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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원 Oct 30. 2022

국회에 목소리가 닿지 않는 사람들

a.k.a 효과적으로 민원 넣기

(1) 국회에서 일하는 사람의 직장경험은 대한민국의 역사와 맞물린다. 뇌리에 남는 단편적인 기억이 있다. 그중 하나가, (누구인지 말은 못 하겠지만)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한 사건의 사망자 아버지가 회의장에서 법 통과를 호소하면서 울분을 터뜨리다가 방호직원에 의해 쫓겨나는 장면이다. 우람한 직원들에 둘러싸여 울면서 악지르던 그분의 모습. 그 울음소리와 모습이 참담하고, 가슴이 가라앉듯 철렁하여 여전히 이따금 생각난다.


(2) 이렇듯 국회에 목소리가 닿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 대부분은 닿아야 하지만 닿지 않는 이들이다. '피해자', 혹은 '그들의 가족들'. 국회는 너무 많은 국가적 피해와 관련된 집단이라, 피해자라고 해서 모두 만나지 않는다. 일 하면서 그런 경우를 많이 봐왔다. 약자라고 해서 모두에게 귀 기울이지 않는다. 잔인한 처사다. 나는 국회가, 국민의 고통을 해결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모두가 고통에 점점 무뎌지고 무심해진다. 피해자의 눈물로 써 내려간 법안들은 자꾸만 적체되고, 자꾸만 후순위로 밀리고, 법안 통과를 위한 상황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면 관련자들은 애간장 타는 하루하루를 보내야 한다.


(3) 국회 1층에는 스피드게이트가 있다. 국회를 지키는 방호직원의 수도 상당하다. 집시법에 의해 국회 내에서는 집회나 시위가 금지되어 있다. 날것의 목소리가 바로 닿기는 어려운 구조다. 국회에 입장하는 절차는 다음과 같다. 먼저 경찰들이 서있는 대문에서 1차적으로 걸러진다. 수상한 행색을 한 이들은 경내에도 입장하지 못한다. 그 외 모든 이는 1차 스피드게이트를 거쳐, 의원실 확인 절차를 거쳐서, 신분증과 방문증을 바꿔 들어간다.  


(4) 그럼에도, 간혹 깊은 아픔을 품은 민원을 가지고 국회 입성에 성공하는 국민들도 있다. 정의당, 민주당 의원실의 협조를 얻어 들어오거나, 다른 안건으로 들어와서 모든 의원실을 돌며 민원 접수를 하는 케이스.


(6) 민원인들과 국회 직원들 모두 지친다. 민원인들은 감정 소모로 에너지를 많이 소진하고, 국회 직원들도 가끔 자행되는 폭언에 정신적 상해를 입는다. 그동안 나는 피해자, 민원인에 감정이입을 많이 한다. 많이 다. 하지만 국회에서 일하다 보니 그 입장도 이해가 된다. 참 안타까운 일이지.


그래서 나는 내 집단을 비난하면서도 나 스스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종종 자괴감에 빠지곤 했다. 그런데 언젠가 누가 그런 말을 했다. '세상이 왜 이러냐고 투덜대기보단, 내가 촛불 하나 켜는 게 낫다.' 그 말을 듣고 나서 내 삶의 양태가 조금은 바뀌었다.  그래서, 내가 그래도 잘할 수 있는 글로, 내 생각을 두서없이 풀고자 한다.


민원인들을 위해, 본인의 상황을 알려야만 하는 이들이 알아둔다면 참 좋을 몇 가지 점들.


가장 먼저, 자조적이지만 나는 국회에 들어올 수 있는 이들은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1. '투쟁조끼'가 아닌 '양복'입은 이들

  2. '모든 걸 빼앗긴' 사람보다는 '하나라도 빼앗기기 싫은' 사람들

  3. '외로운' 이들보다는 '인맥 많은'이들.

  4. '대변자가 없는 약자'보다는 '권력자의 대변인'들

  5. '시급한' 이들보다는 '급할 것 같은 이들'  



이러한 국회의 무정함을 먼저 감안하자. 몸담은 조직이라는 게 부끄럽지만 국회의 적나라한 특성이 이렇다. 나는 피해를 입은 이들이 그 피해를 넘어, 후속적인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생의 끝까지 부차적인 고통 속에 살아가는 게 정말 너무도 싫다. 오로지 본인을 위해서, 보다 효율적으로 민원을 제기해야 한다.


내 목소리를 국회에 닿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항상 고민했다. 국회 내부자로서 민원인이 알아두면 좋을법한, 효과적으로 민원 넣는 법을 공유한다.


  1. 국회의원 면담/민원 제기를 하고 싶다면, 다음 키워드를 참고하면 확률이 올라간다.

- keyword : 야당, 정의당, 초선, 비례대표, 국감스타

- 민원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들 : 이들에겐 모두 메일을 넣는 것이 좋다.

- 의원별 관심분야 공략 : 여러 뉴스를 참고하여 관심 있을만한 의원 찾기

- 유튜브 구독자 수가 많은 의원 : 이슈 파이팅을 할 여력이 많다.


  2. 메일이나 우편을 보냈다면 드시 의원실에 확인 전화를 하자. 세 번 정도는 해도 된다. 확답이 없는 한 (솔직한 심정으로) 그 이상은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한다. "검토해보고 연락을 주겠다."는 말에 속지 말자.


  3. 피해 내용을 최대한 많이 수집하자. 그리고 '정리하여' 공유하자. 피해 내용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해당 내용을 1p 가량으로 줄이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의원실엔 민원이 쏟아지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 할 작업이다.


  4. 언론사, 시민단체, 변호사와 함께할 수 있다면 반드시 함께하라.


  5. 폭언이나 폭행, 협박, 그리고 '땡깡'은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게 한다. 민원인들을 위해서라도 꼭 얘기하고 싶은 항목이었다. 국회 직원이 아니라 민원인에게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비폭력적인)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분명한 도움이 되나 폭력적 요소가 개입하거나 막무가내로 구는 순간, 그 민원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보는 게 맞다. 정치라는 게 참 어려운 것이, 여러 이해당사자의 이득과 얽혀있다는 점이다. 그를 무시해서 민원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이익을 조정하는 것이 너무나도 어렵다는 상황을 이해하고 대화를 해야 한다. 





 우선 생각나는 대로 풀어내 보았다. '안타까움'의 감정 탓에 민원인들도 본인의 목소리를 잘 낼 수 있도록 이전부터 도울 수 있는 한 돕고 싶었다. 국회와 국민의 소통. 아직도 무엇이 정답인지 모르겠다.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아 국회 생활 내내 고민했던 것 같다. 열심히 공부를 하고, 국회에 들어오면 우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줄 알았는데. 자꾸만 무력감을 느낀다. 그저 서로가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수 밖엔. 사실 그 무엇보다 먼저 선행되어야 할 일은 국회가, 국가가 국민들을 잘 지킬 수 있는, 잘 담아낼 수 있는 그런 나라를 만드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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