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에 정글이 있다

한 칸 생각

by 한칸생각

제가 오늘 시애틀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시작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캐나다 여행 중이었고,

시애틀에 있는 조카를 보러 가기로 했죠.


그런데요,

여행은 출발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국경에서 느낀 첫 감정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는 국경.

미국과의 관세 갈등으로 관계가 나빠지면서 심사가 까다롭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직접 겪어보니 느낌이 다르더군요.


입국장은

마치 범죄 수사 드라마 세트장 같았습니다.

심사관의 눈빛은 스캐너 같았고

질문은 인터뷰가 아니라 심문에 가까웠죠.


“왜 오셨죠?”


그 한마디에

저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이상하죠.

아무 죄도 없는데 괜히 긴장되고,

괜히 작아지는 느낌.


그때 깨달았습니다.

환경 변화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바꿔놓는다는 것을.


도시 전체가 회사인 곳


우여곡절 끝에 시애틀에 도착했습니다.

도시에 들어서자마자 눈이 커졌습니다.


“어? 저기도 아마존…

어? 또 아마존…

여기 옆도 아마존이네?”


도시 곳곳에 퍼져 있는 Amazon 건물들.


시애틀인지, 아마존 캠퍼스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 회사는 건물을 짓는 게 아니라, 도시를 짓고 있구나.’


회사가 아니라 정글


아마존 근무하는 조카의 안내로

본사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들어서는 순간 느껴졌습니다.


“아… 여긴 회사가 아니다.”


거대한 유리 돔 안에

남미 아마존에 서식하는 각종 나무와 식물, 곤충들, 그리고 습한 공기.

잠시 한눈팔면

숲 속에서 길을 잃을 것 같은 분위기.


그때 떠오른 단어가 하나 있었습니다.


정글.


여기는 편안한 사무실이 아니라

살아남아야 하는 생태계였습니다.


조용한 눈빛의 경쟁


직원들은 친절하고 여유로워 보입니다.

그런데 눈빛이 다릅니다.


그 눈빛엔 이런 말이 담겨 있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세계를 바꾸고 있다.”


이곳은

가만히 있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곳.

날카로워지지 않으면

금세 도태되는 곳.


그 한가운데서

제 조카들이 커리어를 시작했고,

지금은 각자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 사실이

왜 그렇게 마음을 울리는지 모르겠더군요.


사소한 디테일의 힘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버튼 옆에 보드판이 하나 있더군요.


아이디어 메모용.


여기서는

“나중에 적어야지”가 없습니다.

떠오른 순간, 바로 적으라는 문화입니다.


그리고 방문 기념품으로 받은 것 하나.

볼펜도, 텀블러도 아닙니다.

바나나.


그것도 아마존산 바나나.

순간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작은 바나나 하나가

이 회사의 철학처럼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거창한 말보다

실제적인 것을 중시한다.


여행이 남긴 것


밖으로 나오며 생각했습니다.


여행은

어디를 갔느냐보다

누구를 만나고,

어떤 마음으로 돌아오느냐가 더 중요하구나.


살벌한 국경에서 느낀 긴장,

정글 같은 회사에서 느낀 감탄,

그리고 조카들을 보며 느낀 자랑스러움.


이 여행은

관광이 아니라

인생 수업이었습니다.


마지막 한 문장


그래서 오늘 이 이야기를

이렇게 정리하고 싶습니다.


정글은 남미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시애틀에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정글 한가운데서

오늘도 누군가는

자기 자리를 만들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제가 시애틀에서 본

가장 인상적인 풍경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