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파도 속으로
우리 엄마는 이따금 외국인과 결혼한 신혼부부 유튜브 영상을 찾아본다. 그들 영상을 바라보면 왠지 우리 동생 부부가 떠오른단다. 룸메는 올해 말 결혼한다고 나한테 청첩장을 전해줬다. 청첩장을 건네면서 룸메는 우리 우정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었다.
아픈 지 4년 반. 나는 아직도 견딜 수 없는 허리 통증 때문에 끝없는 상실감 속에 살고 있다. 어머니와 나, 룸메와 나, 이들과의 관계에 균열이 간 데에는 통증 탓으로 돌릴 수 없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나는 언제까지 내가 아끼던 것을 잃어야 하는지, 나는 왜 형기 모르는 벌을 받고 있는지 생각할 때가 자주 있다.
우리 엄마와 룸메가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 있다. "내일이라도 나을 수 있어! You might get better next year!" 내가 게이인 것을 외면했던 그들은 오늘날 아픈 나를 외면한다. 아픈 나를 바라보는 그들은 마음이 아프기 때문에 나하고 똑같이 아프다고 착각한다. 그들은 몸의 고통이 마음의 고통을 앞설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언젠가 엄마도, 룸메도, 나처럼 아프길 빈다.
지금 현재의 슬픔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다. 그래서 내가 관 속에 들어간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한다.
내 관은 대리석 석관이 아니라 물 위를 떠다닐 수 있는 목관일 것 같다. 나를 이 세상에 띄워주는 진통제들─리리카, 가바펜틴, 심발타, 멜록시캄, 울트라셋, 클로나제팜, 셀레콕시브─초록색, 주황색, 노란색, 흰색 파도가 내 관을 저 멀리 떠내려 보낼 것 같다.
아프기 전 한준희는 좋은 친구, 다정한 아들이었던 건 분명하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아프기 전 몸으로 돌아갈 수 없다. 마치 내가 다시 게이가 아닌 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듯이.
과거의 내가 그립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이 누군지 기억은 못 하지만 그리워한다. 그 사람을 다시 보고 싶은 미련이 있다. 모든 병을 고칠 줄 알아야 할 법한 의사도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 없다. 그들이 알던 한준희는 죽었다. 이제 우리 모두가 알고 있던 한준희에게 사망선고를 할 시간이다.
현재 시각 2026년 2월 24일 22시 28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