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에 대한 친절
스페인어를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스페인 문화에도 적응했다.
하지만 적응이라는 게 쉽지는 않은 법.
어느 날,
스페인 레스토랑에 갔었을 때다.
주문을 하는데 , 주문받는 사람의 태도가 친절도 없었지만,
귀찮다는 듯이 주문을 받았다.
일하기 싫은데 우리가 와서 짜증 난 사람 같았다.
또 다른 날은,
집 인터넷 설치 때문에 고객센터에 전화 거는 일이 있었다.
그때도 상담사가 친절하다는 느낌보다는,
직장동료와 대화하는 수준? 의 느낌이었고
당연히 한국의 상담사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둘 다, 한국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직원이든 상담사든
고객에게 웃으며 친절해야 한다.
나도 그렇게 배워왔고 일했다.
그래서 스페인 사람들의 태도가 더 낯설었다.
근데, 시간 지나면서 조금씩 이해가 됐다.
스페인에서는
“고객이 왕” 문화가 없다.
마트, 카페, 헬스장, 은행… 어디든
직원은 직원의 페이스대로 일하고
고객은 그걸 존중해야 한다.
직원이 바쁘거나 동료와 얘기 중이면
그 대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자연스럽다.
내가 바쁘다고 “빨리 해주세요”라고 하면
예의 없는 사람이 되는 거다.
처음엔 답답했지만,
나중엔 조금 이해가 갔다.
가끔 한국에서 서류 처리하려고
한국 상담사에게 전화하면
나도 모르게 감동받는다.
너무 친절해서.
너무 일처리를 잘해주셔서.
그리고 그 친절함이
한국에서는 너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다는 게
문득 아쉽기도 했다.
스페인처럼 꾸밈없는 태도도 나쁘지 않고
한국처럼 세심하고 친절한 서비스도 참 좋다.
그저 바라는 게 있다면,
누군가 친절을 베풀었다면
그 사람도 똑같이 존중받았으면 좋겠다는 것.
친절이 ‘의무’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건네는 ‘예의’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