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칸 생각
캐나다 밴프 여행 중의 일이다.
우리 부부는 캐나다에 사는 손위 처남 부부를 만나
함께 로키산맥을 둘러보고, 저녁에는 밴프의 한 레스토랑에 들렀다.
그날 저녁은 고마움의 표시로 우리가 대접하기로 한 자리였다.
처남댁은 영어가 유창했다.
메뉴 설명도 막힘이 없었다.
닭고기, 소고기, 양고기.
우리는 제법 근사한 요리를 주문한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그 집에서 직접 만든다는 맥주도 종류별로 맛보기로 했다.
여행지에서 가능한, 약간의 과감함이었다.
그런데 음식이 나왔을 때
우리는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
접시에 놓인 것은 전부 햄버거였다.
닭도, 소도, 양도…
모두 빵 사이에 들어 있었다.
알고 보니 우리는
다양한 고기의 ‘요리’를 주문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햄버거를 주문한 셈이었다.
처남댁의 얼굴이 붉어졌다.
주문을 잘못했다며, 저녁값은 자기가 계산하겠다고 했다.
미안함이 먼저 나온 표정이었다.
그 와중에 형님은 전혀 다른 세계에 들어가 있었다.
“캐나다 살면서 이렇게 맛있는 맥주는 처음이네.”
오랜만에 떠난 여행,
오랜만에 만난 동생 부부,
그리고 줄지어 놓인 맥주잔들.
기분은 이미 최고조였다.
식사를 마칠 즈음,
약간 취기가 오른 형님은
예전 한국에서의 버릇처럼
지갑에서 20달러를 꺼내
서빙하던 종업원에게 현금으로 건넸다.
그 순간,
공기가 살짝 달라졌다.
계산서에는 이미 팁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것도 20%.
아내가 말했다.
“오빠, 팁 이미 들어가 있어.”
처남댁은 조금 날이 선 목소리로 덧붙였다.
“20%나 포함되어 있잖아.”
형님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팁 20불 주고, 한국에 있을 때 느낌 좀 내려고 했는데…”
여자 둘은 고개를 저었고,
남자 둘은 묘하게 웃었다.
어떤 사람은
정확해야 마음이 편하다.
이미 계산된 20%면 충분하고,
그 이상은 낭비라고 느낀다.
어떤 사람은
한 번쯤은 기분을 내야 숨이 트인다.
이미 포함된 팁과는 별개로,
‘내가 주는 돈’으로
그날의 흥을 완성하고 싶어 한다.
햄버거로 통일된 저녁도,
두 번 건넨 팁도,
조금 과했던 맥주도
지금 생각하면 모두 여행의 일부다.
여행은 늘 계획에서 벗어난 순간들로 기억된다.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일정은 쉽게 잊히고,
어딘가 어긋난 장면이 오래 남는다.
남자들이 오랜만에 기분 한번 내는 걸
여자들이 끝내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여자들이 왜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지
남자들도 끝내 이해하지 못한 채로
밤은 흘러갔다.
맥주처럼.
처음에는 쓰고,
끝에는 웃음이 남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