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지

by 봄동아빠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중에 ‘난중일기’를 썼다. 카이사르는 갈리아에서의 전쟁 중에 ‘갈리아 전쟁기’, 폼페이우스와의 내전 중 ‘내전기’를 썼다. 두 사람 모두 죽음을 눈앞에 둔 전쟁 중에 글을 썼다. 왜 그랬을까?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나의 오랜 궁금증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비록 죽음을 앞두고 있지만 정말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면 그렇게까지 기록하고 글을 썼을까? 두 사람은 전쟁 이후를 생각한 것 같다. ‘조선은 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후손들이 이 기록을 보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해야 한다.’ ‘로마인들이여, 갈리아라는 지역은 이런 세계다, 나 카이사르가 이곳을 정복하고 있노라. 내 비록 동족(폼페이우스 세력)과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나로서는 어쩔 수가 없다.’ 모든 걸 포기한 심정으로 하루를 사람은 결코 기록을 남길 수 없다.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글을 쓰면서 희망을 찾든 희망이 있어 글을 쓰든 희망과 함께 글을 썼을 것이다.


밥을 먹는 것도 마찬가지다. 희망이 없으면 식욕도 사라진다. 죽을 것 같이 힘들면 밥이 목구멍에 넘어가지 않는다. 글쓰기가 희망과 맞닿아 있는 것처럼 밥은 삶의 의지와 연결되어 있다. 삶의 의자가 있으면 밥을 먹듯이 밥을 먹으면 삶의 의지가 생겨난다. 삶을 이어가려는 의지가 아주 조금이라도 있으면 목구멍에 밥을 욱여넣어야 한다. 밥을 먹지 않으면 몸도 ‘아, 이 놈이 죽으려는구나,’라고 반응하여 육체적 기능을 떨어뜨린다.(그런 것 같다.) 그런데 밥을 먹으면 몸도 ‘아, 이 놈이 살려고 애를 쓰는구나.’하고 힘을 내기 시작한다. (그런 것 같다.)


힘들고 우울할수록 입맛이 없어진다. 그럴수록 밥을 먹어야 한다. 힘들고 우울할수록 아무것도 하기 싫다. 그럴수록 기록하고 글을 써야 한다. 지금의 힘든 시간이 나의 끝이 아님을 자각해야 한다. 반드시 지금의 ‘힘듦’ 뒤에 ‘괜찮음’이 온다. 힘든 시간을 글로 기록해야 한다. 내가 왜 힘들었고 어떻게 견뎌냈는지 글로 남겨야 한다. 그래야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 힘들수록 희망을 잃지 말고 목구멍에 꼬박꼬박 밥을 밀어 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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