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대신 숨을 고른 날
점심시간에 따릉이를 타본 사람은 안다.
그게 단순히 이동 수단이 아니라는 걸.
밥 대신 바람을 선택하고,
말 대신 숨을 고른 순간이 있다는 걸.
점심시간은 1시간뿐인데
그 안에 밥도 먹고, 말도 하고, 숨도 쉬어야 한다.
누군가와 함께 먹는 밥이
의무처럼 느껴질 때,
그럴 땐 따릉이가 가장 조용한 탈출구가 된다.
준비물은 에어팟.
사무실 앞 거치대에서 자전거를 꺼내 빌딩 숲을 한 바퀴 돌고 돌아오는 길.
누구에게도 말을 걸지 않고,
아무 설명도 없이 자리를 비우고,
그냥 나만 알고 있는 방향으로
잠깐 다녀오는 마음.
누군가에겐 이게 이해되지 않는 ‘혼자 있는 루틴’ 일지도 모르지만,
점심시간을 숨 쉬듯 넘기려면,
그렇게 잠깐 사라졌다가 돌아오는 게 필요하다.
점심시간에 따릉이를 타본 사람.
그건 사실,
내가 나를 데리고 나간 사람이다.
남이 정해준 루틴 안에서
딱 20분만이라도 내 호흡대로 사는 사람.
그리고 그런 시간이 하루에 단 한 번이라도 있다면
그 하루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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