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레벨테스트가 있다면

아이보다 내가 더 떨리는 날, 대치동에서 마주한 마음의 문제지

by 한끗작가


오늘, 대치동 학원가에

정식으로 첫 발을 디뎠다.

아이의 레벨테스트, 줄여서 ‘레테’ 보는 날이다.


아이를 교실에 들여보내고

나는 카페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섰다.




초행길이었다.

무심코 고개를 들었는데,

건물마다 간판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ooo사고력”

“xx영어”

“###%영재센터”

모두 비슷한 이름, 비슷한 색깔.


길 위의 햇살은 쨍했고,

눈은 간판에,

마음은 아이에게 쏠려 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아, 어지럽다…”




진짜 어지러웠다.

어지러운 건 간판이 아니라 내 마음이었다.


뭐가 맞는 건지,

지금이 늦은 건지, 빠른 건지.

나는 모르겠는데

모두는 알고 있는 것 같아서.


아이보다 내가 시험을 보고 있는 기분이다.




엄마 레벨테스트가 있다면

문제는 아마 이런 식일 것이다.


‘아이를 믿을 수 있습니까?’

‘넘쳐나는 정보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습니까?’

‘옆집 아이의 속도 앞에서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까?’




지금 나는 문제지를 받아 든 상태다.

정답은 아직 못 쓰고 그저 한 장 한 장

마음을 넘기고 있다.


아이에게 레벨테스트는 60분이다.

이 초보 엄마는 그 60분 동안 한문제도 풀지 못한 채 마음만 마구 널뛴다.


그리고 다시,

아… 어지럽다.





#엄마레벨테스트 #대치동첫날 #레벨테스트 #육아에세이 #감정의한끗 #브런치글쓰기 #워킹맘기록 #한끗작가

작가의 이전글출근하기 싫다, 학교 가기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