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든 시간들(18)

18. 다시, 첫걸음

by 한칸생각

환갑을 지나
진갑을 맞았다.

환갑은
태어날 때 부여된 간지의 한 바퀴가 돌아 다시 처음 자리로 돌아오는

시간이라 하고,

진갑은
그 한 바퀴를 마친 뒤
다시 한 걸음을 내딛는 첫해라 한다.

마치
다시 맞이한 첫돌처럼.

그래서인지
오늘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이제는
이전의 삶에서 한 발 물러나
조금 더 나답게 살아도 되는 시간,

아니,
그래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허락해도 되는 날처럼.

문득 생각해 본다.
‘나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이가 조금 든 지금도
그 답은 또렷하지 않다.

그래서 시인들의 말을 떠올린다.

더 가지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는 것,
잊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
빠르게 사는 것이 아니라 깊게 보는 것,
자신과 화해하는 것.

짧은 문장들이지만
그 간결함 속에서
어렴풋한 방향이 보였다.

그래서 나는
그 방향을 따라
‘나다움’을 찾아가기로 했다.

글쓰기를 통해.

글로
과거의 나와 화해하고,
그때의 선택을 탓하기보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나를 이해하는 일.

그리고
주변을 천천히 바라보며
말없이 놓인 사물들,
자기 방식으로 시간을 견디는 것들과
조용히 글로 대화를 나누는 일.

말을 걸어오는 기억들은
글로 다시 불러내고,
그 외의 것들은
조용히 내려놓는 일.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나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끝내 찾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괜찮다.

중요한 것은
답이 아니라
그것을 찾아가는 시간일 테니까.

나는 이제
첫돌을 맞은 아이처럼
설렘을 안고
한 발짝, 한 발짝
다시 걸음을 뗀다.

조금은 가볍게,
조금은 천천히,

그리고
조금 더 나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