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제나 Aug 13. 2018

김소리_33세

3






Q. 나는 누구인지?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저는 웹 디자인을 하고 있는 33살 김소리입니다 흐흐흥

성격은 내성적인 편이지만 호기심이 많고, 낙천적이고, 그냥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 항상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라기보다 살다보면 때론 그렇지 못할 때가 있잖아요. 그걸 최대한 줄이도록 노력하며 살아가고 싶은 사람인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워라밸이라는 말처럼 균형 있는 삶을 좋아해서 토끼와 거북이에 나오는 거북이처럼 일도 휴식도 조금씩 천천히 그냥 계속 쭉 페이스 맞춰서 살아가고 싶어요.    


Q. 제주도에 오게 된 계기는?

A. 제일 큰 계기는 결혼까지 생각했던 남자친구랑 틀어지면서 앞으로 가야할 방향을 잃었던 것 같아요. 그 와중에 진행중인 회사 프로젝트에서도 문제가 계속 생기고, 마음이 조금 많이 지친 상황에서 제주도가 떠올랐어요. 그리고 예전부터 제주도 한 달 살기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마침 일도 쉬게 되고, 시간도 맞아서 겸사겸사 오게 됐어요.    


Q. 살면서 내가 가장 잘 했다고 생각하는 일은?

A. 진로 고민이 생겼을 때도, 이것저것 시도해보려 했을 때도, 지쳐 힘든 시기가 왔 을때도, 웹디자인 일을 놓지 않고 계속해서 그 방향으로 성장해 가는 것. 일단 나를 굶겨 죽게 하진 않으니까 호호. 요즘은 html이나 css쪽도 해서 디자인이 가능한 퍼블리셔도 겸하고 있어요. 이렇게 어딘가 놀러 와서도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고, 꼭 업무적인 게 아니어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의뢰인이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차기도 하고, 어떤 공식이 딱히 있는게 아니라서 무한하게 배우고, 발전해나갈수 있는 게 좋아요.    

또 하나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영어를 배운다든지, 운동을 다닌다든지, 우쿨렐레를 배운다든지 하다못해 사람을 가만히 관찰하기만 해도 배울점이 많더라구요. 내 나이에 상관없이 인생에서 계속해서 무언가를 배울 게 많다는 게 좋은 거 같기도 하고. 그게 내 인생을 되게 풍부하게 해주고 즐겁게 해주고 행복하게 해주는 원동력이랄까. 배우는 거 계속 무언가를. 



Q.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찬란했던 순간을 꼽자면?

20대 때 폭력적인 남자친구를 만난 적이 있어요. 우리가 싸우는 모습을 보면 너무 심해서 길 가다 사람들이 신고해줘서 경찰서에 다녀오기도 하고, 그런적이 서너번 있다가 결국 저는 발목이 부러져 응급실에 실려가고, 그 친구는 경찰서에 간 게 마지막 모습이에요. 그 때 부모님께도 너무 죄송하고, 마음이 아픈 와중에도 사람들 앞에서는 웃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살아가다보니 자존감이 많이, 정말 많이 내려갔어요. 그러다 서른 살에 처음으로 제주도를 왔었거든요. 제주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올레길을 따라서 하루에 24km씩 걸어 다녔는데 그때 우울했던 생각들도 많이 극복하고 그랬어요. 걷다가 걷다가 힘들면 앞에 보이는 숙소에 쉬었다 가고, 마지막 날에는 한라산도 혼자 갔다 오면서 자신감을 많이 되찾았어요. 막 죽을 것 같이 힘든 게 조금씩 정상궤도로 올라와서 다시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됐거든요. 그게 가장 빛나는 건가? 그래서 그 때 이후로 뭔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든 상황을 겪고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 배운 것 같아요.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가만히 방치하지 않고 나를 사랑해주고, 돌보는 연습을 하게 됐고, 그런 상황이 생겼을 때 빨리 극복해서 다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됐으니까.     



A. 살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별 것 아니었던 것은?

계속 회사 다니는 거. 일이라기보다는 직장 생활을 해야 된다고 생각했던 거요. 사람은 다양하고, 살아가는 방식이 다양한데 나는 무조건 직장생활을 해야 하는 거고 나는 무조건 주 5일은 일을 해야 하고 이런 게 회사를 그만 두면 큰 일 나고, 쉬면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있었는데 이번에 제주도 왔을 때 한 달 살기 하면서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까 생각이 열리는 느낌? 처음엔 쉬고 있는 게 어색하기도 하고, 이러고 있어도 되나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까.     



Q. 별 거 아닌 줄 알았는데 중요한 것?

A. 사람 대하는 거. 나도 20대 때는 정말 내 맘대로 굴고 고집 피우고 그냥 ‘나는 원래 성격이 이러니까 니가 알아서 맞춰’ 이런 스타일이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이도 들면서 그게 얼마나 상대방한테 상처고, 이기적인 일이었는지를 깨닫게 되면서 이제는 배려도 하려고 하면서 지내요. 지금 살아가는 거 자체가 일을 하든 여행을 하든 어느 순간이든 사람들이랑 함께 하는 거니까. 스쳐지나가는 사람이든 오래 만날 사람이든 항상 중요하게 생각하고 내가 조금 더 양보하고 배려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예전에는 사람 대하는 게 중요한지 정말 몰랐는데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Q.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A. 구체적인 그림은 없는데 다시 서울 올라가서 직장생활을 하든 여기 제주도에 정착을 해서 조금 더 자유롭게 일을 하고 살아가든 그러니까 결국 어떤 삶을 살아가든 좋은 인생,질 좋은 인생을 살고 싶어요. 내가 어디에 있고, 꼭 무얼 하고 있어야 하고, 그런 게 중요하다기보다 내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삶. 아 그리고 옆에 좋은 사람이 있고. 혼자 살기는 싫어 하하하 


Q. 요즘 나의 가장 큰 행복은?

A. 눈을 떴을 때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거. 그리고 일몰을 보면서 해변가를 산책할 수 있다는 거? 또, 글쓰기 수업...히히 진짠데? 여행 이런 거보다도 평범한 일, 매일 할 수 있는 일들이 사람들이랑 즐겁게 이야기하고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게 너무 좋은 거 같아요 시원한 맥주 마실 때라든가. 여기 너무 습해가지고 뭐 기온은 서울보다 시원하다고 하는데 너무 더운 거예요 근데 이게 맥주 한 캔 마시면 너무 시원해 행복해.

행복이란 게 그런 거 같아요. 막 크고 그런 게 아니라 소소하게. 근데 사람들은 행복이 막 되게 여행 가야 되고, 엄청 큰 업적을 이뤄야 되고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데 일상의 행복을 잘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지나치는 것들을. 소확행? 하하 


Q. 지금 제주도에서 만난 사람 중 가장 인상 깊은 사람은?

A. 하트. (대만에서 온 친구) 하트가 내가 처음 숙소 들어왔을 때 방에 계속 혼자 있는 모습을 많이 봐가지고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나도 그 때 룸메이트가 하트 밖에 없고, 어쨌든 내가 방에서 혼자 쉬어도 같이 있을 시간이 많다보니까 그런 것도 있는 것 같긴 한데. 또 멀리서 한국까지 왔는데 기왕이면 좋은 데 많이 보고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처음엔 여행 같이 가자고 하고 어디 지나가고 할 때면 설명해주고 그랬단 말이에요? 그랬더니 애가 마음을 확 열어가지고 며칠 새에 한국말도 잘 못하는데 “언니랑 함께 할 수 있으면 다 좋아” 이러고 막 저번에 먹은 게 맛있어, 이번에 먹은 게 맛있어? 이렇게 물어보면 “언니랑 먹으면 다 좋아” 그러고 그러니까. 내가 정말 1 베풀었는데 10으로 막 좋아해주고 하니까. 그래서 나도 또 한 번 느낀 게 사람한테 정말 함부로 하면 안 되겠구나, 하트는 나를 계속 특별하게 해주니까 너무 고마운 거? 별 거 아닌 거에 고마워할 줄 아는 그 마음이 되게 기특하고 그걸 못 느끼고 넘어가는 사람도 되게 많은데.     



Q. 살면서 힘들었을 때는?

A. 20대 때. 한 번 술에 취하면 필름 끊길 때까지 마셔버리고, 게임에 빠진다거나 잘 필 줄도 모르는 담배를 피기도 하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랑 사귀기도 하고, 나를 돌보는 방법을 몰라 자신을 함부로 했던 때가 있었거든요. 그 이후로 좀 더 괜찮은 인생을 살고 싶어져서 많이 노력했어요. 책도 많이 읽고, 운동도 다니고, 학원도 다니고. 그리고 혼자 한라산 가면서 ‘내가 해낼 수 있구나. 안 좋은 일 겪었을 때 내가 다 해낼 수 있구나’ 했었거든요. 또 어떤 명언 중에 있었는데 ‘삶이 있는 동안 희망은 있다’ 그런 말이 있거든요? 내가 살아 있는 한 뭐든 할 수 있다는 걸 이제 깨달았으니까, 힘든 일이 와도 어떤 나만의 방식으로 이제 극복하고 좋은 생활을 이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으니까. 그게 사람들도 되게 우울하고 침체되어 있는 분위기에 취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노력은 자기에게 달려 있는 거고, 누가 옆에서 도와준다고 해서 도와주는 사람도 있겠지만. 너무 힘들면 마음이, 그 때는 내가 어떤 방법인지 모르면 이것저것 시도해봐서라도 그 상황 빨리 극복해내야 돼. 그러면 또 사람이 웃긴 게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있고, 최대한 삶의 균형 맞추면서 살아가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기쁜 일 있어도 너무 들뜨지 말고 슬픈 일 있어도 너무 슬퍼하지 말고, 일희일비 하지 않고, 좀 균형 있게 살아가는 거?    


Q.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기사로만 봤는데, 내가 이제 주변에 20대 친구들은 많이 없으니까…… 너무 스펙 쌓는 데만 집중하고 너무 고액 연봉만 쫓아가는 게 실제로는 뭐라도 일단 좀 부딪혀봤으면 좋겠어요. 너무 부딪혀보지 않고 몸 사리는 거 같아. 아르바이트도 한 번도 안 해본 친구들도 너무 많고, 저 정도 능력이나 스펙이면 중소기업쯤은 껌으로 들어갈 상황인데 대기업 공무원 이런 것만 바라보고 좌절감 느껴서 방 안에서 우울해하는 사람들 너무 많이 봐서 고학력인데 히키코모리 이런 기사 많이 봤거든요? 누구는 여행 가라, 떠나라, 배낭여행 가라, 그러는데 그런 것도 물론 중요하긴 한데 좀 일하는 것도 많이 여기저기 부딪히면서 그걸로 평생 직장을 하라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보람을 느끼고 행복해하는지 그런 거를 찾아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해볼만 한 것 같아요. 이론만으론 터득하기 힘든 몸소 경험해봐야 내가 생각했던 내모습이 실제와 조금 다를때도 있고 성장하기도 하고. 일이든 놀이든 이것저것 다 해보면서 힘들 때도 있겠지만 자기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걸 찾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너무 우울해하지 말고 우울하면 밖에 뛰쳐나가고.    

또 하나는 너무 외적인 것만 신경 쓰지 말고 외모라든지 패션이라든지 그런 것만큼 인성이나 기본 매너 같은 것도 잘 지키고 했으면 좋겠다? 여기 왔을 때도 어떤 한국 친구 짐이 너무 널브러져 있는 거예요. 배낭이고 뭐고 생활용품이고 너무 혼자 개인 집 쓰듯이. 하트는 한국말도 못하고, 그러니까 걔도 나한테는 ‘너무 싫어요’ 이러는데 보면서 막 여기 공용 냉장고든 뭐든 너무 개판인 거예요. 그런데 대만 친구들 캐리어 보면 너무 정리가 잘 되어 있는 거예요. 하트 되게 깔끔하네? 했는데 다음에 온 대만 친구들 다 깨끗한 거예요. 저런 기본적인 거는 다 지키고 사는구나,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다 뭐다 하는데 기본적인 것들을 잘 못 지키는 거 같아요. 나도 아직은 잘 못 지키기는 하지만. 대만친구들은 훨씬 더 선진 매너를 가지고 있어요. 너무 외적인 것만 신경 쓰지 말고, 마음가짐도 좀 뛰어난 사람이 되면 훨씬 멋지고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마지막으로 지금 조금 지쳐있다고 생각이 들 때, 어떤 방식이든 상관없으니까 휴식을 좀 취해야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너무 지쳐버리면 그게 익숙해져 버려가지고 ‘내가 지쳐 있구나’ 하는 걸 모르는데 좀 여유 있게 쉬면서 나를 객관적으로 돌아볼 시간이 생기면 그 힘든 과정을 빨리 벗어나는 것 같아요. 그게 뭐 그냥 집에서 쉬는 거여도 괜찮고, 맛있는 것 먹는 것도 괜찮고, 관광을 하든 뭘 하든 자기만의 방식으로? 너무 자기를 힘들게 몰아붙이면서 살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 안 그래도 힘든 인생이잖아요. 내가 인생을 괜히 더 선택적으로 힘들게 만들지 않아도 저처럼 같이 17년을 살았던 우리 집 개가 어제 죽는다든지,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이나 안 좋은 상황을 겪을 수 있는 거고,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힘듦이 계속해서 올 수가 있는데 굳이 내가 그쪽으로 선택해서 고통 받고 힘들어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시기가 와도 자기만의 스트레스 푸는 법을 찾아내서 극복하고 이겨내 가면서 더 성장해나가고 더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일단 인생은 나는 원래 불행한 거 같아요. 그러니까 재밌게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순간순간 즐거운 거를 놓치지 말고 즐겁게. 나는 막 가끔씩 빵 터진다고 그러고 나 혼자 막 웃고 갑자기 신나 있다가 막 그럴 때가 있단 말이에요. 별 것 아닌데 막 혼자 웃고 그런 타이밍 놓치기 싫은 거? 즐겁잖아? 이렇게? 이 순간 또 언제 오지?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지,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는데…

어디 뭐 명언 같은 걸 봤는데 마흔 살에 인생이 비관적이라는 걸 깨달으면 성숙한 거고, 마흔 살에 인생을 낙관적이라고 생각하면 아직 어린 거라고… 문장이 정확히는 잘 기억 안 나는데 나도 그렇다고 느낀 게 인생은 원래 좀 그런 거 같아요. 그러니까 그 명언이 와 닿았어요. 인생이 원래 좀 힘들고 고통스러운 거니까 즐거운 일이 있으면 즐겁게 살자?     




당신의 푸른 시기(靑年)를 기록합니다.

서로 다른 청년들의 이야기가 모두에게 작은 힘이 될 수 있도록.

매거진의 이전글 문언호_30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