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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기 Feb 18. 2024

80대 현역 감독, 김성근이 던져준 '삶의 화두'

100가지 단상|김성근의 자전 에세이 <인생은 순간이다> 책을 읽고


<인생은 순간이다>. 김성근 본인의 야구 인생을 회고한 책이다. 본인 스스로도 인정하듯이, 김성근만큼 욕을 많이 먹은 야구감독도 없을 것이다. 그는 '이겨야 프로'라는 생각이 확고하다. 승리가 지상 목표다. 그래서 '데이터만 맹신하고, 선수를 혹사시킨다', '야구를 참 치사하게 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김성근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런 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자기 갈 길만 간다. 프로의 세계에서 '예의 바른 야구를 하다가 지면 무슨 소용이냐'는 것이다. 냉혹한 프로의 세계에선 냉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성근의 야구 철학, 삶의 방식에 다 동의하지는 않는다. 다만, 김성근과의 생각 차이보다, 그에게 배울만한 삶의 태도가 훨씬 크고 깊다는 생각을 한다.


김성근의 이런 생각과 태도를 보면서, '당신에게 야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가 왜 야구를 '시간', '운명', '심장'이라고 했는지 곰곰 생각해본다. 선수들에게 직접 수백 개의 펑고(fungo) 볼을 쳐주고, "여전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은 야구장에 가는 길"이라는 82세의 현역 감독. 그는 우리에게 많은 삶의 화두를 던져준다.


"예전에 김응룡이 이끌던 해태타이거즈 2군 감독으로 들어간 적이 있었다. 김응룡과 나는 동기여서 누가 누구를 가르치고 배운다 할 관계가 아닐뿐더러 딱히 친하지도 않다. 그런데 왜 그 밑으로 갔느냐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역시나 배우기 위함이었다.


김응룡은 내가 해태에 갔을 당시에도 일곱 번이나 우승을 한 감독이었다. 김응룡이 만드는 팀이 왜 강한지 알고 싶었다. 어떤 방법으로 선수를 통솔하는지, 해태가 강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그 옆에서 2년 동안 일하면서 직접 봤다. 좋은 경험이고 유익한 공부였다.


나중에 감독을 할 때 그때 본 것들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니 내 모자람이 억울하고 한스럽다면 당연히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다. 무식을 창피해해서는 안 된다. 무식한데 그렇지 않은 척하면 오히려 결국 큰 해가 되어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공부만이 살 길이다." _김성근


#김성근 #인생은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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