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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한길 May 02. 2019

주식회사의 기원

역사를 통한 투자의 책임성과 가치성

 아마 대부분의 요즘 사람들은 그저 여러 투자 방법 중 하나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구입한 주식을 통해 자본을 모으고 사업을 펼치는 주식회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지 생각해보신적 있으십니까?



오늘날 우리가 회사라 부르는 사업체는 대체로 14~15세기 유럽, 특히 이탈리아 북부 도시들에 기원이 있습니다. 그 이전의 상업이나 해운 등 주요 사업들은 대게 Guild(길드)라 불리는 독특한 조직이 주도하고 있었습니다. 길드는 우리말로 '동종업자 조직'으로 번역되는 조직으로서 구성원간의 평등, 상호부조, 보호 등 공동체 지향적인 가치를 중시했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위험을 감수할 만큼의 적극적인 사업은 잘 펼치지 않았으며, 생산과 판매를 보수적으로 조정하는 반면 자신들의 자본 총량과 이를 공급하는 구성원 숫자도 엄격하게 제한하면서 사업의 안정성을 일차적으로 확보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14~15세기 이탈리아에서 출현한 몇몇 사업체들은 이 같은 길드 공동체의 안정성보다 개별 구성원의 이해관계 극대화를 우선시하며 보다 모험적인 경영 전략을 펼칩니다. 이같은 이탈리아의 사업체 모델은 16세기 영국에 전해지면서 그 규모도 커지고 자본 출자 방식에도 변화가 있게 되었는데, 그 결과가 주식회사의 출현 또는 기원이 됩니다. 즉, 주식 발행을 통해 자본을 모아 사업을 운영하는 회사가 탄생되었던 것입니다.



초기 영국 주식회사들은 주식 소유를 일반 대중에게 개방하지 않았습니다. 주식은 기업 창업자나 소수의 동업자들(파트너들)만이 가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들은 출신성분은 달랐지만 대게 거대한 경제력을 가진 소수의 부호들로서 국왕, 즉 국가로부터 특혜를 받으며 특정 지역과의 무역을 독점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했습니다.


회사 이름이 '러시아', '레반트', '동인도' 처럼 지역 이름으로도 명명된 경우가 많았던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이었죠. 대신 이 소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운명을 기업과 함께하는 이른바 '무한책임'을 져야만 했습니다. 이는 기업이 파산할 경우 그에 따르는 모든 법률적, 도덕적, 사회적 책임을 주주가 지는 원칙으로서 보통 주주는 자신이 가진 자산의 최대치 만큼 그 회사의 사업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여겨졌습니다.



16세기 영국에서 설립한 이 같은 기업 운영 방식은 근본적인 변화 없이 19세기까지 이어져갑니다. 특히 1720년의 유명한 버블 법(The Bubble Act)은 주주 범위를 넓히려는 시도를 불법화하였습니다.


하지만 18세기에서 19세기로 접어들어가며 대대적인 사회적인 격변이 일어나며 회사의 운영 방식도 크게 변동을 맞습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른바 산업혁명이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키고 유통에서의 혁명을 가져왔던 것이죠. 이는 기업 입장에서 더 많은 원자재 확보, 더 많은 제품 생산, 그리고 더 빠른 상품 판매를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추가적으로 동시대 영국의 해외 식민지에서의 승승장구 또한, 사업 기회와 공간을 대대적으로 확대시켰습니다.



18세기 프랑스와의 식민지 경쟁에서 승리하면서 인도와 중동, 아프리카에서의 식민지 영역을 확대한 이래, 19세기 중반부터는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역시 영국 사업가들의 가시권 안으로 들어왔던 것이죠.


요컨대, 산업화와 식민지 팽창은 물량의 대대적 증가와 시장의 획기적 확장을 일으키며 자연스럽게 회사의 규모 증대 필요성을 제기하게 됩니다. 이런 변화된 경제 상황 속에서 회사 규모를 키우는 방법은 우선적인 자본금 확충입니다.


자본금 확충의 방법으로 처음 제시된 것이 바로 주주 범위의 확장이었습니다. 이는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며, 무엇보다 그들이 기업에 졌던 무한책임 원칙이 변동되어야만 했던 것이죠. 즉, 보다 많은 사람이 주주가 되어 자본 규모를 확대시키기 위해서는 이 다수의 투자자들이 기업에 지는 책임을 최소로 만들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다수의 소규모 투자자들은 기존의 소수 주주들과는 달리,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이에 대한 법적, 도덕적 책임을 지게 되는 위험을 감수하기까지 하며 투자를 감행할 만큼 부유층도 아니며 넉넉한 이들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은 '유한책임(LLC)', 즉 투자자가 본인이 투자한 금액에 대해서만 손실을 감수하고 여타 기업의 존폐에 대해 보다 넓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원칙하에서만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여건이 되었던 것이죠.



19세기 초부터 유한책임 원칙의 법제화를 둘러싸고 적지 않은 논쟁이 있었지만, 결국 1856년 2월 당시 영국 상무원 부총재인 '로버트 로우(Robert Lowe)' 등의 노력으로 새로운 주식회사 법과 동업자 법이 영국 의회를 통과합니다. 이 법에 따르면 7인 이상으로 구성된 법인은 유한책임 원칙을 따르는 회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기업들은 기업명 말미에 "Limited(유한)"이라는 표현을 붙이게 됩니다.


이렇게 19세기 중엽 합법화된 유한책임 주식회사는 20세기 이후 전 세계 기업의 전형적인 형태로 자리잡게 됩니다.



오늘날 우리는 현대의 기업 형태를 바라볼 때에 유한책임 언칙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마련입니다. 이 원칙이 자본금 확충과 자본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우 효율적인 것임은 지난 20세기의 기업 역사를 통해 증명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유한책임 원칙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오늘날 주주들은 자신이 기업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너무 쉽게 간과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질문을 던져보며 오늘의 글을 마쳐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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