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가지 단상|2010년 캐나다관광청 '끝발원정대 2기' 참가 기록
이 사진과 글은 지난 2010년 캐나다를 여행하고 개인 블로그에 남긴 기록입니다. 당시 캐나다관광청에서 공개 모집한 '끝발원정대 2기'에 블로거 자격으로 응모해 프리젠테이션과 면접까지 거치면서 128대 1 가량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돼 다녀온 여행이라 더욱 뜻 깊습니다. '끝발원정대'는 캐나다 관광청의 슬로건인 '캐나다, 끝없는 발견'을 줄여서 만든 이름입니다.
해외여행 때 비행기 안에서 도시 전체를 한 눈에 내려다보는 일은 언제나 가슴 설렌다. 이륙 때이건 착륙 때이건 관계없다. 캘거리로 가는 에어 캐나다 국내선을 타고가면서 내려다 본 밴쿠버 일대. 배산임수라고 해야 하나? 등 뒤에는 산이 병풍처럼 서 있고 앞으로는 바다와 맞닿는 거대한 물줄기가 흐른다. 건물들은 다운타운 일부를 제외하고는 단층들이다. 녹지대도 적잖게 눈에 띈다.
밴쿠버에서 캘거리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캐네디언 로키를 지나 캘거리 상공에서 비행기는 몸을 숙인다. 주택과 건물이 빼곡하게 들어선 밴쿠버와는 달리 너른 대지와 긴 도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주택가가 눈에 띈다. 또한 밴쿠버와는 달리 도시 주변이 눈으로 뒤덮혀 있다. 저 멀리 줄줄이사탕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로키 산맥도 눈에 들어온다.
캐네디언 로키(Canadian Rocky Mountains)에 있는 밴프(Banff)·재스퍼(Jasper) 국립공원과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 등은 세계 각지로부터 관광객들이 사시사철 모여든다. 봄·여름·가을에는 만년설의 로키산맥을 병풍처럼 하고 달리는 최고의 드라이빙 코스 '아이스필드 파크웨이(Icefields Parkway, 밴프~재스퍼)'와 맑은 청록색 물빛이 매혹적인 레이크 루이스 등이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당긴다. 겨울철에는 레이크루이스 마운틴 리조트·선샤인 빌리지·마운트 노퀘이 등 '샴페인 파우더'를 자랑하는 빅3 스키장이 사람들을 유혹한다.
캘거리국제공항(YYC)은 공항 안 디스플레이에 상당히 신경을 써서 여행객들을 지루하지 않게 해준다. 수하물이 나오는 컨베이어 벨트 상단 공간에 캘거리의 역사와 명소에 대한 전시물을 배치했다. 한 눈에 보기에도 꽤 정성을 들인 작업이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 자리잡은 캘거리 동물원(Calgary Zoo)의 하마 모형도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페어몬트 밴프 스프링스(The Fairmont Banff Springs)'는 캐나다 서부관광의 핵심인 캐네디언 로키(Canadian Rockies)의 초기 개발 역사와 맞닿아있을 정도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스코틀랜드의 성을 본떠서 1888년에 당시 총 공사비 25만C$를 들여 지었다. 그래서 '로키의 성(Castle of the Rockies)'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밴프 스프링스의 외관을 보면 중세시대 유럽의 고성을 보는 듯 중후하다. 실제 호텔 내부 장식이나 방 안의 가구들도 고풍스럽다.
'디스커버 밴프'의 투어 가이드 리디아가 잠시 내려서 사진을 찍으라며 "여기가 밴프 스프링스 호텔을 찍기 가장 좋은 뷰 포인트(Best View Point)"라고 말한다. 아마 후두스(Hoodoos)로 가는 터널(Tunnel)산 도로 주변인 것 같다. 사진을 찍고 보니 진짜 밴프 스프링스(Banff Springs)를 여기처럼 더 잘 볼 수 있는 곳도 드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곤돌라를 타고 설파산에서 바라다본 조망과는 또다른 느낌이다.
"The best views in banff national park." 설파산 곤돌라(Sulphur Mountain Godola)를 홍보하는 문구다. 밴프 곤돌라라고도 불리는 설파산 곤돌라의 정상 터미널은 해발 2281m에 위치해 있다. 남한에서 가장 높은 고도에 위치한 한라산(해발 1950m)보다 약간 높고, 북한에서 가장 높은 백두산(해발 2744m)보다는 다소 낮은 위치에 있는 셈이다. 산 아래 매표소쪽 터미널에서 곤돌라를 타고 8분 정도(해발 698m→2281m)면 정상 터미널에 도착한다. 4인승 곤돌라를 타고 8분 간의 여행으로 한라산 정상보다 높은 곳에 오르는 셈이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은 '남과 사이좋게 지내되 의를 굽혀 좇지는 아니한다'는 뜻으로 '남과 화목하게 지내지만 자기 중심과 원칙을 잃지 않는다'는 의미다. 캐네디언 로키의 웅장한 산세를 보고 있자면, 화이부동이 생각난다. 사이좋게 이어져 있지만,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게 살아있다.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 같다. 밴쿠버→캘거리행 비행기 상공에서 바라본 캐네디언 로키가 화(和)에 더 가까웠다면, 설파산 정상에서 바라본 캐네디언 로키는 부동(不同)에 더 무게중심이 놓여져 있는 느낌이다.
밴프(Banff)의 관광 역사는 온천 개발로부터 시작됐다. '어퍼 핫 스프링스(Upper Hot Springs)'는 1883년 밴프국립공원이 만들어진 계기가 된 온천이 발견된 케이브&베이신(Cave&Basin)보다 1년 늦은 1884년에 발견되었다. 1996년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거쳐 오늘날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어퍼 핫 스프링스는 설파산 곤돌라를 타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다. 유황 온천으로 유명한데 온천수의 평균 온도는 38℃. 내가 간 날은 39℃였다. 온천 맛는 겨울철이 진짜다. 찬 바람에 얼굴은 시원하고 몸은 뜨끈 뜨끈해지며 사람을 노곤하게 만든다.
보우 폭포(Bow Falls) 캐스케이드 남쪽을 휘돌아 흐르는 보우 강의 한 굽이에 흘러 내린다. 이 곳은 마릴린 몬로가 주연한 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의 배경이 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보우 강(Bow River)은 재스퍼(Jsper) 국립공원 근처의 보우 호수에서 발원해 캘거리와 위니팩 호수를 거쳐 허드슨만으로 흐르는 강이다. 후두스(Hoodoos) 물의 침식 작용으로 생긴 기암괴석지대다. 인디언들은 후두스가 거인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터널(Tunnel)산 도로의 주차장에서 약 500m 걸으면 후두스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미네완카(Minnewanka)는 원래 이 곳에 살았던 원주민의 말로 '영혼의 호수(Water of the Spirits)'라는 뜻이다. 호수의 규모는 깊이 142m, 장축의 길이가 28km로 캐네디언 로키의 호수들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밴프에서 11㎞ 가량 떨어져 있어 차량으로는 15분 거리에 있다. 캐네디언 로키의 빼어난 경관을 볼 수 있어 사진가들과 낚시 애호가들에게 인기가 있다. 이 곳은 송어 낚시의 천국이다. 낚시를 즐기려면 낚시 허가증과 낚싯배, 낚시 도구를 빌려야 한다. 낚시 허가증은 낚시 도구를 빌리는 곳에서 살 수 있다. 5월 중순에서 9월까지 가능하다.
샤토 레이크 루이스(Chateau Lake Louise)에 도착하자마자, 호텔 프론트에 레이크뷰 라운지의 애프터눈 티 세트 예약을 부탁했다. 애초 오후 휴식 시간에 마시는 차라고 하지만, 3단 접시에 여러가지 조각 케이크와 초콜릿, 과일 등을 세팅해 제공하는 애프터눈 티 세트는 그 자체로 한 끼의 식사였다.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다만, 가격이 좀 비싼 게 흠인데 그렇다고 해도 전혀 아깝지 않다. 두 사람분 애프터눈 티 세트 가격은 총 C$91.90이었다. 2명분 애프터눈 티 세트 가격이 C$78.00, 세금(tax) C$3.90, 그리고 팁(Gratuity) C$10.00 세트 메뉴가 필요없다면 차만 시켜서 마실 수도 있다.
캐네디언 로키에 위치한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는 세계 10대 절경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여름·가을철 청록색 빛의 호수와 그 뒤의 만년설로 뒤덮힌 산맥을 바라보고 있으면 누구든 넋을 놓게 된다. 이 호수의 이름은 1878년부터 5년 동안 캐나다 4대 총독이었던 론(Lorne) 후작과 결혼한 영국의 빅토리아(Victoria) 여왕의 넷째 딸 루이스 캐롤라인 알버타(Louise Caroline Alberta) 공주의 이름을 따서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로 정했다고 한다. 레이크 루이스는 길이 2.4Km, 폭 500m, 최대 수심 70m의 큰 호수로, 주변에는 침엽수림으로 덮인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2월초 얼어붙은 레이크 루이스 앞에는 여러 얼음조각 작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아이스 매직 페스티벌(ICE MAGIC FESTIVAL)에 출품된 작품들이다. 레이크 루이스 안에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축하하고 기념하는, 얼음으로 만든 오륜과 작은 성이 있었다. 건너편 빅토리아산을 배경으로 얼음조각 작품들에 앵글을 대보니 얼음에 비춰진 은은한 빛이 얼음조각의 음양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어 작품을 감상한다. 강아지만큼이나 눈과 얼음을 반기는 꼬맹이들은 그 사이를 분주하게 뛰어다니며 놀고 있다.
캐나다 알버타주 레이크 루이스에 도착해보니, 천상에서의 스케이팅이었다. 눈 덮인 빅토리아산을 병풍삼아 꽁꽁 언 드넓은 호반 위에서 여유롭게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을 보니 입에 쩍 벌어진다. 세계 10대 절경이라고 할 수 있는 레이크 루이스에서의 스케이팅. 샤토 레이크 루이스에 묵으며 연인이나 친구, 가족 단위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이 많았다. 스케이트를 타지 않더라도 스케이트 타는 포즈를 취하거나 레이크 루이스 빙판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는 캐나다 알버타주 밴프 국립공원 안에 있는 호수다. 캐네디언 로키에 있는 300여 개의 호수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세계 각지로부터 연간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하는 캐나다 관광의 대표적인 명소다. 밴프에서의 거리는 약 60km. 캐네디언 로키에 둘러싸여 있어 고산식물과 야생동물의 보고이기도 하다. 주변의 볼만한 곳으로는 루이스 호수를 비롯해 모레인 호수, 아그네스 호수 등이 있다. 여름철에는 하이킹, 낚시, 보트나 카누를 탈 수 있고, 겨울철에는 스케이팅이나 아이스 하키, 마차여행 등을 할 수 있다.
레이크 루이스 마운틴 리조트(Lake Louise Mt. Resort)는 밴프 빅3 스키장 가운데 하나다. 빅3 스키장은 이 곳 말고도 스키 노퀘이(Ski Norquay)와 선샤인 빌리지(Sunshine Village)가 포함된다. 레이크 루이스 스키장은 캐나다에서 가장 큰 스키장이다. 레이크 루이스 마운틴 리조트의 슬로프에서 바라보는 캐네디언 로키의 경치는 장관이다. 완벽하게 관리된 초보자 코스부터 스키 캐나다 매거진이 평가한 '캐나다 최고의 급경사면'과 더블 블랙 다이아몬드까지 4개의 산봉우리에 걸쳐 4000에이커(490만평 가량)가 넘게 펼쳐진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한다. 리프트만도 11개에 달한다.
글렌보우 뮤지엄(Glenbow Museum). 캘거리의 도심, 메리어트 호텔과 맞닿아 있다. 총기류 컬렉션이 유명하며 북미 인디언과 에스키모에 관한 자료가 풍부하게 전시돼 있다. 지난 2월 초 방문한 글렌보우 뮤지엄에는 여러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게 '전쟁 신부들(War Brides)'이라는 제목의 전시회였다. 전쟁 신부(War Bride)는 유럽이나 아시아에서 귀국하는 미군을 따라온 외국인 아내들을 부르는 말이다. 미국 언론이 만들어낸 이 말은 2차 세계대전 종전 후에 대중적으로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이 말 뜻에는 2차 세계대전 승전국이며 세계 최강대국으로 등장한 미국의 자부심이 가득 담겨있다.
대부분의 나라가 주요 도시에 타워를 세워 그 나라의 상징으로 삼는다. 바벨탑 컴플렉스인지 모르지만 높이에 대한 동경은 만국 공통인 듯 하다. 캘거리 타워(Calgary Tower)는 알버타주 캘거리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1967년에 세워졌으며 높이는 190.8m다. 타워 상층부 전망대로 오르내리는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운행한다. 전망대는 360도 파노라마 전망이 가능하도록 회전하며, 전망대 바로 아래층에는 유명한 고급 레스토랑이 있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캐네디언 로키를 볼 수 있다. 캘거리에서 밴프까지의 거리는 128km.
14년만에 다시 찾은 캐나다, 5박7일의 여행이 끝났다. 캘거리 메리어트에서 마지막 여정을 보내고 캘거리 공항으로 떠나는 아침. 캘거리에서 밴쿠버로, 밴쿠버에서 인천으로 간다. 캘거리 공항에서 팀 홀튼(Tim Hortons) 커피에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먹었다. 캐나다의 대표적인 커피체인점이라는 팀 홀튼 커피는 다른 커피에 비해 단맛이 강했다. 공항 안에서 자전거를 이동수단으로 쓰는 경찰도 눈에 띄었다. 캐나다관광청과 알버타관광청의 도움으로 근사한 여행을 경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