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비교 대신 기록을 선택한 날들

비교는 나를 흔들고, 기록은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공방을 운영하며

가장 많이 흔들리던 순간은

생각보다 단순한 곳에서 시작됐다.
비교였다.

누군가는 빠르게 유명해졌고,

누군가는 SNS에서 큰 관심을 받았고,

누군가는 짧은 시간에 많은 회원을 모았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조용히 흔들렸다.


나는 왜 이렇게 느리지.

나는 왜 아직 이 자리일까.
작업대 앞에 앉아 있으면서도

마음은 자꾸 다른 곳으로 향했다.

어느 날 문득

이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계속 비교하다가는

내 시간마저 남의 기준으로

흘려보내게 되겠구나.


그래서 나는

작은 선택 하나를 바꾸기로 했다.
비교 대신 기록을 시작하기로 했다.

한지로 탄생한 나의 작품 기록 '나도 꽃'


처음에는 아주 단순한 기록이었다.


오늘은 어떤 작품을 만들었는지,

어떤 색을 선택했는지,

어떤 문양을 붙였는지.
회원들이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어떤 말을 남기고 갔는지.


그저 그날의 작업을

조용히 적어 내려갔다.
대단한 계획은 없었다.


다만 하루를

그냥 보내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기록은 생각보다 깊은 힘이 있었다.
처음에는 하루를 정리하는 일이었는데,
시간이 지나자 내가 걸어온 길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한지로 만들어 낸 SNS 작품 기록 '한지꽃이 피었습니다 갤러리 '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진 손,

지난달보다 단단해진 작품,

처음보다 편안해진 회원들의 얼굴.


비교하고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기록 속에서는 또렷하게 드러났다.

나는 그때 알았다.
성장은 비교할 때 보이는 것이 아니라

기록할 때 보인다는 것을 알았다.

돌이켜보면 나는 오래전부터

기록하는 사람이었다.


외할머니께서는

늘 말씀하셨다.


“적어야 보인다.”


일기를 쓰고,

용돈 기입장을 적으며

하루를 돌아보던 시간.
그 습관은 지금까지 이어졌다.


형태는 조금 달라졌지만,

다이어리에서 이제는 SNS까지.
나는 여전히 나의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나의 공방도 마찬가지였다.
특별한 방법이 있어서 버틴 것이 아니었다.


그저 하루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으려고

조용히 남겨 두었을 뿐이다.


어떤 날은

작품 하나가 잘 만들어진 날이었고,


어떤 날은

회원 한 사람의 웃음이 오래 남았고,


어떤 날은

그저 한지를 오래 만지다

집으로 돌아간 날도 있었다.


그 모든 날이

기록 속에서는 같은 무게로 남아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남을 덜 바라보게 되었다.


대신 내 기록을 더 자주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 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는 것을

조용히 증명하고 있었다.

그래서 요즘도 나는 기록을 남긴다.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의 작업을,

오늘의 마음을 짧게 적어 둔다.


아마 그 기록은

언젠가 또 다른 시간을 지나

다시 나를 붙잡아 줄 것이다.


오늘의 문장

비교는 나를 흔들고,

기록은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기록의 힘을 믿는 한지꽃이 피었습니다


이제 나는 안다.
오래가는 사람은

남보다 앞서려고 애쓰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시간을

꾸준히 쌓아 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작업을 마친 뒤 조용히 한 줄을 남긴다.


오늘도

한 장의 한지 위에

나의 시간이 쌓였다고 기록한다.


다음 제9화는 "잘되는 공방보다

오래가는 공방"으로 찾아뵐게요


오늘도 함께 동행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