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AI는 의사를 죽여야 한다
나는 장례식이 결혼식보다 좋다
지난 4년 동안 무수히 많은 의사를 만났다. 룸메와 달리 그들은 주관이 엄청나게 명확한 사람들이다. 덕분에 나도 그들에 대해 내 주관이 명확해졌다. 의사는 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하루빨리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할 직군이다. 사귄 지 얼마 안 된 남자친구가 걱정되어서 내가 앓고 있는 증상을 GPT에 입력했는데 GPT가 내린 진단과 치료책은 다음과 같다.
1. 증상 및 원인에 대한 평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진단명은 만성 비특이적 요통입니다. 통증의 원인이 단일 구조물로 명확히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를 말합니다.
(1.1) 여러 구조물이 동시에 통증에 관여할 가능성: 디스크 내부의 손상 + 후관절 + 근막 통증이 함께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1.2) 영상 소견과 통증의 불일치: 4년 전 디스크가 '터졌다' 하더라도 현재 신경을 심하게 누르는 소견은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만성 통증에서는 MRI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내부 디스크 손상이나 만성 염증이 통증을 지속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2. 고려해 볼만한 치료 및 검사
(2.1) 재활 및 보존 치료 강화: 단계적 운동치료, 자세 교정은 만성 요통 관리의 핵심입니다. 통증을 조절하는 범위 내에서 점진적으로 운동 강도를 높이는 걸 권장합니다.
(2.2) 신경병증성 통증 약물 고려: 일반 진통제로 완화가 어렵다면 항전간제 또는 항우울제를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내가 제대로 된 진통제를 처방받기까지 2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의사들이 내 증상을 하나같이 가볍게 여기었다. 내가 아파서 잠에 들지도 못한다, 아파서 지하철 환승역에서 걷지도 못하고 옴짝달싹 못 한 적도 있다 말하는데, MRI 영상만 보고 내가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대학병원 의사도 있었으며(신촌세브란스 김** 교수), 디스크는 죽는 병도 아닌데 왜 계속 찾아오냐고 소리 지르는 대학병원 의사도 있었다(보라매병원 이** 교수).
너무 절박해서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 친구한테 줌 미팅을 요청했었다. 그 친구가 줌 미팅에서 묻는 첫마디가, “항전간제나 항우울제 처방 받은 적 없어?”였다. 항전간제가 무엇이며 항우울제를 왜 처방받았는지 물어보냐고 되물었다. 항전간제는 간질 환자한테 발작 증상이 일어나지 못하게 신경을 차단하는 약이라고 했다. 항우울제하고 항전간제가 본래 쓰임새 외에도 통증 신호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어서 만성 신경통에 쓰인다고 설명했다.
친구 말을 들은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무슨 대단한 신약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진통제로 흔히 쓰이는 약들이었다. 친구가 말한 약을 mg 수와 먹는 횟수도 정해서 의사한테 처방해달라고 요구하니 의사도 대수롭지 않게 처방했다. 약을 먹고 아파서 식은땀 흘리면서 깨고, 아파서 잠에 다시 들지 못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의사들은 환자 편에 있는 자들이 아니다. 그들은 사람을 살릴 수도 있지만, 죽이기도 하는 자들이다. GPT는 담담하게 “MRI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내부 디스크 손상이나 만성 염증이 통증을 지속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1.2)”라고 말하고, “일반 진통제로 완화가 어렵다면, 항전간제 또는 항우울제를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2.2)”라고 말하는데, 어째 사람인 의사들은 이런 말을 하지 못한 것일까?
사람한테 내 몸을 맡겨서 죽느니 차라리 인공지능한테 죽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빨리 GPT가 세상을 정복해서 의사들도 다 죽이고 나도 같이 죽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