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칸 생각
바다 앞에 누워
해를 보고 있지만,
사실은 아무 생각도 안 한다.
해는 열심히 지고,
파도는 성실하게 오가는데
나는 그 사이에서
가장 비생산적인 자세를 취한다.
발을 바다에 내밀고 누워 있는 이 자세는
세상에 대한
작은 항의다.
“오늘은 더 이상
애쓰지 않겠습니다.”
파도는 발목을 적시며
확인 도장을 찍듯 철수하고,
해는
“그래, 수고했다”는 표정으로
알아서 내려간다.
이 순간만큼은
인생 계획도, 내일 일정도
잠시 물에 담가 둔다.
지금 내가 할 일은 단 하나.
해가 다 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 것.
생각해 보면
이것도 꽤 고급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