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나니 전화할 곳이 없다

가장 가깝고도 먼

by 한끗작가

결혼하고 나면 늘 함께할 사람이 생긴다.

하루의 끝을 함께하고,

같은 식탁을 마주하고,

무언가 생기면 가장 먼저 이야기할 대상이 생긴다.


그런데 전화할 곳이 없다.




별일은 아닌데 괜히 말하고 싶은 날이 있다.

그냥, 일이 조금 서운했다든가

점심으로 먹은 빅맥이 맛없었다거나


말할 만한 일은 아닌데

그렇다고 혼자 삼키기엔 조금 남는 감정들.


그럴 땐 예전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짧게 투덜대고,

같이 웃고,

그리고 나면 그 감정도 어느새 끝이 났다




지금은 그걸 다 배우자에게 말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감정을 같은 사람에게만 말하는 건

서로에게 부담이고, 피로다.


그래서 어느 순간 말을 줄이게 된다.

그리고, 전화할 곳을 잃는다.




외로움은 아니다. 외롭지는 않다.

그저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마땅치 않다는 것.

외로움보다는 허전함.


한 사람에게 모든 감정을 의지할 수는 없다는 걸

깨닫는 건 어쩌면 결혼 이후부터다.

그래서 결혼하면 그제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고 하나보다.


그건 나쁜 일은 아니지만,

가끔은 조금 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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