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지키는 이름, 이름을 지킨 마음
어느 날, 등기우편 한 통이 도착했다.
눈앞이 하얘졌다.
“이 상호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단 한 줄. 그 한 문장으로 나는, 무너졌다.
손글씨로 만든 간판, 포장 스티커, SNS 계정까지. 모두 그 이름 하나로 쌓아온 나의 시간들이었다.
누군가, 먼저 상표등록을 했다는 이유이다.
나는 그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했다.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무엇보다… 속이 허전했다.
그 이름은 단지 상호가 아니었다.
내 손으로 만든 수많은 작품과, 그 안에 담았던 이야기들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름을 지을 때의 설렘, 포장지 하나에도 의미를 담고 싶어 고민했던 날들, 그 모든 기억이, 마치 지워지기라도 한 듯 흔들렸다.
그런데, 그 혼란 속에서 나는 나에게 묻기 시작했다.
“왜 하필, 그 이름이었을까?”
“나는 왜 이 일을 시작했을까?”
“내가 진짜 지키고 싶었던 건, 이름일까 마음일까?”
질문은 나를 깊은 곳으로 데려갔다.
기억 저편에 잊고 있던, 그날의 마음을 꺼냈다.
처음 한지를 만졌을 때, 얇은 종이 한 장이 꽃이 되어 피어나는 걸 보고 나는 마냥 행복했다.
손끝으로 탄생한 그 꽃은, 내 안에 있던 나를 다시 피워냈다.
그래서 나는 이 일을 ‘일’이 아닌 ‘살아 있는 시간’으로 받아들였다.
그 마음을 담아 만든 이름이었다.
‘한지꽃이 피었습니다.’
나는 새롭게 이름을 다시 적었다.
마음으로 쓴 문장 한 줄,
한지 위에 피어난 꽃처럼 다시 시작했다.
이름만 바뀌었을 뿐, 지켜온 마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브랜드는 이름이 아니라 그 이름에 담긴 철학임을 그 위기가 알려주었다.
이후 나는 상표 등록을 마쳤다.
10년에 한 번씩 연장하며, 내 브랜드를 스스로 지켜내고 있다.
공방에 붙어 있는 그 이름을 볼 때마다 나는 다시 다짐한다.
누구도 내 마음은 가져갈 수 없다고. 내가 살아온 시간과 앞으로 걸어갈 방향은
이 이름 안에 그대로 남아 있다고.
위기는 때때로 삶의 방향을 바꾸는 안내문처럼 찾아온다.
그 순간에 멈추지 않고,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다면
그 위기는 결국, 당신만의 언어가 되어 돌아온다.
- 오늘의 문장 -
브랜드는 이름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철학이다.
다음화 6화. 멈추지 않는 엄마, 세상과 연결되다 퇴사 이후, 아이와 함께 다시 설계한 하루. 가장 소중한 시간을 지키기 위한 엄마의 브랜드 운영법을 소개해드릴게요
오늘도 함께 동행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