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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원 May 15. 2022

저널리즘은 가라,
'저열리즘'의 시대가 왔다

언론에 지조나 줏대라는 게 있긴 한가요? 


대통령 당선 이후, 뉴스를 보기 힘들어졌다. 나만의 문제는 아닌 듯, 주위에 뉴스보기 싫다는 분들이 넘쳐난다. 좋게 말하면 대통령이 바뀌면서 어색하기 때문일테고, 보다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선거 결과에 따른 분노나 짜증 등 복합적인 감정이 혼재해 있어서 일테다. 


나는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을 아예 보지 않았다. 하루 지나서 '자유'만을 서른 다섯번 부르짖은 문제의 연설문을 보고 연설장면만 클립으로 찾아 봤을 뿐. 하루, 이틀 동안은 뉴스를 보는 것이 고역이었고 그 이후로 아직까지도 뉴스나 기사에서 얘기하는 '대통령' 윤석열, '여당' 국민의힘, '야당'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단어들이 참 어색하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변화된 상황'이 아니라 언론이 그 상황과 대상을 다루는 방식 때문이다


똑같은 이슈인데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똑같은 이슈인데 조명하지 않고, 별 쓸데없는 이슈를 조명하는 언론의 모습이 정말이지 놀랍다 못해 기함, 경악스러울 수준. 가만히 보고 있자니 어이가 없어서 오래간만에 브런치를 켰다.




똑같은 이슈, 똑같은 아나운서가 정부에 따라 해석과 용어를 자유자재로 써서 전하는 모습 


언론이 저지른 만행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표현하는 말이 다르다?! 

'저널리즘 가치 0' 찌라시 수준의 김건희 패션 보도

두 대통령의 NSC, 안보관에 대한 편향된 보도

시민의 출퇴근 불편에 대한 '눈가리고 아웅'식 보도

조국을 앞세워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던 언론인들의 '한동훈' 지키기


단순 생각나는 대로 썼을 뿐인데 이정도. 아무리 정권이 바뀌었지만 지킬 도리는 있는거지, 뭐? 문재인 정부의 집값은 '한숨만', 윤석열 정부의 집값은 '기대감으로 들썩?'  


... 이건 아니다.


먼저 문재인 정부의 집값은 내내 화제였다. 특히 대통령의 지지율은 물론, 선거판에도 계속적으로 악영향을 끼친게 바로 집값 문제.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 문재인의 대항마를 자청하며 지속적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말을 해왔다. 그런데 어떠한가?


인수위는 끝끝내 부동산 문제를 구체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정부 출범 이후로 미룬다는 공염불만 줄줄이 욌을 뿐. 집무실 용산 이전이니, 뭐니하는 얘기에 부동산 문제는 후순위로 밀려났었다. 이를 아는 사람이 많을까? 글쎄. 집값이 올랐다는 얘기, 문재인 정부에서는 '한숨'만 나온다고 표현하고 윤석열 정부에서는 '기대감에 들썩'댄다고 표현하면서 사람들을 호도해온 언론이 이를 조명했을리가. 


사람들은 언론이 말하는 대로 세뇌가 된다. 언론이 키우면 커진다, 언론이 키우고 싶지 않으면 커지지 않는다. 언론이 주목하지 않으면 잊혀진다. 그게 언론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계속 언론을 향해 '정론직필, 정론직필' 부르짖는 거지. 윤석열 정부 들어서의 집값 문제는 언제 나왔냐는 듯이 아주 쏙 들어가 버렸다. 




이딴게.... 기사?!


찌라시 수준으로 찍어내던 김건희 여사의 패션 보도는, 저널리즘 가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쓰레기 같은 기사 일색이었다. 대체 내가 보고 있는 게 정치면인지, 아니면 연예면인지. 헷갈릴 정도로. 언론이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노란색 스카프가 세월호를 의미하는 거라고? 치마가 얼마라고?정장을 또 입었다고? 그래서 나는 저런 류의 기사들을 AI 기자의 기사라고 믿어버리기로 했다. 생각이라는 걸 하는 사람이 뭐가 완판됐녜, 어쩌녜 쓰면서 돈 받아먹기 창피했을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NSC 참석에 대한 시각은 더 가관이다. 


사진은 차례로, 윤석열 정부 취임 후 /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똑같은 현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일만에,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일 만에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 게다가 최근 미사일은 무려 3발이었다, 3발!


문재인 정권때는 NSC 소집 여부와 시간을 들어 거품물던 언론이, 출퇴근 대통령 앞에서는 입을 다물었다. 아마 제목은 'NSC말고 점검회의? 아슬아슬 문정부 안보관' 정도의 헤드라인이 꼽히지 않았을까. 


현 정부의 점검회의에 대해서는 '북 도발마다  NSC 소집은 비효율, 이정도 도발에 대통령 나올 필요 없다, 총리랑 국정원장이 없어서 NSC소집안했다' 등 대통령실 변명을 퍼나르는 기사만이 일색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때도, 박근혜 정부 인사들과 NSC를 소집했다는 점에서 '대통령실 발 가짜뉴스'임이 드러났다.


바꿔서 생각해보자. 아마 문재인 대통령이었다면 안보관을 지적당했고, 김정은의 하수인이라며 한참 조롱당했을 일이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정말 그랬을거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인사가 없어 회의를 소집 못했다고? 도발 수위가 경미하다고?



이 외에도 지적하지 않은 문제가 많다. 아직 더 남았다. 예를 들면 김건희 여사가 경찰견을 껴안고 있는 사진은 공개된 경위가 의혹 덩어리다. 사진이 <연합뉴스>에 의해 '독자 제공'으로 풀리면서 "이웃 주민에게 목격됐다"고 전했지만 김건희 여사의 포즈나 구도, 근접촬영자의 그림자 등에 비춰봤을 때 이웃주민이 아닌 김씨 측근이 찍은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채 해소되지 않았다.


이런 언론의 행태, 과연 뭐라고 불러야 좋을까? 


외면과 선택적 보도,그 이면의 정략적 판단. 불리한 사안에 대한 악랄한 용어 선택. 그로 빚어낸 총체적 난국.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잘못됐다. 언론의 저열리즘. 아무리 허니문이라지만 이런 막장 언론보도를 5년간 봐야한다는 게 몸서리 쳐질 정도다. 차라리 상황을 모르는 일반 국민들이 댓글을 달고 잘못된 주장을 하는 거면 차라리 낫겠다. 알만큼 알고 배울만큼 배우고 구를만큼 구른 분들이 찌질하게 왜 이러실까? 





정정보도란의 현실, 니들이 언론 맞아?


포털 <다음>의 정정보도란 1페이지와 2페이지. 조선일보, 중앙일보가 눈에 띈다. 압도적인 조선일보. 40개 중 무려 21개!


팩트 체크 하나 제대로 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기사를 찍어내고는 덜렁 [바로잡습니다] [정정보도] 등의 빈약한 제목을 달고서는 또 같은 짓을 반복한다. 정정 보도 페이지 40건 중에 무려 21건이 조선일보가 압도적이다. 


언론사도, 소속된 기자도, 기자가 쏟아내는 기사들도. 어느 것 하나 마음에 흡족하고 진리에 합당한 것이 없다.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것, 시각에 따라 보도를 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정치 관계자의 숙명이라지만 최소한 본인들 이름걸고 얼굴걸고 창피한 짓은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더라도, 조금만 더 품위있게 할 수는 없을까? 박근혜 대통령 집권 당시에는 어리고 잘 몰라서 체감하지 못했던 '언론 장악의 문제'를 이제 취임 일주일도 안됐는데 벌써부터 느끼고 있다. 그것도 정부의 직접적인 압력보다도 오히려 언론 본인들이 좋아서 기사를 갖다 바치는 느낌이 든다는 게 더 환멸난다. 


뉴스를 볼 때의 피로감, 정말 극심하다.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스트레스다. 대학 때 미디어 리터러시를 배우면서도 중요성에 대해 크게 공감하지 못했었는데, 국회 내 실사정을 누구보다 속속들이 아는 사람이 되다 보니까 '뉴스를 볼 때, 그 뉴스의 사실관계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 애석하다.


단어와 행간에 담긴 의미를 잘 읽어내면서도, 내용도 팩트체크를 해야 한다는 것. 


현대인은 더 이상 눈만 가지고는 기사를 제대로 읽어낼 수 없는 풍토병에 걸렸다. 이젠 뇌도 있어야 한다. 의미를 따져가며 읽어야 한다. 배경지식을 알고 있어야 한다. 언론이 기사를 쓴 이유를 해석하며 읽어야 한다. 이는 '한국의 K-저질 언론'이 만들어낸 고질적인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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