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칸 생각
나는 붓을 들고 있다.
언니도 붓을 들고 있다.
그러면 이건 분명 그림 그리는 시간이다.
바닥에 앉아 있지만
사실 우리는 놀고 있다.
아니,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아니… 놀면서 그리는 중이다.
뭐가 먼저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물감은 컵에서 자꾸 탈출한다.
바닥으로 퐁, 종이로 퐁,
내 다리에도 퐁.
언니 다리에도 퐁.
방은 점점 이상해지지만
우리 마음은 점점 신나진다.
언니는 진지한 얼굴로 색을 칠한다.
나는 웃다가 혀가 나온다.
그림이 잘 돼서 웃는 건지,
그냥 재밌어서 웃는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엄마가 보면
“방이 왜 이래?” 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아무도 안 본다.
그래서 더 좋다.
오늘 우리는
잘 그리는 화가가 아니라
마음대로 놀 수 있는 아이들이다.
이건
철 없을 때만 할 수 있는 놀이.
크면 못 하는 놀이.
그러니까 오늘은
방이 엉망이어도 괜찮다.
그냥 재밌고,
그냥 신나면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