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상 다음의 감정들

아이보다 내가 더 울적했던 이유

by 한끗작가


우리 아이가

열심히 준비한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특상을 받았다.


대상과 준대상이 상대평가라면

그 외 상은 절대평가로 주어지는 구조.

‘잘했다’는 말은 받을 수 있는 대회였다.


그리고 아이는 정말 잘했다.

원고를 스스로 고치고,

카메라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작은 손짓까지 연습한 대로 해냈다.


특상.

내 기준엔 그 자체로 충분히 빛나는 상이었다.




그런데,

같은 학교 친구가 첫 출전임에도 학년별 대상을 받았다.

아이도 알고, 나도 알고,

현장에서 알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예상치 못한 감정에 잠시 멈칫했다.


기특함보다 먼저 떠오른 건

아이의 마음이 다치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었고,

그리고…

조금은, 나도 울적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말했다.


“그 친구는 대본이 좀 더 길었잖아.”

“더 일찍부터 외우기 시작했으니까.”


위로였을까, 변명이었을까.

아이보다 내가 더 복잡했다.




그날 나는 아이에게

옷도 사주고, 책도 사주고,

외식도 했다.

특상을 받은 아이에게

상보다 더 많은 ‘기분’을 쏟아주었다.


그게 미안해서였는지,

혹은 내 마음이 울적해서였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사실, 대회 전에는

대본을 다 외우지 못해

“제발 망신만 당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던 내가

막상 특상을 받고 돌아오는 아이에게

조금 초라해지는 마음을 느꼈다는 것 자체가 이상했다.


내가 더 일찍, 더 많이 준비시켰어야 했는데.

마음 어딘가를 가벼운 죄책감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런데 그런 내 마음을

아이 한마디가 단순하게 풀어냈다.


“오늘 하루 최고였어.”

나는 웃으며 말했다.

“정말 최고였지.”


그리고 아이는 덧붙였다.

“옷도 사고 책도 사고. 상은 (저번엔 최우수상 받고) 이번에 특상이니까 그럼 다음엔 준대상, 그 다음엔 대상 받는 거 아니야?”


나는 또 웃었다.

(속으로는 생각했다.

이번 대회는 경쟁률이 낮았고,

다음 대회는 그보다 훨씬 힘들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대상을 향한 도전은 쉽게 멈추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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