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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한길 May 25. 2019

블록체인 혁명 현시점과 제2의 서막

ICT 기업들이 가상화폐를 만드는 이유

  가상화폐 광풍 후 1년이 조금 넘게 지난 현 시점, 1년전과 비교하면 블록체인에 대한 대중에 관심은 사실 많이 사그라든 것이 사실입니다. 과거 연일 대서특필되던 블록체인 관련 기사들이 가상화폐의 폭락과 함께 동시에 줄어들었죠. 그리고 이것은 비단 일반 대중의 관심마니 아니라 산업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산업계에서는 블록체인에 대한 기대가 Bubble(거품)이 아니었나 하는 회의론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최근 블록체인에 대해 제기되는 현재까지의 시각


 실제로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에서는 2019년 1월말 발표한 '블록체인의 오컴 문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냅니다. 참고로 오컴의 문제란 14세기 영국의 철학자였던 윌리엄 오컴이 제시한 '오컴의 면도날'에서 따온말로, '경제성 원리' 또는 '단순성의 원리'라고도 일컫는데, 필요하지 않은 가정을 잘라버린다는 뜻을 가진 비유입니다. 즉, 맥킨지가 보고서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블록체인에 대한 환상보단, 현 시점의 냉정한 상황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또한 이는 '가상화폐 광풍이 블록체인의 라이프사이클을 앞당겼지만 아직은 블록체인이 기대했던 만큼의 게임체인저가 아니다.'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죠.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기업이 블록체인의 잠재력에 대규모 투자를 했습니다. 2017년 미국에서는 블록체인 신생기업을 위한 벤처캐피털이 10억 달러에 달했죠. IBM은 자사의 블록체인 플랫폼 '하이퍼레저(Hyper Ledger)' 개발에 2억달러 이상, 금융사들은 블록체인 기술 활용에 매년 약 17억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기대했던 혁신이 실현된 것은 거의 없죠. 그렇다면 세기적인혁신기술이라고 불렸던 블록체인이 이렇게 기대보다 더디게 발전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크게 세가지 정도로 이야기 해볼 수 있겠습니다.


 먼저,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이 아직까지 생각보다 안정적이지 못하며 보안이 불안하다는 점입니다. 블록체인은 기술 데이터에 대한 유효성 검사를 과반수 토표에 의존하기 때문에 소규모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보안의 위험성이 큽니다. 소수의 구성원으로 구성된 네트워크에서 구성원의 합의로 인위적인 정보 조작이 여전히 가능하다는 것이죠.


 다음으로는 여러 참여자의 합의를 바탕으로 한 분산형 시스템으로서 짧은 시간에 일관성 있는 시스템 구축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기존 중앙 시스템 방식은 설계자의 의도에 따라 단시간에 구축과 수정이 가능한 반면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형 플랫폼은 시스템 구축 후 오류를 수정하고 개선하는 방식이 어렵다는 것이죠. 악의적 사용자의 추방도 어렵고 문제 발생시 분산 장부 모두를 수정 관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유지 관리 및 개선에 필요한 비용이 비교적 큽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주소제를 투입하여 추적하는 시스템을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구축 중임으로 어떠한 파장을 일으킬지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마지막으로 시장에서 기존 기술들이 계속 발전하면서 경제성에서 블록체인을 앞서는 상황들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크게 주목받던 결제 분야조차 새로운 다양한 핀테크 기술들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기술이란 결국 경제성에 따라 활용되기 때문에 더 적은 비용으로 효과를 내는 기술이 블록체인을 대신할 수 밖에 없죠.



블록체인의 제2의 서막과 IT 기업


 지금까지 최근 블록체인에 대해 제기되는 현재까지의 시각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의 현재 실용성에 대한 일시적인 의구심이 있더라도 전문가들 중에 블록체인의 미래 잠재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여전히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더 많은 전문가들은 "이제야 블록체인 산업의 거품이 빠지면서 산업이 내실화되는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라고 언급합니다.


또한 미국정보 기술 자문회사인 가트너는 매년 10대 유먕기술을 전망하는데, 블록체인은 2017년 처음 유망기술로 선정된 후 2018년에 이어 2019년 올해에도 어김없이 1위에 선정되었습니다.



 혁신기술은 성숙도에 따라 기술촉발 단계 - 거품 단계 - 환멸의 저점 단계 - 재조명 단계 - 생산성 안정 단계 등 5단계로 나뉩니다. 가트너는 블록체인이 거품 단계와 환멸의 저점 단계가 맞닿는 선에 놓여 있다고 말합니다. 즉, 이제야 블록체인에 대한 과장된 인식이 사그라지고, 기술의 특성이 제대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민간의 투자가 주가 된 가상화폐 열풍을 지나 머지많아 대기업, IT 공룡 위주의 가상화폐 바람이 다시금 불 것 역시 추가적으로 예견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자사의 고유 가상화폐를 발행하고 유통하려는 대기업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죠. 페이스북을 위시한 글로벌 IT 기업들은 물론, 라인, 카카오 등의 국내 IT 기업들도 연이어 가상화폐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플랫폼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키스토어를 탑재한 갤럭시S10 시리즈


 삼성전자의 갤럭시S10 라인업은 현재 판매량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세련된 디자인, 선명해진 카메라, 더 빨라진 성능 등 갤럭시 S10 시리즈는 혁신적이고 발전딘 기능들을 담으면서, 전작을 뛰어넘는 판매량을 기록하게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이 제품이 담은 다양한 새로운 기능들 중, 아직까지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필요성이 소구되지 않는 것이 한가지가 존재한다. 바로 '블록체인 키스토어' 기능이죠.


블록체인 키스토어는 블록체인 기반의 모바일 서비스를 사용할 때 할당되는 개인 키를 삼성전자의 보안 소프트웨어인 '녹스'를 이용해 안전하게 보관하는 서비스입니다. 삼성전자는 "개인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블록체인 키스토어를 설명하고 있으나, 이는 모든 개인 데이터를 포괄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간단하게 축약해 '가상화폐 지갑'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죠. 갤럭시S10의 블록체인 키스토어는 가상화폐 거래와 결제, 스마트 컨트렉트를 성사시키는 데에 사용되는 개인 키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설정 화면에서 삼성 블록체인 키스토어를 설정하면 이용자의 가상화폐 지갑이 생성되며, 현재 는 이더리움만 지원되지만 앞으로 비트코인 등의 여타 가상화폐들도 지원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 기억 속에서 잊힌 '가상화폐'의 개념


 일반 대중들에게 있어 가상화폐, 암호화폐란 이미 오래전에 '사어(死語)'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녹스의 기능을 활용해 기기에 가상화폐 지갑을 탑재시킨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도 매스미디어에서는 가상화폐 투자를 통해 가산을 탕진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전하고, 대중들은 전 세계적으로 폭락한 가상화폐 시세를 보며 조소를 날리고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 속에서 보수적인 글로벌 대기업인 삼성전자가 가상화폐 지갑을 단말기에 탑재한 것은 지금 당장이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가상화폐 시장 제2의 서막'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이 연이어 뛰어들고 있는 블록체인 시장
페이스북 메신저를 이끈 데이비드 마커스(David Marcus)가 '블록체인'을 담당하고 있다.

 글로벌 ICT 기업들 중 가상화폐 시장에 가작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기업으로는 단연 페이스북을 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페이스북은 지난 2월,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체인스페이스'를 인수했습니다. 이들은 작년 5월 창업 15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조직개편과 인사이동을 단행하며 블록체인 전담팀을 신설했으며, 데이비드 마커스(David Marcus)를 책임자로 임명했습니다. 데이비드 마커스는 페이팔의 회장, 미국의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이사를 역임한 인물이죠. 페이스북은 화폐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달러에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을 개발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자사의 메신저 서비스은 왓츠앱의 송금 기능을 이용해 가상화폐를 주고받을 수 있는 프로젝트 및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국내의 양대 인터넷 기업인 카카오와 네이버도 가상화폐와 관련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올해 상반기 자사의 가상화폐인 '클레이(Klay)'를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들은 현재 블록체인 관련 자회사, 관ㄹ계사를 다수 보유하고 있ㅇ며, 지난 3월 19일에는 자회사 중 한 곳인 그라운드X에서 자체 블록체인 메인넷 구성을 위한 '클레이튼 퍼블릭 테스트넷'을 공개한 바가 있습니다. 향후 카카오는 클레이튼 퍼블릭 테스트넷을 통해 국내외 블록체인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며, 자회사 관계사들이 향후 적극적으로 카카오 플랫폼을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Klaytn)'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을 통해 가상화폐 시장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라인은 작년 8월 '링크'라는 이름의 가상화폐를 발행했으며, 싱가포르에는 '비트박스'라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만들었습니다. 링크는 이용자가 라인의 댑(dApp, 탈중앙형 앱)을 이용하면 보상으로 링크를 얻는 구조를 적용했으며, 별도로 대중이나 투자자에게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의 가상화폐 공개 방식을 취하지는 않았습니다. 링크는 라인 서비스 안에서 결제에 사용할 수 있으며, 비트박스 거래소에서 거래도 가능합니다. 현재 네이버는 다양한 블록체인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라인 인력을 포함해 150여 명의 개발자가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블록체인을 통한 새로운 생태계 구축을 위한 발걸음


 많은 기업들, 특히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영위하는 업체들이 의욕적으로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를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ICO, STO 등을 통한 서비스 업체들의 자금 조달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예시로 든 업체들은 당장의 자금적 곤궁함을 안고 있는 기업들이 아니기에, 자금 조달을 위한 블록체인 기술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는 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보다는 자사의 서비스와 연계한 새롭고도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을 마련하는 데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읽혀집니다.


ICO로 대규모의 자금을 유치한 텔레그램도 가상화폐 관련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텔레그램 등의 글로벌 서비스 업체들이 준비하고 있는 메신저 연계 가상화폐 기술은 '송금'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외신 블룸버그는 페이스북이 전 세계 최대의 송금 시장이며 2억명이 넘는 왓츠앱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인도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전망한 바가 있습니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외국에서 일하고 있는 인도인들이 고국으로 송금한 돈은 2017년 기준 약 7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됩니다. 페이스북은 왓츠앱 메신저를 통한 가상화폐 송금 서비스를 시작으로 점차 이를 결제 서비스로 확대해 나갈 것이 전망됩니다.


라인, 카카오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블록체인 플래폼입니다. 자사가 구축한 블록체인 플랫폼 위에 다양한 제휴사, 협력사들이 자체 서비스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생태계 순환을 도모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그 결과는 페이스북이 노리는 것처럼 가상화폐 이용자 확대와 이를 통한 '결제'의 확대로 이어지게 됩니다. 즉, 지금 블록체인 상용화에 뛰어든 IT 공룡들은 자사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의 확대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결제 서비스의 확대와 자사 생태계 내에서의 커머스 순환 구조의 구축, 그리고 '금융 서비스 제공'을 꿈꾸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미래를 대비하여 논의를 나눠야 할 때입니다.

 지금 준비되고 있는 블록체인 관련서비스들은 탈중앙화를 부르짖었던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개인,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로 거래가 이뤄지고 시장이 성장하는 것을 지향하던 기존의 시장과는 달리, 지금의 움직임은 서비스의 주체가 명확하다는 점 때문입니다. 탈중앙화를 지양하고, 대신 효율적인 개발 주체를 통해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 기존의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와 가장 큰 차이점인 것입니다. 이를 통해 지금껏 부정적인 시각이 쌓여왔던 블록체인 시장에 빠른 분위기 환기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작년의 가상화폐 폭락 사태는 많은 이들이게 블록체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준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 당장 블록체인 플랫폼들이 다시금 시장의 큰 주목을 받고, 빠르게 대안의 화폐로 이용자들에게 유통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준비되고 있는 서비스들은 대부분 실정법의 법망을 뚫고 날개를 펼치기 힘든 구조를 가지고 있씁니다. 재작년 말부터 우리나라르 뒤흔들었던 가상화폐 투기 열풍으로 인해 만들어진 규제안은 여전히 블록체인 관련 사업들의 발목을 쥐고 있으며,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산업을 제도권 안에 안착시키려는 논의는 이어지고 있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가상화폐로 인한 피해와 사회적 논란이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블록체인 상용화를 준비하는 플랫폼들이 증가합니다. 이제는 다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실제로 블록체인을 활용한 가상화폐를 이용한 스캠, 다단계 사기(금융법을 다량으로 분산해 보상을 지급하는 시스템은 금융법 위반으로 불법에 해당됩니다.)는 아직까지도 끊이질 않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자금 세탁의 도구로 가상화폐가 활발히 활용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섣부르게 시도되는 규제 철폐는 오히려 겨우 돌파구를 찾은 블록체인 관련 산ㄴ업을 다시금 실패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행위일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 상용화에 대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과도기인 지금의 시점에서, 우리는 과거의 실패가 다시금 반복되지 않을 수 있도록 관련 산업을 어떻게 보호하고 규제하며 또 키워나갈 것인지 진지하게 논의 해야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러한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기업이나 기관이 많아질 수록 잠재성을 충분히 인식하며 동시에 기술 도입 판단에는 기존 솔루션과 객관적 비교 분석 등 세밀한 사업적 판단력을 기르는 것이 필히 요구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상, '블록체인 혁명 현시점과 제2의 서막'에 대한 글을 마쳐봅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 올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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