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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희 Dec 24. 2023

보고 싶은 만두

< 어디서 뭐하고 사니 >

그녀의 이름은 만두였다.      


하고 많은 이름 중에 왜 하필 만두라고 지었을까. 그녀는 만두가게 집 딸이었다. 

한동안 만두를 먹을 때마다 그녀가 생각났고, 그녀가 보고 싶었다.      


“사장님, 제가 할게요.”     


그녀의 단골 멘트는 뭐든지 자기가 한다는 거였다.    

  

사실 그녀는 아무리 시골이라도 바에서 일하기엔 솔직히 미모가 좀 빠지는 경우였다. 우리 매장에는 총 4 명의 언니들이 있었다. 한 명은 매니저 언니인데 몸매도 예쁘고 고소영 스타일이라 손님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그런데 근퇴가 안 좋아 늘 불안감을 주는 친구였다. 다른 두 명은 존재감이 없었기에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들 중 만두는 몸매도 아줌마 몸매에 얼굴도 큰 데다가 화장도 하지 않아 오픈하기 전에 소개받고 내심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나 걱정은 기우였고, 가장 단골손님이 많은 친구는 만두였다. 어디서 들 찾아오는지 만두 찾아 사람들이 자꾸만 늘어났다.      


그녀는 과일 깎는 선수였고, 간단한 요리는 물론 같이 술을 마시면 손님을 정말 재미나게 해주는 재주가 있었다. 한 번은 덩치가 산 만한 손님이 바에 얼굴을 묻고 등을 들썩이며 우는 것이다. 그 앞에서 만두가 그의 등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왜 그러냐고 내가 눈짓을 했더니 만두는 자기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말라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겠는데 이상하게도 만두 앞에 앉으면 그렇게 한 번씩 울고 가는 손님들이 있었다.   

   

“왜 손님들을 울리고 그래.”      

내가 농담 삼아 이렇게 말하면 만두는 사장님, 저를 보면 누가 생각이 난데요. 사람들이요.   


어느 날인가 만두가 손에 붕대를 감고 출근을 했길래 어쩌다가 다쳤냐고 물었다.   

   

“제가 낮에 만두를 찌는데요. 찜통에 데었어요. 자주 데어요. 괜찮아요.”     


괜찮다고 씩 웃는 만두의 얼굴을 보는 데 왜 그리 가슴이 아픈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만두는 그렇게 낮에는 어머니를 도와 만두를 찌고 밤에는 바 일을 하고 그래도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일손이 서툰 내 곁에서 매장의 궂은일은 다 한 친구였다.      


또 한 번은 반갑지 않은 상가조합에서 체육대회를 하는 날이었다. 타지에서 이사와 아는 사람도 없는 데다가 일요일이니 좀 쉬고 싶었는데 만두가 참가하자고 성화였다. 자기가 운동은 잘하니 뭐라도 상품을 탈 수 있다고 말이다.  첫 번째 종목은 남녀 혼합 피구였다. 그런데 몇 번 안 돼서 날아온 공이 그만 내 얼굴을 정통으로 때려서 나는 넘어졌고 기절할 뻔했다. 그때 거짓말처럼 어디선가 달려온 만두가 소리쳤다.      


“아니 얼굴을 이렇게 대놓고 때리는 게 어디 있어요. 우리 사장님 얼굴 반쪽 됐네.” 

하면서 나를 업고 휴게초소로 들어갔다. 만두가 사람들한테 어찌나 화를 내던지 무안할 지경이었다.      


“사장님, 이런 일 하실 분 아닌데 힘들면 하지 마세요.”     


만두는 그렇게 귓속말을 하며 나를 꼭 안아주었다. 그때 나는 엄마가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아 피구가 뭐라고 우연히 공 하나 맞은 것도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다. 눈물이 핑 돌아서 어찌할 바를 몰라하고 있는데 박카스를 건네주며 만두는 얼른 이거 마시고 저것들 박살 내러 나가요 하는 것이다. 내 이마에 혹이 난 이후 줄다리기, 달리기, 2인 3각등 만두의 신들린 활약으로 결국 우리는 한우세트를 상품으로 받아왔다.      


그런 마음씨 따뜻했던 만두가 어머니가 크게 다쳐서 나오지 못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아마 만두가게를 책임져야 하는 것 같았다. 그날 만두가 보내온 문자 메시지가 아직도 기억난다. 무엇이든 사장님 곁에서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자기가 못나고 못 배우고 집도 어려워서 죄송하다고. 만두는 아무 잘못이 없었는데 나한테 그렇게 미안하다고 하는 통에 한참을 울었다.      


가게를 접으면서 가장 아쉬웠던 사람이 만두였다.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것이 확실한데 어쩐지 헤어진 것 같지 않은 사람. 

언제라도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은 사람. 그건 아마 이쪽에서 아직 인연이 끝났다고 여기지 않아서가 아닐까.    

  

사람은 한평생 살면서 많은 사람과 만나고 헤어진다. 

지금은 어디서 무엇하며 살까.

만두에게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만두의 삶이, 그녀의 인생이 조금은 더 나아졌을 거라고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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