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즈>, 참 잘 만든 영화다.
오래 전에 처음 볼 때도 괜찮은 느낌이었는데, 다시 봐도 정말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관적이겠지만, 2003년에 만든 영화를 십수 년이 지난 뒤에 봤는데도 후지다는 느낌이 안 든다는 건 대단한 거다.
엄정화와 장진영의 케미가 아주 잘 맞아떨어진다. 스토리도 탄탄하고, 대사도 폼 잡지 않으면서 차지다. 엄정화가 나랑 동갑이고, 배우 장진영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10년도 넘었다. 여배우 이은주와 장진영이 세상을 일찍 떠난 건 생각할 때마다 안타깝다.
무엇보다 궁금한 건 감독이었다. 예전에 본 영화인데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찾아봤는데, 역시 낯설다. 권칠인 감독. 한양대 건축공학과 출신이라는 게 인상적이다. 영화 <접시꽃 당신>의 조감독을 맡았고, <사랑하기 좋은 날>로 데뷔했단다. 이 분이 연출한 다른 작품은 본 적이 없어 뭐라고 평가하기 어렵지만, 영화 <싱글즈>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
뉴스라고 한다면 '클로징 멘트'와 같은 이 영화의 마지막 대사도 <싱글즈>에 대한 느낌을 아주 잘 갈무리해준다.
"난 서른 살이 되기 전 인생의 숙제, 둘 중의 하나는 해결할 줄 알았다. 일에 성공하거나 결혼을 하거나. 지금 난, 여전히 일에 성공하지 못한 싱글이다. 그러면 어때? 마흔 살쯤에는 뭔가 이루어지겠지 뭐, 아님 말고. 어쨌든 서른 살 이제 다시 시작이다. '나난' 파이팅! 파이팅!"
※ 덧붙여|공교롭게도 여배우 이은주가 세상을 떠난 날이 회사 창간기념일이었다. 그녀가 이병헌과 함께 출연했던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2001년)는 지금도 여진이 남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이 영화는 〈서편제〉, 〈태백산맥〉, 〈춘향뎐〉 조감독을 거쳤던 김대승 감독의 데뷔작이다. 이서진과 함께 주연했던 MBC 드라마 <불새>(2004년)도 인상적이었다. 조만간 <번지 점프를 하다>도 다시한번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