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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원 Aug 16. 2021

이 맛에 국회에서 일합니다

국회가 존재하는 이유가 여기있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뉴스가 피곤한 나, 그리고 우리

호기롭게 국회 일기를 쓰기로 결정하고 나서, 부끄럽게도 한편만 쓰고는 말아버렸습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귀찮았습니다. 시니컬하게 말해봤지만, 저에게 귀찮다는 말은 바쁘다는 말의 동의어 기도 합니다. 첫 글을 쓴 이후로 쏟아지는 선거 일정과 국회 일정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습니다. 업무에 에너지를 너무 쏟다 보니까 막상 저에게 쏟을 시간이 없어지더라고요.


아니, 사실 좀 더 솔직하자면 저 스스로가 국회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던 탓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뉴스에서 나오는 안 좋은 소식들, 정치인의 비리, 정치적 재판과 수사들. 국회에서 일하는 저조차 부정적인 감정들로 나가떨어지게 했습니다. 한국사회 내의 각종 분열을 해결해야 할 정치인들이, 정작 국회 내의 갈등조차 제대로 봉합하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과연 정치가 필요한 건가 하는 자문을 하는 시간이 제게 필요했습니다.


우리 삶을 이롭게 하는 게 정치라고 배웠건만 어쩐지 뉴스를 보는 내내 마음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자신감이 없어졌습니다. 과연 한쪽에 치우침 없이 정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가능한 일일까, 이 시대에 정치를 말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일까 하고요.



우리의 삶과 뗄 수 없는 뉴스, 그리고 정치


그래도 말을 해보려고 합니다. 우리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 곧 정치라고 믿으니까요.


잠깐 우리의 하루를 살펴볼까요. 아침에 일어나서 먼저 '네이버' 어플을 켭니다. 어플을 켜면 바로 앞에 '뉴스'탭이 뜹니다. 하룻밤 사이에 어떤 뉴스가 새롭게 떴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출근하면서는 팟캐스트를 듣습니다. 근무시간 잠깐잠깐 들어간 '카카오톡'의 '#뉴스'탭은 우리의 시선을 빼앗는 기사거리들로 가득합니다. 부동산 정책이 어떻고, 조국 재판이 어떻고 자극적인 헤드라인에 눈길을 빼앗깁니다. 필요한 걸 검색하다 어쩌다 들어간 커뮤니티에도 뉴스 이야기가 하루 종일 가득합니다. 가끔 이슈가 되는 기사들은 우리의 카톡방에 침투해 주변 지인들이 퍼 나르기도 합니다.


우리는 하루 평균 80.1분 뉴스를 본다고 합니다. 가장 뉴스를 안 본다는 20대 조차 66.2분이나 뉴스를 본답니다. (참고: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보고서, 한국 언론진흥재단) 뉴스를 보면 긍정적인 마음보다는 부정적인 감정이, 희망보다는 절망이 솟구칩니다. 우리는 그럴수록 점점 더 정치를 혐오하게 되죠.



부들부들...



그때, 바로 그때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국민의 혈세를 야금야금 받아먹는 저 정치인들과 국회의 존재 이유죠. 뉴스를 틀면 맨날 나오는 정치인들만 나오고, 그 조차도 일은 안 하고 이합집산을 거듭하니 국회라는 존재에 근본적 의문이 들 수밖에요.



대체 저 것들 뭐 하는 거야?


다행히 21대 국회에선 상황이 좀 나아지고 있습니다.


국회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법안 잘 만들라고 300명이나 국회 보내 놨건만, 각 분야 전문가와 엘리트들이 300명이나 모였는데도, 뭐 하나 잘하지 못하고 우당탕탕 잇속만 차리기 바쁜 것 같습니다. 각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 마저도 요새는 더 큰 절망으로 빠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원들은 답답합니다. 지난 선거 때 개혁 과제 좀 이뤄내라고, 180석을 몰아줬건만 일하지 않는 저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 가슴 한편이 답-답하죠. 그냥 밀어붙여버리면 탄핵을 제외한 거의 모든 안건의 통과가 가능하거늘! 저 당은 당최 무엇을 하느라 일을 안 하는 건지요.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당을 꺾어내고 대선 승리 좀 하라고 개혁의 바람을 불어넣었더니만 양 옆에서 개혁의 풍선을 물어뜯어 바람 빼기 바쁩니다.


다시 반문해봅니다. 대체 국회는 왜 존재할까요? 왜 있어야 할까요?



국가의 주인인 우리


우리는 국가의 주인입니다. 그러기로 했습니다. 헌법 1조에, 초두에 써놓을 만큼 가장 중요한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임시정부의 수립으로 왕정시대에서 개인 주권시대가 열렸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통해, 대한제국을 계승(=대한)하면서도 국가의 주인은 왕이 아닌 국민(=민국) 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1910년 경술국치 이후, 임시정부는 왕을 다시 세우겠다는 이전까지의 움직임을 완전히 단절시켰고 우리나라는 전제군주정에서 민주공화정으로 변화했습니다. (*민주공화정: 민주주의와 공화제를 모두 다 실시하고 있는 국가. 여기서 공화제란,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정치체제를 의미합니다. 공화정과 민주정은 굉장히 비슷한 단어라고 이해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세계는 어떨까요. 세계의 움직임은 보다 더 빨랐습니다. 고대 로마에서 공화정 개념이 싹을 틔우고 추후 개념이 이론화됐습니다. 하나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한 사실은, 세계 최초로 헌법에 민주공화정을 명시한 것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라는 사실입니다. (참고: "헌법에 민주공화정 명기한 건 임정이 세계 최초", 조선일보) 이 사실을 알고 저는 살짝 국뽕에 취했습니다...


왜 우리가 국가의 주인이라는 진부한 이야기를 했냐고요?



그걸 알아야 우리가 대체공휴일 같은 꿀을 한번 더 빨 수 있습니다


대체공휴일법,


최근, 단비 같은 정치 소식이 있었습니다. 바로 대체공휴일법의 통과입니다. 쉬는 날을 4번 더 늘리겠다고 민주당이 두 팔 걷고 나섰죠(법 통과 이후 국무회의에서 크리스마스의 대체공휴일은 빠져서, 결과적으로  4번이 아닌 3번 쉬게 됐지만)


그 덕에 오늘도 우리는 쉬고 있습니다. 정치가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거냐, 자주 묻는 우리들에게 실질적으로 체감이 되는 기쁜 소식이자 정말 귀한 소식이었죠.


누가 반대하나 싶은 대체공휴일법도 사실은 통과되기까지 다양한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반대 주체는 바로 행정부처와 경제단체, 그리고 야당이었죠.



하지만 결국 이들도 두 손 두 발 다 들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국민들의 뜨거운 열망 때문이었죠. 경제적 논리와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배제(이것도 여러모로 할 말 참 많습니다만.. 길어질 것 같아 줄입니다)를 이유로 끝까지 반대하던 야당과 정부부처는? 국민이 원하는데 하는 수 없죠. 결국 법안은 본회의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가 됩니다.



압도적인 초록불



이게 국회의 존재 이유입니다. 주인이 대리인을 세웠습니다. 바지사장을 세웠는데 이 사람들이 잘하는지 계속 살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바지사장이 실권을 갖지 않도록 계속 감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국민들이 원하는 법을 만들도록 계속 당근도 줬다 채찍도 줬다 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계속해서 감시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좋은 정치/법안/정책인지 아닌지 평가하는 안목을 길러야 합니다. 단순히 '야당 반발', '퇴장', '강행' 등의 단어에 가려진 것이 없는지 언론을 매서운 눈으로 살펴야 합니다. 정치인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고 있는 건지 국회에도 항상 매서운 회초리를 들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국회 내부자인 제가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저는 민심은 진정 물이라는 생각에 소름 돋을 때가 많습니다. 독단과 아집을 부리는 정치인들도 민심이 뒤집어엎어버리면 끝내 뒤집히고 맙니다. 국회는 여러분이 운영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시 강조하겠습니다. 국회는 여러분이 제어하는 대로 굴러갑니다. 비록 느리지만, 반드시요.


아무래도 300여 명의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원외 인사(=국회 밖 정치인), 이익집단, 회사 등 각종 이해관계가 얽혀서 진행되는 것이 법안의 통과이고 정치의 전부이기 때문에 국민이 체감하기에는 매우 더디고 또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매일 뉴스를 접하기 때문에 숲보단 나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빠르게 나무들을 스쳐가기 때문이니까요.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정치인들을, 국회를 변화시키는 사례가 얼마나 많은데요.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정책을 누더기로 만든 것(표현이 좀 적나라합니다만, 민주당의 입장을 국민이 꺾어서 국민의 뜻을 관철시킨 사례가 되겠지요), 대체공휴일을 저지하려는 국민의힘을 꺾고 큰 열망으로 그 법안을 온라인에서 지지한 것, 정치인을 향한 문자 폭탄 등의 적극적인 행사 등으로 크고 작은 정치인들의 선택들이 수시로 바뀝니다. 이에 따라서 서로 의견을 같이하던 정치인들이 의견을 달리하기도 하는 상황들은 얼마나 재밌고 짜릿한대요!


8월의 중반을 지나고 있는 21대 국회, 21대 국회에선 다행히 좋은 법안이 많이 통과되고 있습니다. 대체공휴일법을 비롯해 중대재해처벌법(완성도가 어쩔 수 없이 아쉽습니다만), 손실보상법, 이해충돌방지법. 우리가 이름을 들어본 법안만 해도 이 정도고요. 필수 노동자를 지원하는 필수노동자보호법, 고용차별을 막는 남녀고용평등법,  학자금 대출 이자를 취업 전까지 면제하는 학자금 상환 특별법 등도 통과됐습니다.


여러 법안의 세부적인 내용은 직접 문제 상황과 직면한 국민들의 마음에 모두 차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민심을 100프로 반영하지 못하는 법안들에 오히려 화가 날 때도 많죠. 하지만 그런 결과조차도 국회의 존재 이유입니다. 점점 더 나은 사회로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정치인들의 존재 이유이자 우리가 국회를 감시해야 할 단 하나의 이유입니다.


앞으로 국민의 마음을 반영한, 어떤 좋은 법안이 더 통과될지 계속해서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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