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은 고향을 기억한다

한 칸 생각

by 한칸생각


캐나다 캠룹스의 맑은 오후.

형님댁 주방에는 쑥향이 조용히 퍼져 있었다.


반죽을 만지고, 쌀가루를 묻히는 손끝에서

따뜻한 정이 넘친다


“서울서 온 손님을 그냥 보낼 순 없지.”


이렇게까지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괜스레 고마웠다.


형님이 만드는 건 쑥떡이었다.

그런데 그 쑥은 그냥 쑥이 아니었다.


2년 전 봄,

벚꽃이 다 지기 전 내가 살고 있는 은평뉴타운 뒤 이말산 산자락에서

우리는 함께 쑥을 캤다.


흙냄새 묻은 손으로 “이만큼이면 되겠냐”라고 물으면 형님은 아이처럼 더 챙겼다.


그 몇 뿌리가 바다를 건너

캐나다 땅에 심어질 줄은 몰랐다.


머나먼 이국땅 형님댁 뒷마당에서 두 해를 견디고 자라

이제 떡이 되어 내 앞에 놓였다.


예전 처가에 가면 장모님은 늘 쑥떡을 해 주셨다.

말은 하지 않아도

그 한 점엔 마음이 다 들어 있었다.


이제 그분은 계시지 않지만

형님이 그 자리를 조용히 이어주고 있었다.


떡을 한 입 베어 물자

쑥 향이 혀끝을 맴돌다가

가슴 깊숙이 스며들었다.


처갓집 마당의 냄새도,

이말산 능선의 봄바람도

함께 되살아났다.


그 순간 알았다.

고향은 땅이 아니라

마음이 머무는 곳이라는 것을.


쑥의 뿌리가 고향을 잊지 안 듯

사람의 마음도,

끝내 그 뿌리를 잊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