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막내는 가족을 천천히 배웠다
나는
집안의 막내
아니, 거의 기적에 가까운 막내였다.
어머니는 마흔여덟,
아버지는 쉰 살이었다.
그 시절 한국의 평균 수명은
쉰다섯도 채 되지 않았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이미 인생의 끝자락에 가까운 나이였다.
그래서인지
어머니는 임신 6개월이 되도록
자신이 아이를 가진 줄 몰랐다.
배가 점점 불러오자
“어디 속에 병이 생긴 것 아닐까.”
그렇게 걱정했을 뿐이었다.
그때는 시골에서
병원에 가는 일도 쉽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나는 세상에 태어났다.
내가 태어났을 때
우리 집에는 여섯 사람이 살고 있었다.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둘째 누나,
막내 누나,
그리고 나.
막내 누나는
나보다 열 살이 많았다.
어린 내 눈에는
그 사람들이 전부였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우리 가족은 여섯 명이라고 생각했다.
둘째 누나는 집에 남아
부모님의 농사일과 집안일을 도왔다.
막내 누나는
아직 어린 초등학생이라
집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래서 내 어린 시절의 집은
늘 이 여섯 사람이 전부인 세상이었다.
하지만 명절이 되면
이 집은 갑자기 커졌다.
멀리서 사람들이 찾아왔다.
큰형이 오고,
셋째 누나가 왔다.
두 사람은
먼 도시의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집에는 먹고살 만한 농지가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그들을 어렵지 않게 형제로 받아들였다.
이유는 단순했다.
명절마다
그들이 꼭 내 선물을 들고 왔기 때문이다.
어린 나에게
선물을 주는 사람은
곧 가족이었다.
명절이 지나고
며칠쯤 더 지나면
또 다른 손님이 찾아왔다.
시집간 큰누나와 매형이었다.
어느 날
그들이 집에 들어왔을 때
나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저 아줌마 누구야?”
어머니는 잠시 웃더니 말했다.
“아줌마가 아니라 큰누나야.
앞으로는 누나라고 불러. 알았지?”
그날 나는 처음 알았다.
우리 집 형제가
2남 4녀라는 것을.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가족을 한 번에 알지 못했다.
명절마다 한 명씩,
시간이 흐를 때마다 한 사람씩.
마치 퍼즐을 맞추듯
천천히 형제들을 알아 갔다.
어떤 가족은
태어날 때부터 모두 함께 있지만,
어떤 가족은
시간을 들여
조금씩 완성되기도 한다.
내 어린 시절의 가족은
그렇게
천천히 나타나는 가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