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스페인의 개인주의

개인의 권리

by Luna

저번 글에서 ‘친절’에 대해 얘기했다면

이번에는 스페인에서 느낀 개인의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어느 날, 스페인 친구 부모님과 식사하는 자리가 있었다.

근데 웬걸? 점심을 오후 2시부터 시작했는데

놀랍게도 후식까지 전부 같은 자리에서 먹는다.


한국에서는 보통 밥 먹고 커피숍으로 이동해서 후식을 먹지만

여기 레스토랑에서는 식사와 후식까지 다 나온다.

그러다 보니 오후 5시가 넘어갔다.


그렇게 앉아서 3시간 넘게 앉아 있으니

배부름과 동시에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졌다.

마음 같아서는 정말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었지만,

예의상 그럴 수가 없었고

끝까지 참고 또 참아 끝까지 자리에 있었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그날의 감정을 친구에게 얘기했다.

친구는 오히려 나한테 되물었다.

"힘들었으면, 피곤하다고 하고 일어나면 되지 왜 계속 앉아 있었어?"


난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그러면, 예의가 없지 않아?"


근데 친구는 진심으로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말했다.

“아니? 네가 피곤하면 일어나도 되지. 네 의견이 더 중요한 거야.”


그 말을 듣는 순간

여기서 난 순간 머리가 띵 했다.


그렇다

한국에서는 공동체 의식이 중요해서

내가 아무리 불편해도 그걸 표현하기가 어렵다.

눈치가 예의처럼 여겨지고,

튀면 안 되고,

다수의 분위기를 따라야 한다.


어릴 때 누가 나를 혼내면
내 잘못이 아니어도
고개 숙이고 조용히 있는 게 당연했다.
그래야 “예의 바르다”라고 하니까.


근데 스페인에서는 그게 정반대다.

스페인은 개인주의다.


여기서는 상대가 누구든

눈을 보고 말해야 하고,

내 잘못이 아니면 아니라고 확실히 말해야 한다.

내 컨디션, 내 기분, 내 의견을 내가 먼저 챙기는 게 자연스러운 문화다.


둘 다 장단점이 있다.
한국의 공동체는 서로를 배려하고 조화를 이루게 하지만
때로는 개인이 너무 희생된다.

스페인의 개인주의는
나를 지키는 법을 알려주지만
가끔은 각자도생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도 분명한 건,

나는 스페인에서 내 의견, 내 권리, 내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나를 1순위로 생각할 수 있게 된 나 자신이

조금은 대견하고, 고맙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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