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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원 Oct 18. 2022

지인 추천이 채용 절차의 전부인 곳이 있다?!

이상한 나라의 모순덩어리 국회

요즘 들어 의원과 의원실 모두 한창 바쁘다. 우리는 이를 4글자로 줄여 말하기로 했다. '국. 정. 감. 사'


국민이라면 국정감사를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 뉴스나 신문에서 연일 나오는 일이 국정감사 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니까.


모 부처 장관이 이번엔 또 어떤 황당한 답변을 했는지, 어느 기관 비리가 장난 아니라더라, 기관의 고질적인 문제 등등. 국회 내의 모든 질의가 화제가 되는 기간이다.   


국정감사를 준비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갸웃..) 아무리 봐도 국회가 더 한 것 같은데?


그렇다. 똥 묻은 개가 겨 스친 개를 나무라는 격이다.

국회 내 문제는 이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는데, 너희들이 그걸 지적한다고? 하는 생각이 절로 들기 십상이다. 뿌리 뽑히지 않은 고질적인 문제들이 아직도 여전히 많은 동네이다.


대체 뭐 땜에 그러냐고?


오늘은 ‘국회 채용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국회 채용 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이미 퇴색되어 버렸지만) 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을 좋아한다. 아마  말이 정권 , 문재인 정부의 상징과도 같았던  모든 이가 깊이 공감했기 때문이었다. 이보다  '나라다운 나라' 표현 말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이 말은 정유라 사태와 관련하여 최순실 정권(^^) 말미에 나온 말이라 더욱더 설득력을 얻었고  '먹고사니즘'과 결부되니 더욱더 많은 환호를 받았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입시'와 '취업'에 관한 한 불의에 민감하다. 유독 그렇다. 사람이 자원의 전부인 나라. 그래서 사람들이 경쟁하는 나라. 그래서 경쟁의 극치가 되어버린 두 단어, 입시와 취업.


그러나 국회 취업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회만큼 기회는 불평등(不平等)하고, 과정은 불공정(不公正)하고, 결과도 부정의(不正義)의 극치인 곳이 없다. 내가 아는 한, 경험해 본 한 그렇다.


하나씩 뜯어보자.



1. 기회의 불평등

국회의 채용시스템은 공식적으로 '의원실 채용'을 활용해서 이뤄진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다양한 의원실 채용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의원실 채용 페이지


그러나 이곳에 올라오는 채용은 전부가 아니다. 즉, ① '채용공고' 자체가 의원실 재량이다. 안 올리고 싶으면 안 올려도 된다. 의원실 재량이다. 의원 입맛대로, 의원실 입맛대로 암암리에 뽑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 가관인 것은 여기에 올라오는 의원실의 대다수조차 ② 공채의 탈을 쓰고 추천의 형식으로 사람을 뽑고 있다는 점이다.



2. 과정의 불공정

나는 어렸을 적부터 국회 보좌진이 되는 것이 꿈 중 하나였다. 그래서 학부생 시절 때도 그렇고, 졸업을 앞두고 나서도 의원실 채용 홈페이지를 먼지 나게 들락날락했다. 내가 들어올 당시는 국회 개원 초였기에 꽤 많은 채용 공고가 있었다.


하지만 번번이 서류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한 8개의 의원실 정도 지원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스펙이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국회는 이른바 '금턴'(금수저 출신만 갈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 이기에 나보다 괴물이 많겠거니, 생각했다.


그리고 겨우겨우 서류를 합격해 한 곳의 면접 기회를 얻게 되었다. 나는 면접장에서 '수많은 면접을 봤지만 그중 제일 잘한 애' '면접 학원 다녔니? 어떻게 이렇게 면접을 잘 봐?'라는 평가를 받으며 의원 면접까지 쭉쭉 올라가 결국 인턴에 합격하게 되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사실 내 자리에 추천받은 다른 이가 있었던 거다(!). 그런데 내가 면접장에서 의도치 않게 압도적으로 잘해버리는 바람에(?) 얼결에 내가 의원 면접까지 올라가게 되었고, 또 합격하게 된 것이다. 이 사실은 인턴으로 일하기 시작한 뒤 몇 개월이 채 안되어서 술자리에서 들을 수 있었다.



얘가 걔잖아. 형이 추천한 애 대신에 면접 잘 봐서 들어온 애



황당하면서도, 기분이 정말 정말 좋던 경험. 추천에 흔들리지 않고, 사람 자체만을 보고 뽑아주는 의원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말 그대로 내 '천운'이었다.



충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3. 결과의 부정의


 국회에 들어와 발을 넓혀갔던 나는, 내가 지원했던 의원실의 인턴들과도 친해지게 되었다.  내가 지원했던 의원실 8개 중 5개의 의원실 인턴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알고 보니 내가 지원했을 당시, 그 의원실이 전부 내정자가 있었던 것이다.(!) 내가 지원했을 당시 뽑혔던 당사자도 있었고, 그 이후 들어온 인턴도 있었는데 하나같이 다, 모두 추천이었다. 이런 말이 민망하지만 서류로만 비교했을 때 내가 오히려 더 나은 정도여서, 당황했던 적이 있다. (게다가 알고 보니, 내가 있는 의원실도 나 빼고는 모두 추천이었다..)


추천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로만 들었지, 진짜 이렇게까지 많다고?


사진 출처: 국회


국회 생활을 하다 보니 추천으로 입성한 더 많은 이들을 알게 되었다. 처음 들어오기까지도 추천이 많은 영향을 끼치지만, 이후로도 추천은 거의 금과옥조 같은 역할을 한다. 


'사람을 거르기가 쉽다나?'


게다가.. 정의로움을 표방하는 모 정당의 모 의원도 사실은 공개 채용 없이 사람을 그렇게 뽑고 있다고 하니, 머리가 아프다.



의원실은 어쩔 수 없는 거 알잖아? 이렇게 채용하는 게  장점도 있잖아?


국회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이러한 일련의 채용방법에 토를 달지 않는다. 참 신기하다. 분명 처음에는 그들도 의아하게 생각하고, 부당하다 여겼을 텐데 이상하게도 그 채용방식에 적당한 합리화를 한다. 또 당연하게 여기기도 한다.


아무래도 행정이나 수행 비서관의 경우 의원의 기밀을 다루기 때문에 의원이 잘 아는 사람을 뽑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아는 사람, 신뢰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런데 정책과 정무의 영역은 어떤가? 메시지와 홍보는? 그야말로 국민을 위한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 혹은 실무를 해야 하는 사람들 아닌가? 의원이 일을 하기에도 능력자가 필요하지 않은가?


실제로 국회에 있다 보면, 어느 정도 쫄깃함(?)이 업무에 도움이 되긴 한다. 나도 동의한다. 국회가 날마다 불을 꺼뜨리지 않고 일을 겁내 열심히 하는 것은 바로 불안정함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채용은 공정할 순 있다. 안될 방법이 아니라 될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나라의 녹을 먹는 사람들이다. 어느 집단이든 채용은 공정해야 한다. 백번 양보해 레퍼런스 체크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참고에 지나지 않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러한 불합리한 국회의 추천채용 문화는 보좌관에게는 '파워 과시의 장'이 되고,  힘없는 비서관들에게는 '불의도 참아야 하는 근거'가 된다.





보좌진 채용 기회를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하는 방법


나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생각해봤다.

 ① 모든 채용절차는, '의원실 채용 시스템'의 공고를 통해서 시작되도록 한다.


 ② 채용에 앞서 추천부터 하는/받는 문화를 끊는다.


 ③ 레퍼런스 체크를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이용한다. (.. 평판이 그렇게도 중요하다면)

- 내가 생각한 건 '레퍼런스 기업'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의원실은 좋은 인재를 뽑고, 좋은 인재는 암암리에 일어나는 추천 없이도 의원실에 들어갈 수 있게' 하는 선순환을 만든다.


 ④ 모든 채용 결과/과정을 투명하게 지원자들에게 공개 및 통지한다.

- 기업에 지원하는 사람 수는 많다지만, 국회에 지원하는 이는 진짜 진짜 많아봤자 100명이다.(사실 100명까지도 안 간다... 20-30명..?)  적어도 면접 이후부터는 어떤 과정에 의해 뽑혔는지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⑤ 기본적으로는 보좌진의 기본 소양 및 자질에 대한 시험을 본다.


 ⑥ 보좌진의 정보를 등록하고 채용할 때 활용할 수 있는 공개된 인재풀을 만든다.





앞서 설명한 일련의 이유들로 인해, '추천으로 사람을 뽑아야만 하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음을 확인했다.


결국은 문화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를 뽑아주었던  그 의원실처럼 보좌관 한 명, 비서관 한 명이 마음을 먹는 일. 나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하는 일. 내가 하는 일이 옳은 일인가 끝없이 자문하는 일.


내가 인사권자가 된다면, 내 의원실만큼은 추천을 받지 않는 의원실이 되어야지. 누가 내게 추천하려고 하는 이의 '이름'을 말하려고 하면 초장부터 안 듣겠다고 잘라내어야지.


이상! 이상한 나라의, 모순덩어리 국회 이야기 끝.


아니,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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