연스럽게 불법체류자가 되었다.

비자가 완료될 때까지는 한국에 갈 수도 없었다.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일이어서 너무 당황했고,

그때는 스페인에서 사는 내 위치가

왠지 모르게 당당하지 못했다.


그 기간 동안 나는
바보 같은 생각을 참 많이 했다.

“왜 난 유럽인이 아닐까?”
“우리 가족 중에 외국인 한 명만 있었어도…”
“그랬다면 이런 고생 안 했을 텐데…”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없지만
그때는 진짜 그랬다.
너무 벅차고 답답하니까.



시간이 지나 비자를 받고,

스페인에서 사는 해가 늘어나면서

친구들이 물었다.


“왜 스페인 시민권 신청 안 해?”

“여권 바꾸면 편하잖아!”


그래? 두 개의 국적을 가질 수 있는건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한국 대사관에 전화했다.


알고보니,

한국인은 다중국적을 가질 수 없고
한 국적만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

스페인 국적을 얻고 싶으면

한국 국적을 포기해야 한다.


당연히 듣자마자,

한국국적은 포기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난 한국인이다.


스페인에서 고생했을때 그런 생각은 잠시였을뿐,

외국에서 살면 매순간,

한국에서 모르고 지나갔던 나날들을 생각하면서

아, 한국이 정말 좋은 나라구나,

내가 그동안 너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구나.


한국에서 태어난 것에 항상 감사하면서 산다.


멀고도 가까운 내 집,

언제 또 빨리 갈 수 있을까?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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