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제나 Aug 13. 2018

문언호_30세

4





Q. 자기소개 좀 해주세요.

자기 소개 하라고 하면 왜 이렇게 힘들죠? 자기 소개하라고 하면 아직도 나는 너무 힘들어요. 음… 농사짓고 싶어서 제주에 내려온 서른 살 문언호라고 합니다. 양봉을 하고 싶어서 왔고, 꿀벌 지킴이? 앞으로도 전문 양봉가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청년 문언호입니다.    

 

Q.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양봉이라고 했는데, 양봉에 대해 좀 더 소개해줄 수 있나요?

양봉을 왜 하냐고 물어보면 저는 항상 얘기하는 게 있어요 그게 계기가 된 게 몇 년 전에 그냥 얼핏 지나가다 본 카드 뉴스가 있었는데, 아인슈타인이 말한 거예요. ‘꿀벌이 멸망하면 인류가 4년 안에 멸망한다.’ 그래서 저는 꿀벌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을 설핏 했어요. 양봉을 하면서 물론 수익성도 내가 하는 거에 따라서 돈도 많이 벌고 할 수 있겠지만, 양봉이 물론 그런 수확물을 얻기 위한 농사기도 하지만요. 저는 약간 다른 거를 생각하는 것도 있거든요 꿀벌 수가 감소하고 있는데, ‘지금 인간들이 그걸 도와줄 때다’ 그런 생각.  양봉이 그런 거라고 생각을 해요 내가 하려는 목적도 그거고. 꿀을 수확하는 것만 양봉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Q. 요즘 나의 가장 큰 행복은?

행복이란 건 아직도 어려운 거 같은데, 나는 아직도 행복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무얼 하면 행복한지 잘 모르겠는데 맥주 한 캔 들고 파도 소리 들으면서 밝은 달 보면서 감성에 젖는 것도 행복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요즘에는 특히 더. 사람들이랑 하하호호 웃을 수 있는 거 내가 언제 저렇게 많이 웃어봤나 지금 이렇게 파리가 저한테 꼬이는 것도 행복이라면 행복이죠 소소한 행복. 어떻게 생각하면 귀찮지만 상당히 하하.    


살면서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중요했던 일은?

(앞에 놓인 크레파스를 한참동안 만지작거린다) 가볍게 던지는 말 한 마디? 친하다고 생각해서 말을 막 할 수도 있지만, 왜냐면 예전에 말 때문에 친구랑 싸웠던 적도 있는 것 같아요 근데 그 때는 친하다고 생각해서 말도 쉽게 하고 장난도 많이 치잖아요 선을 잘 지켰어야 했는데, 나는 친하다는 이유로 말을 쉽게 했던 거 같아요 그러니까 말하는 거. 인간관계 이런 게 좀 중요한 거 같아요.

    

살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별 거 아니었던 건?

걱정이나 고민들. 그거는 요즘 느끼는 건데 중요한 건데 막상 대하면 이것도 사람과 관련된 걸 수도 있는데 사람을 상대할 때 내가 뭔가를 해야겠다, 하고 싶다, 그것도 그냥 단순하게 하면 되는 건데 인간관계가 걱정이 되고 그럴 때 사실 그럴 때 혼자 안고 있는 것보다도 가장 필요한 건 대화인데 말이에요. 그거를 혼자 걱정하고 끙끙 앓았던 거. 고민도 실속 있는 고민을 해야지 이런 고민 많은 거는 별로 안 좋은 거 같아. 내 딴에는 어렵게 꺼낸 이야기지만 너무 고민했던 거 같다는 생각.    


 제주도에서 만난 사람 중 가장 인상 깊은 사람은?

- 심야식당에서 미모의 여성을 한 명 만났어요. 근데 되게 이야기를 쉽게 터놓고 했거든요 서울에서도 몇 번 만나고 했는데, 그런 추억이 생겼다는 게… 처음 모르는 여자한테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나 공간에서 서로가 그렇게 대화도 많이 하고. 근데 또 말이 되게 잘 통했어요 그러면서 그 사람도 나랑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자기 주관은 항상 있는 사람 같았는데, 자기 현실에 겪는 그런 것들을 다 떠나서 그 때 어떻게서든 자기 하고 싶은 걸 하려는 모습이 어떻게 보면 인상 깊었다 뭔가 대단한 거 같기도 하고 또 그렇게 누군가를 만났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제주도에 오게 된 계기는?

한 마디로만 써도 돼요. 좋으니까. 오고 싶어서. 계기이자 제주도에 살려는 이유. 

제주가 좋다. 솔직히 양봉이나 이런 것도 육지에 더 좋은 곳도 많고 할 텐데 제주가 좋아요 제주도에서 양봉할 수도 있고 하니까 더 좋은 거 같기도 하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양봉을 하면서 물론 지금도 노력하는 분들도 계시고 하는데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꿀벌의 중요성을 알리고, 그런 사람으로 자리를 잡고 활동하는 모습 보면서 노량진에서 지쳐 있는 공무원 준비한다고 있는 친구들 지금 시험 얼마 안 남았다고 다들 눈에 불을 켜고 준비하던데 또 안정적인 직장도 좋지만 자기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자기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펼쳐봐라 이런 한 마디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러면서 제주에서 만나는 사람들, 여기서 만나는 사람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연을 이어나가면서 같이 활동도 하고 놀기도 하고 같이 일도 하면서 풀어나가기도 하고 그리고 또 어떨 때는 다 같이 ‘아, 우리 이제 쉬자’ 쉬면서 행복도 찾고 너무 좋은 거 같아요 진짜 나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사람이 될 거예요 벌에 대해서 그렇게 활동도 할 거고… 그렇게 해서 단 한 사람이라도 꿀벌을 덜 무서워하고 아니면 진짜ᆞ 나도 배우는 입장이지만 그런 사람이 있어도 뿌듯하고 좋을 거 같은데    


요즘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하고 싶은 걸 하세요. 뭐 없이 진짜 하고 싶은 거 하세요. 돈을 막 벌어보려고 열심히 뛰어다니고 그래야겠다는 그런 생각도 들겠지만 저도 남들 다 하는 공무원 시험 준비도 해봤고 하니까 현실을 쫓는 것도 맞긴 한데, 그러니까 자기가 좋아하는 걸 쫓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자기가 자기의 에너지를 최대한 뿜어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돈을 많이 벌더라도 아직 그렇게 돈을 많이 버는 삶을 경험은 안 해봤지만 하루하루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세요, 하고 말해주고 싶어요. 사람 언제 죽을지 또 모르잖아요 뜬금없이 사고를 당할 수도 있는 거고 그 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많은 돈이 다 필요가 있을까? 그러니까 차라리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자.    


살면서 가장 찬란했던 순간은?

무대에 섰을 때. 좀 뜬금없긴 한데 무대에 섰을 때. 제가 대학교 때 뮤지컬 학과를 다녔거든요. 그 때 제가 노래로 들어가서 연기를 못했는데 막 돌아버리겠대요 그 때 그런 느낌이 있어요 동기들이나 주변 시선이 싸해지는 그러니까 내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과호흡증으로 실려간 적도 있었거든요 그거를 어떻게 다시 잘 풀고 공연 준비해서 땀 흘리면서 하는데 오히려 걱정했던 것보다 다들 좋게 말해주고 하니까. 그 때 상대 배역 러브라인도 있었거든요. 근데 공연 본 사람들이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막 그러는데 뭔가 기분이 좋더라고요. 내가 표현하려는 느낌이 사람들에게 전달이 됐구나, 그게 너무 좋더라구요 그 이후로도 이제 원하는 배역 맡아서 하는데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더라고요 우리를 봐주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데 관객석은 조명 때문에 잘 안보이잖아요 잘 안 보이거든요. 그 수많은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 나만의 공간에서 내 에너지를 뿜어내는 거. 큰 공연도 아니고 사실, 학교에서 워크숍 하는 그런 공연이었지만 저는 그게 너무 좋았어요 그렇게 에너지를 뿜어내면서 했을 때가 또 있는가, 아니면 또 그런 순간이 올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Q. 공무원 시험 준비할 때 얘기해줄 수 있어요?

A. 처음에는 우습게 봤어요 뭐 그냥 되겠지 했어요 그냥. 근데 그게 아닌 거야 그 때 느낀 거는 공무원도 진짜 독하게 마음먹고 하려는 사람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냥 뭐 부모님 등살에 밀려서 오는 친구들도 많고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오는 친구들도 있는데, 그것도 정말로 내가 하고 싶다고 마음먹고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회의감도 들고 자괴감도 빠지고 폐인 생활도 해봤고 사실 사람 망가지는데 공시생만큼 좋은 것도 없어요 물론 그게 붙으면 행복하겠지만, 그렇다고 떨어진 우리가 불행해지냐, 그것도 아니거든요. 또 그리고 제일 크게 느꼈던 건 좌절. 자괴감 그게 진짜 장난 아니에요. 처음으로 살기 싫다는 생각도 해봤어요 근데 그럴 용기는 없거든 또. 그런 감정을 잘 몰랐을 때에는 0사람들이 왜 죽고 싶은지, 아니 그럴 바에 그 용기면 다른 걸 하지 그랬는데,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든 걸 이해할 수는 없어도 왜 사람들이 죽고 싶어하는지 이해는 가더라고요. 불현 듯 진짜 죽나? 어떤 느낌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혼자 밤에 한강을 걷거나 하면 저기 떨어지면 많이 아플까? 그런 생각도 들고.  

어느 날은 노량진에서 한강 쪽 노들섬 지나 그쪽을 걷고 있는데, 한 사람이 저보다 약간 어려보이는 한 친구가 공원에 주저앉아서 막 엉엉 울고 있는 거예요 그 사람을 보니까 위로해주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멀리서 좀 지켜보다가 “괜찮아요? 왜요 뭔 일 있어요?” 그랬는데 대꾸도 안하고 그냥 막 계속 울더라고요. 뒤에서 그냥 앉아 있었거든요 많이 힘든가, 계속 보고 있는데 문득 든 생각이 ‘그래, 나만 힘든 것도 아니고 좀만 더 마음 좀 다 잡자. 다시 뭘 하든 일단 너무 많이 생각하고 그러지 말자. 나만 힘든 것도 아니고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많을 텐데, 한 번 더 해보자’ 그랬어요. 그 때가 최종 결과 나왔을 쯤인가 그래서 저도 너무 힘들고 그랬었는데, 그 친구도 떨어진 건가 하기도 했는데 어쨌든 노량진 생활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    


Q. 힘들기도 했지만, 배운 것도 많을 거 같은데?

A. 그렇죠. 개인적인 거나 뭐 여러 가지. 배운 것도 많죠. 그런 현실에 부딪혔을 때 마음을 어떻게 먹어야겠다, 내가 하나 하려고 하면 진짜 마음먹고 제대로 해야겠다. 끈기도 가지고 끈기 있게 파자 하는 것도 많이 배웠고. 

그리고 아 진짜 해도 해도 안 될 때 그 때는 무조건 그거를 붙잡고 있는 것보다는 나는 그거를 너무 붙잡았거든요. 그러니까 사람이 망가지더라고. 그럴 때는 다른 길을 가는 것도 있으니까, 너무 미련하게 그러지는 말자 다른 길도 찾아보는 것도 회피는 아니다. 살면서 방법은 많으니까 다른 방법으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는데, 그런 생각? 조금만 돌아봐도 주변에는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었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고 하니까 그럴 때는 나를 한 번씩 깊게 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고집부리고 하는 것보다. 그거를 어떻게 보면은 열심히 한다고 합리화를 할 수도 있는데 그럴 때는 돌아보는 현명함도 필요할 거 같다는 생각이요.        


Q.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 제주도든 어디든 우리 같은 청년들이 다 진짜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행복하게.




당신의 푸른 시기(靑年)를 기록합니다.

서로 다른 청년들의 이야기가 모두에게 작은 힘이 될 수 있도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