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사동 가로수길 <마담타이>
"마담타이(Madam Thai). 태국 공주가 아니고 음식점 이름이다. 2019년 11월 19일 저녁에 처음 가서 모든 메뉴를 맛보고 반했다. 먹어본 이 분야 음식 가운데 국내 최고였다... 송파구 삼전동에 큰 테이블 하나 놓고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했는데, 11월 5일 가로수길로 이전하면서 시원하게 넓어졌다.
백지원 선생이 은둔하던 강호에서 칼집의 먼지를 털어 쥐고 분연히 떨쳐 일어나 <월간식당> 편집국장을 장기집권 하다 퇴직한 육주희씨와 손잡고 절정 고수들이 우글거리는 외식의 무림 강남에서 '도장깨기' 진검승부 대장정에 나선 것이다.
음식이 태국 계열이었지만, 국적과 뿌리를 초월한 격조 높은 맛을 보여줬다. 양념의 조화와 균형이 빚어내는 탄탄한 맛의 구조가 입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즐겁게 했다. 매운맛의 절묘하고 섬세한 배합이 특히 돋보였다. 경쾌한 매운맛이라 할까, 즐거운 매운맛이라 할까. 더 주지 못해 안달하는 백 선생의 푸짐한 인심이 더해져 성찬을 만끽했다."
'자자처사(自自處士)'를 자처하는, <맛따라기>로 음식 이야기를 꾸준히 풀어내고 있는 이택희 선배가 얼마 전 페북에 올린 게시글의 일부다. 나도 삼전동 시절, <부안애서> 대표인 김인숙 누님의 초대로 <마담타이>에 가서 백지원 선생님의 음식을 맛 본 적이 있다. 이택희 선배의 게시글을 보고, 지인 모임을 <마담타이(신사점)>로 정하고 어제 저녁에 찾아갔다.
아시안 요리 전문 레스토랑을 표방하는 <마담타이>에서 주문한 음식은 네 가지. 그리고 코코넛 강황밥과 맥주.
○ 마담 고기국수|아롱사태를 풍성하게 올리고, 진한 육향과 아시아 여러 나라의 소스가 어우러진 매력적인 고기 국수.
○ 마담 꿍옵운센|대형 블랙타이거 새우와 오징어, 녹두 당면을 넣은 마담타이 스타일 꿍옵운센.
○ 마담 똠얌꿍|신선한 새우와 무농약 새송이 버섯을 가득 넣은 마담타이 스타일의 똠얌꿍.
○ 마담커리|카라멜라이즈한 양파, 구운 닭고기, 다양한 향신료를 사용해 마담타이 스타일로 요리한 무수분 커리.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음식의 품격이 다르다". 코로나로 해외여행을 못 가는 상황이라서 음식으로 서운한 마음을 달래려 갔는데, 동남아(태국) 음식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끔 세심하게 '보정'한 노력이 엿보였다.
'꿍옵운센'은 새우와 오징어가 주인공이지만, 뒷받침해주는 조연 녹두당면의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 조화를 잘 이뤘다. '똠얌꿍'은 품위 있는 산미로 입맛을 돋우어줬다. 물을 넣지 않고 요리한 '마담커리'는 진한 풍미로 함께 나온 빵이나 강황밥과 잘 어울렸다. '고기국수'는 삼전동 때보다 국물이 연해진 듯 한데, 내 입맛에는 더 좋았다.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와인'이다. 맥주는 동남아 병 맥주와 하이네켄이나 타이거 생맥주도 있어서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됐다. 그런데 와인은 한 잔 사이즈인 187ml G7 샤도네이와 G7 까베르네 쇼비뇽 두 가지였다. 아마도 '술' 중심이 아니고 '음식(요리)' 중심이라서 그런 듯 하다. 그래도 아쉬웠다. 와인을 리스트에 넣었다면, 윗급의 와인이 몇 가지 있으면 더 좋겠다 싶다.
주방에 계시던 백지원 선생님께 인사를 드렸더니, 오래 전 삼전동 <마담타이>에 방문한 것을 기억하며 반갑게 맞아주셨다. 그리고 우리 일행에게 패션후르츠 에이드를 서비스로 내주셨다. 음식을 먹고 난 뒤 입가심으로 찰떡궁합인 음료였다.
여행의 절반은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동남아 여행을 즐기거나 동남아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반듯이' <마담타이>에 가볼 것을 권한다. 동남아 여행을 못 했거나 동남아 음식을 못 먹어본 사람은 '반드시' <마담타이>에 가볼 것을 권한다. 음식에 대한 생각을 바로세워줄 것이다. <마담타이>는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다. 예약 가능.
○ 마담타이 신사점|http://naver.me/x6PwNqT7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41-2(호경빌딩 2F) / ☎ 0507-1478-7965
영업시간은 오전 11시~오후 10시. 월요일 휴무
오후 2시30분~5시30분 브레이크 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