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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원 Oct 11. 2021

날카로웠던 모든 것이 무뎌지는 곳, 대한민국 상부층

박영수 특검과 화천대유에 대한 단상


화천대유와 박영수 특검

요 며칠, 화천대유를 둘러 싼 기사가 연일 끊이지 않고 있다. 11만% 기적의 수익률. 퇴직금으로 50억을 받은 7년차 대리의 퇴직 이야기. 산재명목으로 받은 천문학적인 금액에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그의 산재기록.한번쯤은 이름을 들어본 사람들이 고문으로 있는 멋진 회사!대한민국 대통령 후보와 국회의원, 검사와 얽혀있다고 말이 참 많은 그 회사, 말이다.


특히, 박영수 특검이 화천대유에 연루되어있다는 게 나에겐 더 큰 충격이었다.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그의 딸이 화천대유 아파트를 6억에 분양받았다니. 그 뿐만 아니라 직접 뇌물도 받았다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특검으로 활동하며 윤석열을 띄우고, 조윤선 전 장관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정부인사들을 구속하고 삼성 이재용 부회장까지 구속해 넣은 전설의 특검이었다. 대나무 같고 강직하다 느껴지기까지 했던 그였다. 그가 몰락한다. 정유라가 받은 '말'처럼, 그는 포르쉐와 딸의 직장, 아파트, 뇌물을 받았다.



내가 보는 대한민국의 최상부

대한민국은 심각한 불신병에 걸려있다. 국민들은 대한민국을 믿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하루가 멀다하고 정치인과 검찰, 그외 '높으신 분'들의 부패한 이야기를 전해듣고, 그들은 분노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것 처럼 보인다.


내가 요즘 즐겨보는 방송프로그램 중,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이야기, 당신이 혹하는 사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는 궁금할만한 소재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송이다. 수지킴사건, 아웅산 테러사건 등의 사건들이 '검찰과 경찰의 잘못된 수사와 정치인의 외면과 부정부패로 인해 아직까지 해결이 되지 않고 있고, 이러한 대한민국의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이 현재까지 되풀이 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기억해야 한다'로 마무리 지어지는 포맷이다.



진짜 상층부는 '이것' 해야 한다.

국민들은 '으레'그래야 한다는 당위성에 희망을 건다. 믿음을 주고, 그 믿음이 배반당해 뉴스를 보며 욕을 하고 국정을 논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은? '이젠 좀 지겹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나쁜 놈들'은 반복하고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같은 실수를.


국민이 거는 희망의 크기 만큼, 소명을 띈 우리들은 일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회는 항상 날카롭게 칼을 벼려야 한다. 각종 부정부패가 더이상 일어나지 않게, 쓰레기처럼 냄새가 나는 곳은 없는지 곪은 곳은 더 없는지 계속해서 감시하고 감시해야 한다.


다른 분야의 고위 공직자들도 그렇다. 본인이 공인이라는 점을 깊이 새기고 본인의 행동이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방향이 맞는지를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사건사고에 연루된 그 '어른'들도 장래희망 한 켠에는 멋있는 직업들을 적으면서 '부패한 놈들 때려잡겠다'다짐했을 게 분명하다. 그의 소박한 희망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사소한 곳에서도 국회의 뭉개진 모습이 느껴진다.

국회가 모든 것의 답이 되진 않겠다. 내가 경험한 세상이, 내가 보는 눈은 마치 희안한 렌즈여서 안좋은 점이 더 잘보이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도 사소한 곳에서 국회의 뭉개진 모습들을 느낀다.


조금 소개하자면, 국회는 이상한 공간이다. 올해(작년인가)에 겨우 층별 분리수거함과, '음식물쓰레기통'이 생겼다. 그 전까지 분리수거란 없었다. 처음 그 이상한 관습에 적응할 수 없었다. 그저 먹은 것을 봉다리째 잘 쓰레기통에 올려 놓고 급하게 자리를 뜨는 사람들. 미화여사님들에게 2-3층의 쓰레기를 '맡기고 얹어놓을' 뿐이었다. 나는 매번 음식물 쓰레기를 들고 난감해하며 이곳저곳을 전전했다. 미화여사님이 얹어놓으면 된다는 말에 '이건 아닌데'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플라스틱과 일반쓰레기, 음식물쓰레기가 섞이지 않게'따로따로 분리해서 놔두는 것 뿐이었다.  

 

선물도 많이 받는다. 과자나 빵, 커피, 과일 등. 하나씩 들어오는 작은 성의들, 처음엔 '이래도 되나?' 눈을 굴리며 '저는 안받을게요' 거절하던 마음이, '김영란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말에 가격을 확인하고 의심을 하는 나로 발전하더니, 이제는 그 경계심조차 풀어져 날선 각도 세우지 않고 대충 거절하는 내가 됐다. 이런 모습, 당연하니까. '이런 모습의 조직'을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건 비일비재한 모습이, 국회의 현주소다.


국회의 사소한 곳에서 느끼는 것도 이렇다.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되고, 되려 당연하지 않던 것들이 당연하다 못해 능숙해지는 신비의 공간. 평범한 직원일 뿐인데도 느끼는 이 '뭉근한 틈새'는, 분명 내 자리가 문에서 멀어지면 멀어질 수록 내 구석구석에 비와 눈, 오물을 가득 채우고는 내 자아를 부숴버릴 거다. 그래서 나는 내가 느끼는 모든 것들을 여전히 경계하고 있다. 부셔지지 않기 위해.  



더 높은 자리, 더 높으신 분들은 어떤 기분일까?

그들이 겪는 '뭉개지고 일그러진' 부분이, 나는 참 궁금하다. 정의를 부르짖고, 옳은 것을 행하기로 약정하고 들어온 이들이 보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그들의 법원은, 검찰청은, 정부부처는, 그들만을 위해 존재하는 사무실은, 그들이 사는 세상은 대체 어떤 모습일까. 예상하건데, '그들을 봐주는 편의'가 '그들이 봐줘야 할 편의'보다 그들이 은신하는 건물의 크기 만큼은 넓을 거다. 그러면서도 본인이 받는 편의는 보이지 않아서, 하나 둘씩 정신과 몸에 침투해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50억 퇴직금으로, 뇌물로, 아파트로 돌아 오겠지. 그것조차 당연하게 여기던 그는 결국 갉아진 본인의 밑둥을 눈치채지 못한 채로, 손튕김 한 방에 쓰러질 거다.


안타깝다. 이런 '그'가 그리고 대한민국이. 무엇보다 국민이. 구조적인 문제라고 퉁치면서 허허실실 넘어가야 할지. 고고한 학처럼 모든 것에 벽을 치고 그 구역의 아싸로 살아가야 할지. 신념을 지킨다는 건 큰 파도가 덮치는 위협속에서 살아남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작은 비바람을 막아내는 일이기도 하겠구나.



칼을 쥔 사람들은, 무뎌지지 않는 방법에 대해, 무뎌지지 않도록 계속 고민해야 한다.

국민들과의 접촉면을 늘려야 한다. 시민 감정과 괴리되는 것은 사무실에서 전화만 받고, 민원인들을 응대하고 각 종 일들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감정과 삶을 100프로 헤아리기엔 역부족일 수 밖에 없는 일의 특성상, 그럼에도 감성을 잃지 않도록 부던히 노력해야 한다. 또한, 계속해서 본인을 돌아보면서 본인이 몸에 품은 칼을 벼르고,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한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도록' 그 자리에서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저항하자. 그리고 어린 시절에 만든 그 꿈을 내다 버리지 말고 큰 눈덩이가 되도록 굴리고 또 굴리자. 작은 때부터 천천히 '본인의 작은 당연함'부터 지키면서 살자.


본인의 소명에 맞는 일을, 우리는 해야 한다. '반드시'. 그 일이 힘들더라도, 때론 안힘들더라도, 계속해서 힘주어 살아내야지. 있는 자리에서 의문을 던지고 그 의문으로 더 많은 이들을 동요하게 해야겠다.


누군가에게 꿈을 품게했을 그였다. 국민의 희망이었을 그였다. 이번 검찰은 다르다고 우리가 상상만 했던 '바로 그 일'을 해냈다고 엄지척 박수를 치게 했던 그였다. 아쉽다. 그런 사람의 몰락이. 더 아쉬운 건 그가 몰락하는 과정이 내가 묘사한 그 것과 다르지 않았을 거라는 예상이 애석하다못해 슬프기까지 한다. 다른 건 지켜냈을지 모르지만, 그의 신념과 가치는 결국 지켜내지 못해 못난 마무리를 맞이 했다.


마지막으로, 고개를 숙인 그들에게 한마디하며 글을 마치고 싶다. 그들은 너무 많이 들었을 상투어겠지만, 그래서 난 그를 찌를 수 없겠지만.



높으신 분들이 그러시면 안되죠.



그의 초라한 끝을 비난하며, 이상 글을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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