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가지 단상|노무현과 담배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뒤 많은 사람들을 더 슬프게 만들었던 노간지 사진. 그 가운데 백미는 동네 구멍가게에서 담배 피는 모습이었다. 청색의 '클라우드나인(CLOUD9)' 0.5mg. 그 실제 장소인 봉하쉼터. 지난 2010년 가을 '노무현 강독회' 수강생들과 방문했을 때 찍었던 사진이다.
당시 봉하쉼터에서 만난 주인 아주머니. "노무현 대통령이 (사진에서처럼) 담배 필 때 여기에 계셨냐"고 묻자, "그럼요, 동네 아저씬데요"라고 말한다. 그 얘기가 아직도 귓전에 맴돈다.
2007년 9~10월 청와대에서 인터뷰 할 때 노 대통령이 피던 담배는 파란색 아리랑이었다. 그런데 퇴임 후에는 클라우드나인으로 바뀌었다. 담배는 기호품이라서 대개는 취향에 따라 선택하고, 웬만해선 한 종류를 오래 피는데. 아리랑이 단종된 뒤 다른 걸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다. 저 사진이 등장하기 전부터 피웠고, 지금까지 내가 피우는 담배도 '클라우드나인' 0.5mg인데.
어쨌든 중요한 건 담배의 종류가 아니다. 어떤 종류가 됐건 한 개비의 담배다. 서거 직전 경호원에게 담배 한 개비를 달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2009년 5월말 노 대통령의 분향소에는 담배 한 개비를 올리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한 개비의 담배를 입에 문 '동네 아저씨'가 늘 그립다. #2019_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