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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기 Jul 02. 2020

<인간극장> 이금희 "노처녀의 비애? 하하하..."

인터뷰|KBS <인간극장> 내레이션 이금희 아나운서 ②


KBS 휴먼다큐 미니시리즈 <인간극장>의 내레이터 이금희 아나운서. ⓒ 오마이뉴스 이종호 기자


 KBS 대표적인 휴먼다큐 미니시리즈 <인간극장> 올해 20주년을 맞았습니다. 지난 2005 <인간극장> 5주년   프로그램의 내레이션을 맡고 있는 이금희 아나운서를 인터뷰했습니다.


<인간극장>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기록을 브런치에 남깁니다.  글은 15년의 시차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 사진은 <오마이뉴스> 이종호 기자가 찍었습니다.



[이금희 10문10답] 

"스콧 니어링의 삶이 부러워요"


이금희 아나운서와 2시간 넘게 인터뷰를 하면서, 이야기가 두세 차례 중단됐다.


인터뷰가 시작된 지 1시간쯤 지났을 때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그는 전화를 받다가 갑자기 "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상대방은 스카이라이프 <이금희의 인(人)터뷰>에 출연했던 강원룡 목사.


"목사님이 그러시는 거예요. '<아침마당>을 보는데, 아니 애도 안 낳은 여자가 뭐 그렇게 애를 낳으라고 방송을 하냐'고. 하하하."


강 목사와의 전화 통화가 끝나자마자, 그는 사진을 찍던 이종호 기자에게 말을 건넸다. "너무 지루하시죠, 냉커피 한 잔 더 하실래요?" 상대방이 누구이건 간에 다소 불편해 하거나 지루해 할 거 같으면 그는 자신이 더 불편해 한다. 아마도 그러한 증상은 평생 달고 살아야 하는 불치병에 가까운 듯 하다.


인터뷰 도중 잠시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뒤돌아보니 클론의 멤버였던 강원래씨가 휠체어에 탄 채 KBS 현관 유리문을 밀고 있었다. 강원래씨가 괜찮다는 눈빛과 함께 손을 들고 나서야 그는 안심하는 눈빛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독백처럼 "혼자 문을 여는 게 힘들어 보여서요"라고 되뇌인다.


그는 방송 일을 제외하고는 잠 자기, 영화 보기, 강좌 듣기, 책 읽기를 좋아한다. 친환경주의자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 부부의 삶을 그는 무척 부러워한다. 하루에 1/3은 육체 노동을 하고, 하루에 1/3은 책을 읽어 정신 노동을 하고, 하루의 1/3은 사람과 관련된 일에 시간을 보냈던 니어링 부부의 삶을 보면서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다음은 그와의 10문10답.


1. 언제부터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나


초등학교 5학년 때 친구 따라 방송사 노래자랑대회를 구경하러 갔다가 진행자 언니의 모습에 반해 아나운서가 되기로 결심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도 방송반 활동을 했고, 대학교를 선택할 때도 '교내 방송국이 있느냐'가 기준 가운데 하나였다고 한다.

 

'아나운서가 된 걸 후회해본 적이 없느냐'는 물음에 그는 "한 번도 없고, 지금도 없다"고 잘라 말한다. 방송사 시험은 재수를 해 붙었고, 잠시 한 기업체에서 비서로 일했던 적이 있다. 물론 그 때도 '칼퇴근'이라는 조건을 활용해 아나운서 시험 공부를 했다.


2. 첫 방송은 어떤 프로그램


KBS <누가 누가 잘하나>를 보며 아나운서 꿈을 키웠다. 그 후신이 <전국 어린이 동요대회>인데, 그 프로그램을 1년반 가량 진행했다. 그 다음에는 <6시 내고향>을 맡았다. '아나운서 가운데 가장 촌스럽다'는 이유만으로 <6시 내고향>의 초대 MC로 발탁돼 3년5개월 동안 '장수'했다.


3. 일 중독자(워크홀릭)


주변 사람들에게서 그런 말을 많이 듣는단다. 일을 줄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너무 정곡을 찌른다'며 부끄러워 하면서도 "일 하는 게 좋고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언젠가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할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때가 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 더욱 일에 매진한다는 그는 방송 일을 그만두게 되면 미술 강좌도 듣고, 여행도 다니고, 정기적으로 봉사모임에 참여하면서 지내고 싶단다. 그러면서도 잊지 않고 한 마디. "그 때가 되면 지금을 그리워할 지도 모르겠어요."


4. 정들었던 KBS를 떠나 프리랜서를 선택한 까닭


2000년 프리랜서를 선언한 이금희씨는 1999년이 자신에게는 전환의 시기였다고 말한다. 대학원을 졸업했고, 숙대 강의를 시작한 것도 그 때였다. 대학원 졸업 논문에, 책까지 쓰게 되면서 무리한 탓에 몸에 이상이 생겼다.


'미련한 스타일'이라 매일 저녁 7시부터 밤 12시까지 책 집필에 매달린 탓에 혈압이 한때 80-60까지 뚝 떨어졌고, 방송을 하다가 세 번이나 쓰러졌다. "이대로 더 가면 쓰러지겠다"는 위기감에 KBS를 그만 뒀고, 제일 먼저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1999년 '큰 맘 먹고' 차장으로 승진시켜준 KBS에 미안해 그는 2005년 MBC <퀴즈의 힘>의 진행을 맡기 전까지 KBS 일에만 전념했다.


2004년 3월 6일 KBS <6시 내고향> 3000회 특집 방송에 출연한 이금희 아나운서. 왼쪽부터 박용호, 이금희, 오태훈, 오유경 아나운서. ⓒ KBS 제공


5.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연애와 결혼


'KBS 라디오 <가요산책>을 진행하면서 노처녀의 비애나 결혼하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하던데'라고 묻자, 그는 "제 생각이 그대로 드러난 걸 거예요"라며 크게 웃는다.

 

문득 '내 청춘이 이렇게 흘러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대로 늙을 수도 있겠다'는 끔찍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는 그는 "연애를 참 하고 싶다"고 말한다. 가슴을 설레게 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고, 그런 사람과 연애를 하고 싶다는 그는 독신주의자는 아니다.


6. 앞으로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


의외다. 이 질문에 그는 "정말 없다"고 잘라 말한다. 많은 분들이 '이름이 붙은 프로그램을 하고 싶지 않느냐'고 묻는데, 정말 그런 욕심은 없다고. "이름이 붙든 안 붙든 저는 제가 프로그램의 주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프로그램에 내 이름이 붙는 것은 하나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쿨하게 대답한다.


프로그램 이름에 '이금희의~'라고 붙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 프로그램이 자신을 진짜로 필요로 하는지' 여부란다. 서른 살 이전에는 '이거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 이후로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안했다고. 참, 믿기지 않는 사실.


7. '장수' 프로그램만 맡다가 <퀴즈의 힘> '단명'으로 받은 충격


"아무리 잘 치는 타자도 3할대, 4할대를 넘기 힘들고, 그렇다면 그들도 여섯 개나 일곱 개는 못친 거 아니냐"며 기죽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도 '단명'한 경험이 적지 않은데, 다들 그걸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란다.

 

그러나 자신은 잘 안다며 "예전에 뭐를 했는지, 뭐가 잘 안 됐는지, 중간에 내려간 거나 하다가 망신 당한 거, 그런 거 있지 않느냐"고 스스로의 흠을 마구 드러낸다. 한술 더 떠 오히려 일찍 그만두게 돼 다행이란다. 만약 계속 진행을 맡았다면 혹시 자만심에 빠졌을 지도 몰라, 참 잘된 일이라고.


8. <퀴즈의 힘> 진행할 때 인터넷에서 벌어진 '몸매' 논쟁


'뚱뚱한 아나운서는 프로 근성이 없다?'는 기사의 제목 때문에 인터넷에서는 한 때 '몸매 관리를 안하는 이금희씨가 방송인으로서 자질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엉뚱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논쟁 초반에 인터넷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속상해 울기도 하고, 해당 기사를 쓴 기자와 통화도 했다.


그러다 글을 쓰는 친한 언니가 "울 일도 없다, 그런 일 갖고 울어, 너무너무 고마운 일이지. 그만큼 너한테 관심이 있어서 그런 거야"라고 하는 말을 듣고 나서 그는 "고마운 일"로 여기기로 했단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런 말을 잊지 않는다.


"아주 다양한 사람이 TV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직까지는 TV가 가장 영향력이 큰 매체잖아요. 나이가 많은 사람이나 어린 사람이나, 학식이 많은 사람이나 부족한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이나 부유한 사람이나, 뚱뚱한 사람이나 마른 사람이나, 장애가 있거나 없거나, 여자거나 남자거나, 아주 다양한 사람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TV에 나오는 걸 받아들여주셨으면 하는 부분은 있어요."


9. 이금희를 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칭찬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단점


질문이 떨어지자 마자, 이것 저것 자신의 단점을 손꼽는다. 마치 남의 흉을 보듯이. 그러나 정작 그가 꼽은 단점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단점같아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저는 단점 투성이에요. 맨날 뭐를 두고 와요. 간혹 작가한테도 '너 뭐 두고 갔더라, 찾으러 와라' 이런 문자 메시지를 받아요. 일을 할 때는 절대로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리는 게 없는데, 일을 떠나면 잊어버리는 것도 많고, 잃어버리는 것도 많아요. 그리고 저는 무척 게으른 사람이에요."


10.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나 재충전


잠 자는 것과 영화 보기, 강좌 듣기다. 주말에는 많이 자고, 영화도 서너 편씩 본단다. 이번주에도 영화 4편을 보려고 일정을 짜 놨다고. 아쉬운 건 친구들이 거의 전업주부라서 대개 혼자 영화를 보러간다는 것.


최근 본 영화중에 인상 깊은 건 <혈의 누>라고. 다만 "돈 내고 무서워 할 필요가 없어" 공포영화는 웬만하면 보지 않는다. 지난 3월에는 <한겨레21>에서 주최한 홍세화, 박노자, 한비야, 이윤기씨 등의 공개 강좌를 들었고, 지금은 <씨네21>에서 주최하는 영화인들의 강좌를 듣고 있단다.


○ 기사 원문|http://bit.ly/3q4LZ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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