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ce 1.5
평범했던 일상이 다르게 보였다.
일기에 적힌 이 멋없는 문장이 지금 다시 봐도 그 당시 내 감각을 표현하는 가장 사실적인 표현이었던 것 같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도 가족의 암 4기 소식을 접했을 때 이렇게 충격적으로 받아들였을까?
엄마는 나와 동생에게 말했다.
이럴 때일수록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너희의 역할은 너희 일상을 잘 지켜내는 것이라고
아빠 걱정은 너무 많이 하지 말고 대신 아빠한테 전화는 자주 해달라고 부탁했다.
지금도 생각난다.
부산에 있던 우리 가족들이 모두 서울로 올라와
1.5룸 정도 되는 작은 내 자취방 바닥에 앉아 근심걱정 가득한 얼굴로 고민을 나누던 모습이.
그날 처음으로 서울에서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출근을 한 날이었다.
유난히도 문 밖을 나가는 것이 두려웠다.
내 작은 자취방 안에서 나눴던 가족들과의 대화내용이 밖을 나서는 순간 진짜 사실이 되어버릴 것만 같았다.
나는 익숙한 길을 따라 회사로 향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과 내 일상을 잘 해내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 일단 그것만 하면 돼’
내가 서있는 장소에서 내 눈앞에서는 모든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사람들은 내 시야를 스쳐 지나갔고 가끔 웃음을 띤 사람도 있었다.
나뭇잎은 바람에 흩날렸고 햇살은 일정한 각도로 그림자를 드리웠다.
아스팔트는 밝은 햇살을 받아 밝은 부분과 그림자에 의해 어두워진 부분이 있었다.
햇살을 받은 것일 뿐이지 그 아스팔트의 색은 분명 하나였다.
나와 우리 가족만 빼고 모든 것들이 시곗바늘에 맞춰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괜찮을 거라 생각했지만
출근하고 익숙한 동료들의 밝은 미소 띤 얼굴을 보자마자 나는 무너져버렸고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이 터져버렸다.
마지막 힘을 다해 아무도 없는 계단으로 달려갔다.
너무나 익숙한 회사의 모습이 나를 더 서럽게 했다.
내가 서있는 이곳은 진짜 현실이었다.
그리고 그 현실 속에 생긴 엄청난 균열이 꿈이 아니었다.
아… 정말 그땐 몰랐다.
나는 그렇게 강한 인간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