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서울의 중심, 남산의 추억
미세먼지가 잠잠해진 일요일 낮, 친구와 함께 두 시간가량 남산둘레길을 걸었다. 장충동 동대입구역에서 올라가 서울로쪽으로 내려왔다. 지팡이를 쥔 시각장애인들이 삼삼오오 걷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둘레길 중앙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노란색 점자블록이 길게 이어져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걷기 좋은 길이다. 더욱이 오늘 같은 날씨에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서울로 전학을 왔다. 명동에 있는 남산초등학교. 남산 아래 있는 회현아파트와 회현시범아파트에 잠시 살았다. 회현시범은 비탈진 고지대에 있어 5층쯤에 길가와 아파트를 잇는 육교를 만든 독특한 구조의 아파트다. 남산둘레길을 걷다 만났다. 아직까지 그대로 남아있어 신기했다.
회현시범아파트에서 남산으로 올라오면 딱 마주치는 건물이 흰색의 서울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이다. 건물 모양이 <스타워즈> R2D2를 연상케 한다. 스타워즈가 먼저일까, 이 건물이 먼저일까. 길가에는 리라학교 스쿨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1980년대 남산의 리라초등학교는 부의 상징인 사립이었다. 피켜스케이팅으로도 유명했던 기억이 난다.
남산둘레길에서 벗어나 서울로 방향으로 가다보니 길가에 재밌는 분식집 상호가 눈에 띈다. <라튀순>. 이름이 직관적이다.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늦은 점심 행선지는 이미 정해졌으니 아쉽지만 패쓰. 서울역 고가도로 일부를 남겨 차량 길을 사람 길로 만든 <서울로7017>에 처음 올라가봤다. 내겐 아직도 대우빌딩으로 기억되는 <서울스퀘어>는 여전히 압도적인 랜드마크였다.
다 걷고 난 뒤 남산둘레길 지도를 살펴보니, 남산과 맞닿은 동(洞)이 9개다. 약수동, 다산동, 장충동, 필동, 명동, 회현동, 후암동, 이태원2동, 한남동. 오늘 나는 장충동에서 올라가 필동과 명동을 거쳐 회현동으로 내려왔다. 만보기 앱 <캐시워크> 포인트 100점을 만땅 채우고 중림동의 유명한 일본라멘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남산둘레길|"남산은 서울의 중심이다. N서울타워 광장에는 서울 중심점이 있다. 이곳이 중심이라는 얘기다. 남산이 서울의 중심이란 사실은 남산을 올라보면 안다. 북쪽으로는 북한산, 남쪽으로는 관악산이 크게 아우른 가운데 서울이 동심원을 그리며 자리한다. 그 도심을 한강이 유유히 흘러와 남산을 감싸고 돌아간다.
남산둘레길은 N서울타워를 기점으로 남산을 한 바퀴 돈다. 이 길은 본래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로 조성됐다. 그러나 남산의 공원화가 진행되면서 자동차가 아닌, 사람이 걷는 길로 바뀌고 있다. 북측순환로는 '웰빙조깅메카길'로 불리며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남측순환로도 2011년 5월부터 순환버스만 통행할 수 있다.
남산둘레길로 접근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보통 명동역과 동대입구역, 서울역 등 지하철 거점이 되는 곳이 많이 이용된다. 남산둘레길로 가는 진입로는 공식적인 것만 15개다. 이 가운데 가장 사랑을 받는 곳은 명동역과 동대입구역 기점이다."|길숲섬 (김산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