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샷 3번 추가해주세요. 물은 됐어요.
지금 한집에 10년 넘게 살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제 방에는 진짜 잡다한 게 많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버릴 줄도 알아야 하지만 저는 정말 하나하나가 소중하다고 생각해서 사드릴 줄만 알지 버리는 건 잘 못해요. 게다가 또 수집하는 것을 좋아해서 스타벅스 텀블러나 건담, 베스트셀러 책들을 사서 모아둬요. 책은 읽는다고 쳐도 나머지들은 사서 진열해놓는 게 끝이거든요. 물론 그게 제 취미고 좋아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후회하거나 그러진 않아요.
특히 옷은 저에게 절대적인 존재예요. 좋은 걸 사서 오래 입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버릴 수 있는 옷이 거의 없어요. 작아지거나 늘어나면 그때서야 버릴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존재예요. 다들 저랑 똑같이 옷은 쉽게 못 버릴 거라고 생각해요. 정말 아끼거나 아니면 나중에 입을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이렇게 제가 함부로 버리지를 못해요. 제 꿈은 "미니멀 라이프"에요. 근데 아마 평생 못 이룰 것 같아요. 저와 반대로 제가 이루고 싶은 미니멀 라이프 생활을 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으실 거예요. 어떤 것이든 쉽게 버리고 필요한 것만 있으면 되고 필요할 경우 사면되니까요.
근데 제가 정말 쉽게 버리는 게 딱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쓰레기 나머지 하나는 인간관계.
혹시 정말 당당하게 "이 친구랑은 정말 친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군지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친구가 아무리 많아도 그중에 절반도 안될 거예요. 나는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은 그렇게 생각 안 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확신이 안 들거든요. 아니면 누군가가 "너 이 친구랑 친해?"라고 물어보면 바로 "YES"라고 대답하실 건가요? 아니면 "그냥 좀 몇 번 만나고 그래"와 비슷하게 대답하실 건가요? 정말 자신도 헷갈릴 정도로 인간관계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려워지거든요.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언제 만날래?"라는 말은 정말 쉽게 나오지 않아요. 연인한테는 보고 싶다는 말까지 하면서 친구한테는 밥 한번 먹자는 게 왜 이렇게 말하기 힘든 걸까요. 저는 항상 먼저 만나자고 말하는 쪽이었어요. 만나주면 고맙지만 거절당하면 괜히 기분이 머쓱하거든요. 그래도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에 못 만나는 거겠지 하면서 그냥 넘어가요. 근데 그게 반복이 되다 보니까 괜히 나만 만나고 싶은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이제는 제 머릿속에 엉켜있는 인간관계는 쉽게 쉽게 정리하려고 해요. 그러다 친구 다 없어진다고 하지만 미니멀 라이프가 그거잖아요. 꼭 필요한 것들만 두기로.
저에게는 꼭 수학 같아요. 아무리 풀어도 숫자만 달라지면 틀리기 때문에 꼭 포기하고 싶어 지거든요. 그래서 포기했어요. 수학도 인간관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