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한기 Aug 24. 2021

<제주올레> 탄생을 알렸던 '첫 보도자료'를 공개합니다

자료|2007년 8월 31일 '제주올레 보도자료'


2007년 8월 31일 오전 8시 31분 18초. 사단법인 '제주올레'를 만든다는 보도자료를 메일로 받은 날짜와 시간이다. 제목은 '제주올레 보도자료예요(서명숙)'. 친구인 허영선 시인의 계정으로,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 내게 보내온 메일이다. 서명숙 이사장은 <오마이뉴스> 전임 편집국장이었던 언론사 직속 선배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났다. 이제 제주올레는 고유 대명사가 됐다. 평생에 한 번 2박3일 여행이면 될 것 같았던 제주를 시도 때도 없이 다녀오게 만드는 묘한 중독을 낳았다. 올레의 매력은 속도를 포기하자 그제야 내 앞에 다가온 자연이었다. 없었던 게 아니라, 느끼지 못했던 것이었다.


제주올레 첫 보도자료를 다시 보니 재밌다. 제주올레 이름은 김진애 건축가의 작품이었고, 당시 성신여대 교수였던 손석희 JTBC 총괄대표가 초대 이사진 8인방 가운데 한 명이었다. 14년 후인 지금 봐도 핵심 가치가 훼손되지 않은 걸 보면, 제대로 된 방향을 잡고 발전해왔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 힘은 오롯이 제주올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헌신과 제주올레를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에서 나왔다.


'제주올레' 역사의 소중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이 보도자료 전문을 소개한다.



<보도자료>

제주특별자치도 주최, 사단법인 <제주올레> 주관

 

1. 사단법인 <제주올레>, 어떤 단체인가.


세계자연유산의 섬, 제주도는 한번 다녀간 사람들은 그 기막힌 아름다움에 반하는 섬이다. 제주의 문화와 역사를 음미하면서 느린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제주도의 길은 아주 매력적인 곳이다. 그러나 차를 타고 훌쩍 둘러보고 가는 사람들에게 제주도는 쉽게 그 속살을 보여주지 않는다. 걸은 만큼 제주도가 보인다. 또한 머무른 만큼 제주도가 보인다. 국내외 도보여행자들은 물론 가족단위, 개인이 여행을 왔을 때 찾아갈 수 있는 길, 그런 아름다운 제주도 길을 찾고 만들고 싶은 마음에서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만든 비영리 법인단체이다.


(뒷 얘기 = 어느 때보다 걷는 붐이 일고 있다. 조금이라도 느리게 음미하는 길을 걷고 싶은 누구나의 욕망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누군가 나서줘야 했다. 국외 관광객들을 위한 코스는 여행사를 통해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지만, 누구든지 걷고 싶은 길을 찾는 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이때 서명숙 이사장이 스페인 산티아고에서 3개월에 걸친 걷기 순례를 하면서 제주도에도 이러한 길을 만들면 전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겠다는 뜻이 단초가 되었다. 전직 언론인 친구 허영선을 설득, 함께 이러한 길만들기를 시작했다.)


2. 왜 이름이 <제주올레>인가.


- 올레는 제주어로 집으로 통하는 골목길을 뜻한다. 또한 올레는 고어로 ‘오래’이며 이는 ‘문’을 뜻하는 말이다.

- 올레는 정겨운 제주어의 이름이다. 때문에 길을 찾는다는 의미에서의 올레는 매우 적합했다. 제주올레라고 할 때, 발음과 영어자로 표기할 때 그 역시 어감이 효과적이다. 어감상 ‘제주에 올래?’ 라는 의미도 포함된다.


(뒷얘기 = 수많은 이름이 후보에 올랐다. 몇날 며칠을 고심했으며, 서울에서까지 주변을 통해 공모했다. 건축가 김진애가 내놓은 이름 <제주올레>가 최종 낙찰됐다.)


3. 그동안 어떻게 길찾기를 추진했나.


- <제주올레>는 그동안 제주도 길을 우선 답사하면서 길과 길을 연결하고 이어주는 작업에 흥미를 느꼈다. 폭이 좁아 걸어다닐 수 없는 길, 그런 길은 사람이 다닐 수 있게 장애물을 치워주고, 한 두사람이 걸어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 된다. 어떠한 시설물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단지 길 위에 화살표 정도를 해주면 된다. 제주도는 이러한 길이 수없이 많다. 쭉쭉 빵빵 뚫린 아스팔트 도로가 어느 곳보다 거미줄처럼 만들어있는 곳에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이 그렇게 많은가.


4. 어떤 식으로 길을 걸을 것인가.


우선 길 탐사팀이 제주도의 아름다운 길을 답사한다. 당일, 1박2일, 2박3일 등 가능하면 최대한 오래도록, 천천히 둘러볼 수 있는 길이 되도록 여러 가지 코스를 개발하고 홍보할 것이다. 그 방법은 코스 개발과 함께 도민, 관광객 함께 걷기가 될 것이며, 브로셔가 제작될 것이다.



5. 왜 첫 코스가 말미에서 섭지인가.


예부터 제주도 한바퀴를 '시흥에서 종달까지'라고 했다.


시흥에서 보는 세계자연유산 성산의 아름다움에 빠졌다. 특히 말미오름(두산봉)에서 그 멋은 더한다. 10여차례 그림같은 잔디가 깔린 시흥초등학교에서부터→말미오름(두산봉)→종달리해안도로→성산포갑문→통밧알(조개체험장)→성산일출봉 해변따라 걷기→동암사절→수마포→광치기→사구언덕→신양해수욕장→섭지코지를 걸으면서 이곳을 시작으로 하고 싶었다.


- 첫번째 코스에 대한 안내.

이번 코스는 당일코스이다. 제주올레1. 말미오름에서 섭지코지까지가 첫 번째 테마다.

이번 코스는 시흥초등학교에서 집결해 말미오름을 오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말미오름은 두산봉이라고 부르는 시흥리와 종달리의 경계에 있는 오름이다. 오름 위에 서면 지미봉이 마주하고 성산과 주변 오름, 한라산이 눈앞에 펼쳐진다. 360도로 제주도를 조망할 수 있는 이 오름은 제주도 동서횡단의 축이다.


비로소 흥하는 마을이라는 뜻의 시흥에서 출발한다는 것은 그 의미가 있다. 섭지코지까지 걸어서 가는 동안 세계자연유산 성산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또한 이번 코스에서는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이며 여행가로 널리 알려진 <바람의 딸 한비야><지도밖으로 행군하라>등의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한비야도 함께 참가, 동행한다.


코스를 도는 동안 만나는 자연과 문화, 역사에 대한 의미는 제주 4·3연구소 이사인 오승국씨가 해설한다.


6. <제주올레>, 그 전망과 앞으로...


앞으로 제주올레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길을 따라서 가는 코스를 계속 찾고 그 성과물로 브로셔를 제작할 것이다. 그러한 코스가 개발될 때마다 제주도 길의 문화를 새롭게 하는 의미가 될 것이며, 새로운 관광문화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루코스, 짧은 코스의 여행은 제주도에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 제주올레의 걷는 길 '바당올레 하늘올레'는 새로운 관광문화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또한 인간이 인간답게 걸을 수 있는 길을 찾고, 걷는다는 것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미래를 여는 가장 가치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7. 어떤 길이 대상인가.


- 제주 섬을 하나로 보고 코스를 개발할 것이다. 끊긴 길을 연결하다보면 새롭고 재미있는 길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가령 바닷길과 산길을 연결하고, 곶자왈과 소롯길을 이어주는 묘미도 있을 것이다.


올레길을 걷고 있는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8.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었나.


이사장 1인과 이사 8인으로 구성되었다. 서울과 제주에서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함께 했다.


이사장 : 서명숙(언론인, 전 시사저널, 오마이뉴스 편집국장)

문성윤 (변호사)

서명숙 (전 시사저널, 오마이뉴스 편집국장)

손석희 (언론인, 성신여대교수)

이유진 (시인, 내셔널트러스트 고문)

이창익 (제주대 일어일문학과 교수)

정혜신 (정신과 의사)

조용환 (법무법인 지평 대표)

허영선 (전 제민일보 편집부국장)


<제주올레>는 이사진 외에 자문위원팀과 길찾기 실무팀을 가동한다.

자문위원은 환경과 문화를 아울러 조언할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며, 길찾기 실무팀은 길에대한 전문가, 관심있는 사람들로 구성될 것이다.


9. <제주올레>의 가장 주된 사업은?


현실적으로 어떻게 걷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길을 홍보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그런뜻에서 만화 브로셔를 제작하기로 했다.


이번 첫 번째 코스를 만화 <간세다리의 바당올레, 하늘올레>로 제작(현재 작품은 완성됐음) 전국적으로 배포할 계획이다. 간세다리는 천천히 걷자는 의미에서 '게으른 사람'을 일컫는 '간세다리'를 떠올렸다. 바당올레, 하늘올레는 바닷길과 산길을 의미한다. 최대한 제주어를 살리고 싶었다.


제주에서 5년째 정착하고 있는 만화가 김경수화백이 직접 수없이 코스를 걸으며 현장 스케치한 참신한 그림 35점이 브로쉬어가 될 것이다.(김화백이 제주를 사랑하고 제주에 산다는 것은 행운이다!) <말미오름에서 섭지코지까지> 첫 번째 코스를 테마로 선보이는 브로셔는 이미 작업이 완료됐고, 제본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누구든 이 브로셔를 보면 쉽게 길을 찾고 이 길의 문화와 역사를 알 수 있게, 또한 슬그머니 웃음이 나게 그려졌다.


이러한 브로셔 작업은 길찾기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될 것이다.


10. <제주올레>에 참여하려면


제주올레의 문은 활짝 열려있다. 누구든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그리고 회원들은 이러한 길찾기 및 걷는 길에 동행할 수 있다. 또한 계속 시리즈로 나오는 <간세다리의 바당올레, 하늘올레>를 받아볼 수 있다.


11. 하고싶은 말


<제주올레>는 지금 출발이다. 앞으로 제주도의 아름다운 길을 찾아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며 걸을 수 있는 인간다운 길을 찾는데 힘을 쓸 것이다. 이 기획은 제주도와 합작이 될 것이기 때문에 도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왼쪽), 안은주 제주올레 이사(오른쪽)와 함께.
2020년 9월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과 함께 올레길을 걸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