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스페인의 연말

la Nochevieja 라 노체비에하

by Luna

벌써 12월 29일,

2025년의 해가 2일밖에 안 남았다.


크리스마스이브가 있던 저번주는

스페인어로 la Nochebuena 라 노체부에나라고 한다.

보통 12월 24일 밤에는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25일을 맞이한다.


반대로

연말인 31일 밤은 스페인어로 la Nochevieja로

대부분 친구들과 함께 파티를 하며 새해를 맞이한다.


이 두 단어를 직역하면 좀 재밌다.

la noche는 저녁

buena는 좋은

vieja 늙은 라는 뜻들인데

직역하면,

크리스마스는 좋은 밤

연말은 늙은 밤이다.


이유는 이렇다,

la Nochebuena는 예수 탄생을 기념하는 기쁘고 축복된 밤이라서 “좋은 밤”

la Nochevieja는 한 해가 늙어서 끝나는 밤,

새해가 오기 직전의 “묵은 해의 마지막 밤”이라는 비유란다.


재밌게도 내 남편의 가족들은

좋은 밤보다는 묵은 밤에 다 모인다.

우리는 31일 낮에 모여서 같이 이야기하고

점심과 저녁을 같이 먹고 후식으로는 달콤한 스페인 turrón 투론을 먹는다.

너무 딱딱해서 먹을 때마다 이를 조심하게 된다.


저녁 11시 30분이 되면,

모두가 자리에 일어나서 11시 59분을 기다린다.

이때 우린 한 사람당 포도알 12개를 준비하고

샴페인 잔에는 금과 신발안에는 현금을 넣는다.


12시가 되기 12초 전

제야의 종소리가 울릴 때 1초마다 1개의 포도알을 먹어야 한다.

즉 12알을 다 먹어야 한다.

포도알이 작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한국에서 하다가 포도알이 커서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포도알을 다 먹고 나서는

가족들 한 명 한 명과 서로 새해의 덕담을 전하면서 꼭 안는다.

한국에서 새해인 설날을 보낼 때 세배만 많이 했지

아기였을 때 빼고는 이렇게 가족들과 꼭 안아보진 않았던 거 같다.


서로의 덕담이 끝나면,

나이가 제일 적은 순서부터

한 해의 소망을 말한다.

지금은 적응돼서 준비하고 잘 말하지만,

처음엔 몰라서 너무 대충 말했다.


모든 가족이 이런 연말을 보내는 건 아니다.

이건 내 남편의 가족의 특별한 연말 행사인데

개인적으로 너무 좋다.


1년 동안 서로 얼굴 보기 힘들지만
12월 31일에는 무언의 약속처럼 꼭 모인다.

멀리 떨어져 살아도,
이 밤만큼은 다시 한 가족이 되는 느낌이다.

꼭 한국의 설날 같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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