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잘되는 공방보다 오래가는 공방

오래가는 태도에서

처음 공방을 시작했을 때

나는 ‘잘되는 공방’을 꿈꿨다.

사람들이 많이 찾고,

수업이 늘 예약으로 채워지고,

이름이 알려지는 공방.

그런 모습이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을 지나며

나는 조금 다른 질문을 하게 되었다.

내 공방은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


잘되는 것과 오래가는 것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한지 인테리어 액자 한지꽃이 피었습니다 나주공방


잘되는 공방은

어느 순간 만들어질 수 있지만,

오래가는 공방은

시간을 통과해야만 만들어진다.


잘되는 날은 생각보다 쉽게 온다.

어떤 날은 하루가 가득 차고,

어떤 날은 작품이 유독 잘 나가고,

어떤 날은 많은 관심이 모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날은 언제든 지나간다.


반대로 오래가는 공방은

눈에 띄지 않는 날들로 만들어진다.


아무도 오지 않는 날에도

작업대 앞에 앉아 있고,

반복되는 수업 속에서도

같은 마음으로 설명하고,

변화가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도

그 자리를 지키는 것.

그 조용한 시간들이 쌓여

하나의 공방을 만든다.

한지꽃이 피었습니다 나주공방


24년 동안 공방을 운영하며

나는 수많은 ‘잘되는 순간’을 지나왔다.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조용한 날들을 견뎌왔다.

사람이 적은 날,

결과가 보이지 않는 날,

괜히 마음이 흔들리는 날.

그 시간들이 나를 시험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 시간들이 나를 지켜준

시간이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오래가는 공방은

특별한 비결이 있어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크게 무너지지 않는 선택을

계속해 나가는 힘에서 만들어진다.


무리하지 않는 것,

지킬 수 있는 만큼만 해내는 것,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가는 것.

그 단순한 기준들이 시간이 지나며

가장 단단한 기반이 된다.



나는 이제 빠르게 잘되는 것보다

조용히 오래가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공방은 하루의 결과로 증명되는 공간이 아니라

시간의 누적으로 완성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조금 느려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오늘 할 수 있는 만큼 만들고,

지금 만나는 사람에게 집중하고,

내가 지킬 수 있는 리듬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결국 오래가는 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이 공방과 닮아 있는 것은 아닐까.


누군가는 빠르게 앞서가고,

누군가는 먼저 결과를 보여주지만,

결국 끝까지 남는 것은 자신의 시간을

지켜낸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만약

지금 마음속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조금 느리더라도 그 자리를

지켜보기를 권하고 싶다.


쉽게 흔들리지 않고

쉽게 포기하지 않고

그저 오늘을 하나씩 쌓아가는 것.

그 시간이 쌓이면 언젠가는

원하던 자리와 닿아 있게 된다.



오늘의 문장

잘되는 것은 순간이지만, 오래가는 것은 태도다.




이제 나는 공방이 잘되기를 바라기보다

이 공간이 오래 머물 수 있기를 바란다.

누군가에게는 잠시 머무는 취미의 공간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오래 기억되는

시간이 되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오늘도 여전히 같은 자리에 앉아

한지를 재단하고 붙인다.

눈에 띄지 않아도 괜찮다.


이 시간들이 쌓이면

결국 오래 남는 것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한지꽃이 피었습니다 나주공방


다음 10화는 "흔드릴 때마다 돌아오는 기준"으로

찾아뵐게요.


오늘도 함께 동행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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