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김대중 대통령 당선 때 머물렀던 DJ의 일산 사저

1996년~1998년... 고양시에서 매입 '평화의 집' 조성 계획

by 이한기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따르는 정치세력은 '동교동계', 김영삼(YS) 전 대통령을 따르는 사람은 '상도동계'로 불렸다. DJ는 동교동에 살았고, YS는 상도동에 살았기 때문이다. 마치 옛날 부잣집에서 전화를 받을 때 "예, 성북동입니다~"라고 응답하듯이.


그런데 DJ가 1997년 12월 19일 제 15대 대통령에 당선돼 그 소식을 듣고, 이튿날 아침 자택 밖으로 나와 환영 인파에게 손을 흔들며 답례한 곳은 동교동이 아니었다. 일산 자택이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 1327-6, 1327-7번지. 고급 주택가인 이곳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옛 일산 사저다. 지하 1층과 지상 2층이며 2개 동이 연결돼 있다. 두 필지로 연면적은 458㎡. 한 필지에 약 70평이니 전체 약 140평이다.


DJ는 1995년 이곳에 집을 지었고, 1996년 9월부터 1998년 2월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까지 일산 사저에서 살았다.


1992년 12월 대선에서 패배한 뒤 정계은퇴를 선언한 그는 이듬해인 1993년 1월 26일 영국으로 떠났다. 그 해 7월 4일 귀국한 DJ는 와신상담하며 노력한 끝에 1997년 12월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1997년 대선 DJ의 대표적인 캐치프레이즈는 '준비된 대통령'이었다. 그 준비의 막바지 완성도를 높여낸 공간이 일산 사저였던 셈이다.


1997년 12월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일산 자택에서 대통령 당선증을 들어 보이며 기념 촬영.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 이희호 여사와 박태준 자민련 총재. ⓒ 한국일보 자료사진


DJ는 대통령 5년 임기를 마친 뒤에는 오래 살았던 동교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일산 사저는 대통령 임기 중이었던 1999년에 재미교포 사업가인 조풍언(작고) 씨에게 팔렸다. 가격은 6억5000만원.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던 '조풍언 게이트'에 연루됐던 그는 2011년 미국으로 돌아갔고, 2014년에 사망했다.


조풍언씨는 DJ의 일산 사저를 매입한 뒤에 이곳에 살지 않았다. 2014년 사망한 뒤에 상속이 이뤄지지 않아 오랜기간 고인이 된 조풍언씨 명의로 남아 있었다. 고양시는 최성 시장 때부터 DJ 일산 사저를 매입해 시민들에게 공개할 계획을 세웠으나, 상속인이 명확치 않아 진행되지 못했다.


그러던 가운데 이재준 시장이 취임한 뒤인 지난해 DJ 일산 사저 매입 계획에 새로운 진척이 있었다. 현재 DJ 사저는 고양시가 매입을 확정했고, 향후 평화를 상징하는 기념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고양시는 이를 위해 김대중기념사업회와 지역 시민단체 등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 15일 오후 고양시 관계자의 협조를 얻어 DJ 일산 사저를 둘러봤다. 24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가 머물렀던 공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침실과 회의실, 서재와 도서관식 책꽂이는 물론 경호원 등이 머물렀던 공간까지도. 역사의 장소를 둘러보며 설레였다.


※ 사진|김진석 사진작가, 이한기

※ 참고|조선비즈, 고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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