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칸 생각
아빠는 지금 출근 준비 중이다.
얼굴은 바쁘고, 숟가락은 급하고,
마음은 나 때문에 자꾸 느려진다.
나는 잘 모른다.
이게 어른 밥인지,
내가 먹는 이유식인지.
중요한 건 하나다.
먹을 수 있느냐.
아빠 밥상은 늘 맛있어 보인다.
그래서 나는 조른다.
“나도, 나도.”
말은 못 하지만
몸이 먼저 앞으로 간다.
식탁에 매달리듯,
거의 등반 수준이다.
자세는 엉망인데
의지는 국가대표다.
먹기 위해 태어난 아이처럼
몰두한다.
이 정도면
먹는 자세가 아니라
철학이다.
아빠가 어른 밥을 준다.
괜찮다.
나는 냠냠한다.
처음 먹어보는 맛이지만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아빠가 설마
나쁜 걸 주겠어.
세상에 대한
내 첫 판단 기준은
아빠다.
아빠는 시계를 본다.
늦었다.
분명 늦었는데
웃고 있다.
내가 먹는 걸 보느라
시간이 사라진다.
출근길이 바쁠 텐데도
아빠 얼굴엔
행복이 꽉 찼다.
오늘 하루는
왠지 잘 풀릴 것 같단다.
나는 아직 모른다.
출근이 뭔지,
하루가 잘 풀린다는 게 뭔지.
하지만 안다.
아침에
내가 냠냠 잘 먹으면
이 집은
행복하다.
아, 다시 조른다.
한 숟가락만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